동주 열국지 5
김구용 옮김 / 민음사 / 1990년 8월
평점 :
절판


東周 列國志

                                                                   

[ 5 ]

열국(列國)의 군웅(群雄)

 초나라 초장왕은 군사를 일으켜 육혼 땅 오랑캐를 치고 마침내 낙수를 건너 군사를 주나라 경계로 상륙시켰다. 초장왕은 장차 천자를 위협하고 주나라와 함께 중

국 천하를 나누어 가질 배짱이었다. 주정왕은 초장왕이 괘씸했으나 힘이 없었다.

 

  한편, 초나라 영윤 벼슬에 있는 투월초는 초장왕이 왕위에 오른 후 자신의 세도가 줄어들자 반란을 일으키자만 제압되었고 반군들은 모두 멸족을 당했다.

 

  초장왕은 모든 신하들을 불러 크게 잔치를 벌이고 허희에게 술을 따르고 권하게 했다. 그때 괴상한 바람이 불어 촛불들이 일시에 꺼지자 누군가가 허희의 허리를 슬며시 끌어안았다. 허희는 그의 관() 끈을 잡아 끊고 초장왕에게 일렀다. 그러자 초장왕은 불을 켜지 못하게 하고 모든 신하들의 관 끈을 끊게 한 후 불을 밝히

게 하였다.

 

  ()나라에서는 진령공이 임금이 된 후 전혀 나라를 돌보지 않고 공녕, 의행부 두 간신과 더불어 주색잡기에 빠져 있었다. 이때 하어숙이라는 공족의 부인이었던 정목공의 딸 하희가 있었다. 그녀는 절세미인이었고, 겸하여 달기와 문강같이 요염하고 음탕하였다. 그녀는 15살 때 꿈 속에서 하늘나라의 신선과 교정(交情)을 하면서 남자의 정액을 빨아들이는 법과 남자의 기운을 흡수하는 법을 배웠다.

 

  꿈을 깬 후 그녀의 성적 기교는 대단해졌고 교정을 할 때마다 남자의 양기를 충분히 흡수해서 자기의 음을 보충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늙어갈수록 도리어 젊어졌다. 그녀는 자기 성교비법을 소녀채전지술(素女採戰之術)이라고 말했다. 출가하기 전부터 관계를 맺고 있던 정령공의 서형(庶兄) 만을 3년 만에 요사(夭死)시키기도 하였는데 하어숙은 그녀와 혼인하여 아들 징서 하나를 낳고 기운이 빠져 죽고 말았다. 그녀는 아들을 성내에 공부하러 보내고 혼자 살고 있었는데 가끔 서방질을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공녕과 이행부가 차례로 그녀와 상간하더니 드디어 진령공까지 합세하여 셋이서 함께 그녀와 음탕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아들 하징서가 참지 못하고 어머니와 놀아난 진령공을 화살로 쏘아 죽였다.

 

  이때 초나라에 풍신도 좋으려니와 문무를 겸비한 한 공족 대부가 있었는데 성은 굴씨요 이름은 무였다. 그에게 한 가지 흠이 있었는데 그것은 여자를 몹시 좋아하는 호색한이라는 것이었다. 굴무는 중국 고대 인물로서 8백여 년을 살았다는 팽조가 지은 남녀교접술에 관한 책만 늘 연구했다. 그는 여러 해 전에 진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하희를 본 적이 있었고 그녀가 남녀 교접의 특수한 비법을 알고 더욱 젊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그녀를 사모하게 되었다. 그래서 초장공을 부추겨 진()나라로 쳐들어가게 했다.

 

  하징서는 붙잡혀 오체가 찢겨져 죽었고 하희는 초장왕과 공자 측이 서로 갖고자 하였으나 굴무가 이를 반대하였다. 초장왕은 그녀를 요즘 상처한 양로의 후처로 주어버렸다. 공자는 분하고 원통했고 굴무는 하희가 또 과부가 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초나라는 다시 정나라를 공격하여 굴복시켰고 진()나라와도 전쟁을 벌였다. 그러면서 진나라와 친한 송나라를 쳤다. ()나라는 노나라를 두고 진()나라와 각축하였다. 그때 진()나라에 두회라는 장사가 있었다. 그는 하루에 호랑이 다섯 마리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을 만큼 강하고 용맹하였다. 그런데 진()나라 장수 위과 형제와의 청초파(靑草坡) 전투에서 맥을 못 추고 비틀거리다 넘어져 생포되어 죽었는데 그때 위과의 눈에 한 노인이 풀을 양 손에 들고 두회가 움직일 때마다 풀로 발을 묶는 것이 보였었다.

 

  그날 밤 꿈 속에 나타난 노인은, 자신이 위과 형제의 아버지 위주의 첩 조희의 아버지인데 위주가 죽고 나서 위과가 자신의 딸을 좋은 곳으로 개가시켜 주었기 때문에 그 보은을 위해 오늘 전투에서 풀로 두회의 발을 묶었다고 했다. 위과의 음덕에 조희의 아버지 혼령이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날도 사람들은 결초보은(結草報恩)하겠다는 말을 곧잘 쓴다.

 

  진()군은 크게 패하여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에 진()경공은 다시 천하를 제패하고 백주가 되려는 야심을 품었다. 그래서 제, 노 두나라와 친선을 맺고자 사신을 보냈다. 마침, , , , 조 네 나라의 사신이 함께 제경공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각각 애꾸눈에, 대머리에, 절름발이에, 꼽추였다. 이 모습을 본 제경공은 어머니 소태부인을 웃겨주기 위해 그들의 수레를 모는 사람들도 똑 같은 모습의 사람들을 골랐었다. 소태부인은 웃었지만 네 사신은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고 반드시 제나라를 쳐서 복수를 하겠다고 별렀다.

 

  드디어 진(), , , 조 네 나라 연합군이 제나라를 공격하였다. 진나라 중군 원수 극극은 중상을 입은 가운데서도 북을 치며 군사들을 독려하여 싸움에서 크게 이겼고 제경공은 본국으로 도망쳤다. 연합군은 관문마다 불을 지르며 제나라 서울로 행군했다. 하지만 제나라가 굴욕적인 화의를 청하였고 연합군이 이를 수락하였다. 제경공은 언제고 진나라를 쳐서 이번 싸움에 진 분풀이를 할 작정이었다.

 

  진나라 음녀 하희는 초나라로 붙들려가서 양로와 함께 산 지 1년이 못되어 양로가 전쟁에 나가자 그 동안을 참지 못하고 양로의 아들 흑요와 교정했다. 양로가 전쟁에서 죽었는데도 흑요는 아버지 시체도 찾으러 가지 않고 하희에게 미쳐 있었다. 서모와 자식이 배가 맞았다는 소문이 나자 하희는 부끄러워 정나라로 갈 작정이었다.

 

  굴무는 이때를 노려 하희를 정나라로 빼돌렸다. 그리고 사명(使命)을 팽개치고 그녀와 혼인을 한 후 진나라로 옮겨 성과 이름을 바꾸어 무신으로 행세하였고 초장왕에게는 이 사실을 서신으로 알려 주었다. 초장왕은 대로하여 무신의 가족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이에 무신은 저주를 퍼부었으며 진경공으로 하여금 오나라와 우호를 맞게 하였고 오나라 군대를 도와 초나라를 침략하게 하였다. 이후 초나라는 오나라의 침략 때문에 한 번도 편안한 해가 없었다.

 

  이 무렵 진경공은 도안가를 더욱 신임했으며 지난날 진령공이 했던 것처럼 날마다 술과 사냥으로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양산이 무너져 내리자 도안가는 이를 핑계로 진경공에게 무고하여 조씨 혈족을 모조리 씨를 말려 버린다. 다행히 만삭이던 조삭의 아내 장희만이 궁으로 피해 죽음을 모면하고 아들을 낳았다. 정영은 공손 저구와 의논 끝에 자신의 아이를 공손 저구와 함께 죽게 하고 조삭의 아이를 유모와 함께 데리고 맹산으로 들어가 깊이 숨었다. 3년 후 진경공은 꿈 속에서 봉두난발을 한 8척이나 되는 조씨 귀신의 구리 쇠망치를 얻어맞고 피를 토하며 쓰러져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진려공이 뒤를 이었다.

 

  초나라와 진()나라가 우호를 맺었지만 얼마가지 못하고 또 다시 전쟁을 벌였다. 초공왕이 전투 중 화살을 눈에 맞고 눈 한쪽을 잃고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와중에 중군 원수 공자 측이 술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여 작전을 망치고 퇴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초공왕은 그를 용서하였으나 공자 영제는 술책으로 그를 자살하게 만들었다. 염옹이 시로써 읊었다 술이 일만 가지 근심을 없앤다고 말하지 마

.

 

  초나라와 진나라는 중원의 패권을 두고 주변의 여러 나라를 복속하고 이용하면서 세력을 극대화하기에 진력을 다한다. 그들 사이에 끼인 진()나라 정나라 등은 양 강대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때에 따라 적절하게 화의와 배반을 계

속하게 된다. 약소국의 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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