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지름길이 없다 - 하버드대 인생학 명강의, 개정판
스웨이 지음, 김정자 옯김 / 정민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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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꿈이 바로 앞에 있는데 당신은 왜 팔을 뻗지 않는가?‘


세상이 바쁘게 돌아간다. 그 틈바구니에서 인간은 그 틀에 맞춰진 기계처럼 바쁘게 살아간다. 평화를 부르짖지만 그 평화를 위해선 투쟁이란 악행이 시발점이 되어 또 다른 평화를 무너트리고 내가 만족하는 평화를 꿈꾼다. 그렇게 인생이란 인간의 한 평생은 아이러니하게 돌아가고 불편한 감정 가득함으로 한 생애를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바쁨, 욕심, 성공이란 성급한 성취에 목 매달기보다 몇 템포 늦추는 삶의 척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누차 이를 망각하는 것이 안일한 인간의 마음이다. 좀 더 한적하게, 자라나는 아이의 익살과 투정에 관대해지는 모습으로 살아감이 어떨까? 그렇게 저자는 편안함과 느림, 조용함을 독자에게 권한다. 그것은 길지 않은 시간의 고요함이며, 그 시간의 차분함을 바탕으로 큰 깨달음을 얻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천천히 나를 둘러보고 주변을 둘러본다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내 안에 담을 수 있는 여유가 찾아온다. 그것이 기대 효과라고도 한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성공적 임무 완수를 위한 느림의 미학. 차분함을 무기로 아름다운 결과를 선물 받는 것, 그 상상만으로 이미 임무 완수이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인 사회적 동물이자, 누군가에게 끌려만 다닐 수 없는 생명체이자 이성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탐구하고 학습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자신의 주체성이며 무조건적으로 타인에게 동조하는 생각 없음을 차단 시켜준다. 그뿐만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다른 이들의 평가와 결론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이 세상엔 베토벤도, 아인슈타인도, 뉴턴도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방법과 실천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하버드 대학의 강의법, 이는 미래를 위한 인생 설계자의 틀을 마련해 주는 기틀이 되어오고 있으며, 학교의 전통이기도 하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인생 전반의 실패가 자신의 탓이기도 하고 주변의 조력자가 없음을 한탄하기도 한다. 이 사람이 조금만 밝은 면을 찾아보았으면 어떠했을까? 스스로 자기 잘못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5분만 가졌더라도 5년 뒤의 인생, 50년 뒤 삶의 막바지에 들려오는 자신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책의 사례와 같이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을 그저 자기비판으로만 받아들이고 회사를 퇴사했다면, 어떤 회사는 갔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을 콜스. 하지만 콜스는 이를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고 공부하며, 직장 상사의 신임을 받아 승진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획득하게 된다. 흔히 알고 있는 ‘고진감래‘란 표현처럼 우리 인간에겐 어둡고 거친 태풍이 지나면, 빛나는 무지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함에 희망을 걸어보자.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면 인생의 모든 법칙이 변할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우리는 책에서도 이야기하지만 타인을 질투하고 오해함으로 관계를 망치게 된다. 자신 스스로를 믿고 의지하며, 자신이 먼저 변화해야 하는 가치를 파악해 나간다면 그 문제는 어렵지 않겠지만 우리 인간은 늘 경쟁으로 점철된 삶에 찌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의심하고 오해하며, 적이란 벽을 두는 것이다. 타인과 날 비교하지 않고 나의 가치관을 성립해 가보자.

‘욕망이 줄어들수록 행복이 커진다.‘ 톨스토이​

욕망이자 탐욕이 인류의 가장 큰 적이라고 톨스토이는 이야기했으며 하버드대에서 이러한 가르침을 하나의 사례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행복이란 내가 추구하는 것이지만 나만을 위한 행복보다는 타인과 나누며 함께 공유하는 만족감. 그것이 기쁨이 되고 환희가 되며 인류가 하나가 되는 행복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결국 인생이란 나란 자아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공부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임을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책의 제목 ‘인생은 지름길은 없다.‘처럼 갑작스러운 성공과 행복은 어느 순간 나락, 낭떠러지로 자신을 안내할 수 있다. 차근차근 나의 올바른 삶의 방향이자 습관을 만들어 바른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하버드대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가치이며, 인류의 희망이 되는 인간으로써 내가 만족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결과물로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조금 늦어도, 돌아가도 빠른 길이 아닌 내가 생각하고 깨달아가는 삶의 행복 길을 이 작품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작품의 레슨별 첫 장의 실천법 제시를 충분히 내 삶에 적용시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사 편지를 쓴다든지, 명상을 하며 나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내 인생의 통로를 화통하게 열어가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리고 펼쳐지는 하버드대 강의법은 사례들과 저자의 생각 정리를 통해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절대 어렵지 않고 바로 지금부터 내 삶의 시계 추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질문과 답들이 쉽게 정리된 작품 ‘인생은 지름길이 없다.‘ [하버드대 인생학의 명강의] 스웨이 작가의 글은 독자들의 일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는 내용일지라도, 잊었던 습관들이었다면 다시 꺼내 도전하고 실천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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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사랑 내음이 물씬 풍겨진다. 작가 이묵돌의 신작 에세이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저자는 사랑의 달콤 야릇하지만 솔직한 감정들을 독자에게 전한다. 그 사랑이 언젠간 시린 추억으로 기록될지언정 두려워하지 않고 글을 써 내려간다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절기마다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 그 독특한 주제어들이 책에 대한 감정을 새롭게 한다. 계절에 따른 사랑의 감정 변화와 우리의 마음 온도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화자와 연이의 만남과 사랑,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 가득하다.

우수

봄바람이 불고 초목이 싹 튼다.
농사일에 앞서 장을 담그기 좋을 때.


사랑하면 닮아가고, 연인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게 되며, 연인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서로 더 큰 교감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연이와 저자도 그런 면에서 뭇 연인들과 일치한다. 하지만 어느 연인이나 부부가 그렇듯 큰일보다 작은 일에 다투고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차라리 무관심해서 서로 신경 쓰지 않는 것보다 작은 다툼이라도 해가며 서로의 관심과 보완점을 메워가는 것이라고 하는 말에 공감이 간다. 관심이 있으니, 삐지기도 하고 관심받고 싶어서 투정 부리기도 하는 것이 연인이고 부부인 것이다. 사랑이 크게 자라나기 전부터, 튼튼히 사랑 뿌리의 내실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 간의 배려이자 믿음이다.

곡우

봄비가 내리고 곡식을 뿌리기 시작한다. 한해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은 말에 오해가 상처가 되고 상처를 덧나려는 것은 아닌데 간혹 일파만파로 일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말은 순식간에 퍼져 주워 담을 수 없을 만큼의 후회를 던져주지만 이것을 수습해 나가는 시간은 그 배로 걸릴 때가 많다. 연인끼리도 마찬가지다. 간이나 쓸개 모두 빼줄 수 있는 사이라도 지나치게 익숙해지면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그런 의미나 뜻이 아닌데 오해의 소지가 생길 때 독자 여러분은 어떤 리액션을 하곤 하는가. 애초에 심사숙고란 말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작가의 에피소드에 내 스스로가 숙연해진다.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하나쯤 있다는 것으로도 :내 인생은 꽤 가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나는 감사히 지나 보내며 생각했었다.‘

찰나의 순간도 기억 혹은 추억이 될 수 있다. 하물며 사랑하는 연인과의 추억은 어떠하랴. 저자는 현실의 사랑에 충실하면서 지금의 순간이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든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예견과 함께 추억 예찬론도 전하고 있다. 가장 현재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호흡하고, 부대끼며 삶의 여유를 만들어 가는 시간들. 그것이 사랑하기 좋은 날이자, 연인들에게 주어진 사랑하기 좋은 계절인 것이다. 그런 애잔함과 풋풋함, 설렘도 가득 묻어나는 작품이다.

입추

무더위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가운데 가을 기운이 도사린다. 태풍이 오고 큰비가 내리기도 한다.​


한때 연인 사이는 사계절은 겪어봐야 안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안온함과 무더움, 비바람 몰아치는 여름 같은 날씨, 싸늘함과 추위로 몸을 추스를 수밖에 없는 사계절의 기운처럼 남녀 사이도 사시사철을 통해 서로의 감각과 육체를 느끼며 우리가 맞는지, 말이 통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는 경험자들의 조언. 물론 시기나 상황에 따라 더 장기화될 수도 있으며, 단기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이며 연인 관계일 수도 있겠다. 작품 속 연인은 서로의 취향까지도 닮아 있다. 서로의 온기, 혹은 체취라 할까? 저자 스스로도 조금 이상스러운 취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서로의 냄새에 반응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연인 사이. 그런 원초적인 것까지 함께 공유하고 사랑하는 커플. 그래서 좀 더 깊이가 느껴지고, 종종 티격태격하지만 대화로 풀어가는 모습에 그들의 사계절은 사랑 더하기,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평화는 어느 순간의 어떤 계기로 영원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중략-매일같이 필사적으로 싸워 쟁취하는 수밖에 없다.​


사랑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면 다툼조차 없는 것이다. 싸워가며 서로를 위해 호흡하고 이해해가는 사랑의 완결. 그래서 연인 속에서도 가정 안에서도 평화가 안착되는 것임을 느낀다. 일 년 사계절 모두 좋을 수는 없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굴곡 속에서 사랑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울 수도 있고 온기 가득한 방어막으로 뜨겁게 타오를 수도 있다. 그것은 곧 사랑하는 사람 간의 이해와 버팀목으로서의 힘이자, 영원성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20대 작가의 재기 발랄한 작품이지만, 지금의 기억으로 미래에 보관될 추억을 아스라이 간직해 가는 것도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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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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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을 방문한 거인 걸리버의 기억은 또렷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내용이 걸리버 여행기의 전부가 아니란 걸 알게 되면서 새로운 호기심이 밀려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그토록 원했던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과 만나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린 시절 재미있는 동화로 읽었던 걸리버의 소인국 탐험을 뛰어넘어, 거인국 체류기, 그리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펼쳐지는 에피소드와 책에 담긴 시대적 흐름, 교훈 등이 궁금증 가득히 채워진다. 한때 막연한 재미로 동화를 읽었던 추억 이상의 감동과 같지만 다른 느낌을 전해 줄 작품 '걸리버 여행기'. 책이란 언제 어디서, 어떤 시기에 읽었느냐에 따라 느낌과 생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독서 사고를 비교해가며,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한 책 읽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책장을 넘겨 본다.

         

이 작품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릴리펏이란 소인국의 여정, 브롭딩낵이라는 거인국 여행기, 라퓨타 등으로 불리는 일본 여행기, 말의 나라로 불린다는 후이늠국 여행기 등 조너선 스위프트에 의해 쓰인 걸리버 여행기는 당시 영국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당시의 징세 제도 등도 편의에 따라 상황에 의해 달라지는 경향도 보임-했다니, 단순히 여행기 이상의 설렘과 역사적 교훈을 얻게 해주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지배 구조와 피지배자와의 관계를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을 걸리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21세기와는 다른 전제 군주 국가의 면모-그럼에도 왕권에 헌신하는 당파와 진보적 색채를 띠는 당파는 어느 시대나 존재한다-를 이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짧게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강풍으로 난파된 배를 떠나 낯선 섬 어딘가에 버려진 걸리버. 살아 있다는 안도의 시간이었을까? 그는 깊은 단잠을 취하며 아홉 시간 후 낯선 섬에서의 상상할 수 없는 일과 엮이게 된다. 15센티미터의 아주 작은 소인들에 의해 꽁꽁 묶이게 된다.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바늘과 같은 그들의 화살 공격 등으로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오지만, 걸리버는 다행스럽게도 소인국 국민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소인국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대왕 폐하에게로 가는 짧은 여정마저도 작가의 상세한 설명으로 표현되는 문장력에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히 그려질 정도다. 번역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이후 걸리버는 소인국의 자유인이 되고 그곳의 실정을 알게 되면서 각 국가의 여행기, 여정을 통해 작가가 직면한 현실 세계를 글로서 통렬히 풍자해 나간다. 그 안에 유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함, 그러나 암적인 존재도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고, 서로가 ''이라 추구하는 목표가 상대에겐 ''을 찾아 투쟁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소인국 릴리펏(영국)의 영웅 걸리버에서 그를 모략하는 세력에 의해 반역자로 낙인찍히지만, 오히려 릴리펏의 적대국에서 걸리버의 도움으로 친선을 이뤄 낸 블레푸스쿠(프랑스) 황제의 조력을 통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해피엔딩으로 소인국의 여정은 마감된다.

세력 간의 다툼, 그 안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들은 숨 쉴 틈 없이 탄생하고, 이를 중재하는 영웅들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것은 끊임없는 반복 속에 번복되어간다. 걸리버 여행기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처럼 개성 넘치고, 발랄하지만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를 심도 있게 파악하며, 독서를 진행하다 보면 작금의 현실에 비슷하게 투영되는 모습 속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풍자와 해학 속에서 느껴지는 실은, 촌철살인의 이야기, 그것이 풍자 소설을 읽는 재미임을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터득할 수 있다.

 

 

거인국 걸리버는 소인국과 반대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항해 도중 잠시 정착했던 곳에서 낯선 거인 하인에게 처음 발견된 걸리버는 용모 단정한 주인 농부에게 인계되고, 그 가정의 일원이 된다. 거인에서 소인이 된 걸리버는 그 상황을 어떻게 상대를 느끼고 파악하느냐에 따라 내가 거인 산악인간이 될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에도 직면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농부의 손을 떠나 황후의 거처로 몸을 옮기는 걸리버. 거인국 황제와의 마지막 대화 부분은 거인국 이야기의 압권과도 같으며, 걸리버이자 작가가 생각한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 설명하고 있다. 걸리버와 사전에 나눈 대화를 조목조목 재차 따져 묻는 황제의 언급에 작은 소인 걸리버는 크게 대응하지 않고 그저 이야기를 듣고 만다.

독자들에게 그 상황을 바로 반박하지 않아도 되는 여지를 주며, 그다음 장에 작가의 의도가 담긴다.

        

'자네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은 가장 해로운 자그마한 벌레 같은 족속일세. 자연이 일찍이 땅 위에 기어 다니도록 허용한 벌레들 중에서 말이야.'

         

현실의 전제 군주가 들었다면 어떠했을지 상상에 맡길 뿐이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거인국의 통치 철학과 이념, 거인국의 황제 앞에서 직접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설명을 통해 소설의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시킨다. 어떠한 방법으로 국가를 이끌고 만들어 나가느냐에 따른 한 국가의 흥망성쇠,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권력 간의 암투는 분명 존재한다. 그 흐름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역사이다.

그리고 걸리버는 구사일생으로 거인국 부놉딩낵을 탈출해 영국으로 돌아오지만, 그의 여정은 끝을 모른다.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를 시작해, 발니나비, 럭낵, 글럽덥드립과 일본, 말의 나라 후이늠국 등의 여행을 통해 그들의 말을 익히고 귀족과 왕들과의 교류를 통해 각국의 실정과 문제점, 고정관념 등을 파악하며 문제를 사고하거나 해결책을 얻어 가기도 한다.

 

 

이 모든 주인공의 모험은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살았던 당시의 영국, 주변국과의 갈등과 국내 문제 등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일대기라 할 수 있다. 300년 이상이 지난 작품이지만, 작가가 당시의 상황을 명확하고, 깊이 있는 전달력으로 수놓은 명작답게 현재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지금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 소설 풍자극의 대가인 '동물농장' 조지 오웰이 극찬했다는 이야기가 이를 재확인해준다. 이 작품은 언제 어디서 읽어도 재밌고 유쾌하겠지만 역사적 상황과 의의를 함께 대비시켜 읽어 본다면 독자들에게 더 큰 의미를 전달해 줄 작품이라 여겨진다. 천천히 책의 친절한 해설과 각주 등도 살펴보며 걸리버 선의(선상 의사)와 함께 롤러코스터 같은 여행의 세계로 항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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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반려동물
구혜선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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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했다. 사랑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나의 반려동물.‘

작가 구혜선은 반려동물들과의 일상 속 행복을 담은 사진 에세이집을 통해 자신과 함께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있는 반려견, 반려묘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한다.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천천히 다가와 나를 위로해 줄 반려동물. 아무 말도 필요 없이 그 자체의 존재감으로 사랑스러운 친구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타인이란 관계를 대체할 반려동물과의 사랑과 우정에 더욱 집착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본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그들이지만, 땅속에 묻힐 그들을 두발로 매일 보듬어 주겠다는 작가 구혜선 글이 여운 가득하게 남는다. 먼저 보낼 수밖에 없는 그들 앞에 해줄 수 있는 건 마음으로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행위뿐 그 이상의 실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사랑하고, 우정을 교류한 동물들을 마음으로 기억하고 간직함이란 소유 가능할 뿐이다


세상을 바르게 살아도 억울함 가득한 상황이 인간에겐 닥칠 수 있다. 작가의 심정이 아니더라도 그런 경우는 가장 흔한 결과이다. 그러나 구혜선의 글처럼 억울함마저도 이해할 수밖에 없고, 살랑살랑 꼬리 치며 다가오는 반려동물의 맞음을 통해 쌓였던 묵은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는 것, 그것이 반려동물들의 한결같음이란 생각에 동의한다.


유일한 너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신뢰하는 너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나의 팔 다리 눈귀 코가 되어줄 테지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도
나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

내 곁에 있어줄 너니까

페이지 64 [나는 너의 반려동물]



흐트러지고 고꾸라진 모습까지도 웃으며 맞아 줄 한 마리, 아니 여러 마리의 친구들. 내가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 아무 이유 없이 다가와 내 마음을 치유해 줄 반려동물.
하물며 쓸모없는 무존재감이라도 그들은 내 곁에 있어 줄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구혜선은 강아지가 천국에 가지 못하므로 그런 천국은 가기 싫다고 한 것일까? 끝까지 함께 하고 싶지만 언젠간 헤어질 만남. 그래도 지금 사랑해주고 아낄 수 있는 우정이 있어 인간과 동물은 행복하다.


집으로

집으로 가자
우리의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이 시간이 부서지기 전에
너와 나의
집으로 가자

우리의 모든 것이 존재하는
그곳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우리 집으로 가자

책의 말미 [나는 너의 반려동물]


반려동물과 나를 향한 마음 가득한 소소한 이야기들. 친구들과 대화하며 웃고 즐기듯이 동물들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구혜선 작가.
아직 못다 한 이야기들이 많겠지만 글 속에서
평온함과 여유로움, 일상을 소중하게 이어가고자 하는 뉘앙스란 게 풍겨진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늑하고 평안함이다. 작품의 끄트머리 ‘집으로‘라는 이야기에서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작가와 반려동물들의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 가능한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이 시간의 소중함을 포함해 부서짐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들 가족의 발걸음은 다시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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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나에게
정모에 지음 / 메이킹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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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기 새 앉고 동물 병원으로 달려가는 저자. 간신히 호흡하며 숨을 놓지 않으려는 아기 새를 보듬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중 안타깝게도 아기 새와 작별을 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집 테라스에 고이 묻어주며,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는 저자. 상처가 될 작은 시작의 발단이었지만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와의 해후를 통해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도 찾게 된다. 그렇게 소중한 것들은 가장 슬프고 아플 때 아련하게 찾아오나 보다. 밤하늘 밝게 빛나는 달빛. 그 안에서 하늘의 엄마를 발견하는 저자의 문장.

    

' 달은, 내게 오래 머물렀다. 엄마, 오늘은 정말 엄마의 달이네요.'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파스텔 작품들과 추억과 현상을 동시에 사유하게 하는 저자의 글들에서 동시다발적인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바랐다는 저자. 그 긴 세월의 인고가 현재 한 평생의 정중앙을 조준해 살아가는 시점의 심리를 적절히 글로 표현해낸 듯싶다. 수필 형식의 일상에서 느꼈던 소소한 감정들이 담백하게 정리된 글, 못다 이룬 꿈의 소산인 것 같은 향수와 추억의 영감이 묻어나는 시어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공감대를 울린다. 또한 부드러운 터치로 완성된 저자의 파스텔 작품들이 요소요소에 배열되어 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작품에 더 큰 영향력을 더한다.

 

'채움은 불행이고, 비움은 행복이라는 걸 진심으로 인정한 것은 노년에 들어서고부터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이든 가득 쌓여가면 인간의 심리도 숨 막히듯 답답해진고 가파른 경사를 가로 질러가는 아찔함을 경험케한다. 그렇게 저자도 반 평생을 살며 글을 통해 비움의 철학이자 미덕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나 보다. 가끔 책을 읽는 독자로서 쌓여가는 책의 수량이 기쁜 것인지, 짐인 것인지 착각이 드는 경험을 하는데 위의 문장을 통해 독자인 내게도 비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살아온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느끼며, 독자 각자의 인생에 맞는 새로운 노트를 기록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일상이어도 좋고 짧은 생각의 단상이어도 좋다. 이 모두가 타인에게 보여 줄 근사한 것이 되지 못해도 부담은 없다. 저자가 제목으로 잡은 '가장 소중한 나에게' 전하는 위로의 여운으로 남아도 행복할 일이다. 저자 또한 삶을 살아오며 느낀 감정 그대로를 생각하며 글로 좀 더 구체적인 증거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타인의 소중한 글과 추억들 속에 나를 맡겨보며 자연스레 동화되는 편안함을 느끼는 이야기들이다.

엄마로서, 믿음을 이어가는 신앙인으로서의 삶. 첫아이를 분만하는 과정은 저자의 재치 넘치는 문장들에 웃음이 살짝 묻어 나왔지만 남성 독자의 입장에서 그 순간은 정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억이었겠구나 공감을 해가니 우리 아이들의 태어남 순간도 동시에 떠올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첫 딸을 순산하게 되는 엄마로서 가장 처절했지만 애틋했던 저자의 과거가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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