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의 산책 웅진 세계그림책 224
닉 블랜드 지음,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래들의산책 을 몇번이고 다시 읽으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내몰리는 동물에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 쓰레기 더미를 보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이유는 죄책감 탓일거다. ‘나로 인해’라는 마음이 짓눌린다. 공존, 공생의 共자는 ‘함께’나 ‘다 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고래를 비롯한 모든 생명이 각자에 어울리는 터전에 살기 위해서는 발전보다 지켜내는 것이 먼저라는 경고에 메세지를 던진다. 플랑크톤, 크릴 새우 처럼 먹이사슬 안에 존재하는 각자의 역할이 소멸되면 인간의 삶도 침해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회적이고 아름다운 은유로 표현하고 있는 책에서 아릿한 아픔이 느껴진다면 그 마음을 그대로 실천으로 옮기면 좋겠다.

인간은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진화된 동물일 뿐이다. 상위 포식자에게 공격받지 않기 위해 더 단단한 울타리를 만든다. 사자와 호랑이를 관람하기 위해 튼튼한 자동차를 만든 것만 보아도 그렇다. 만약 그 안전망이 사라진다면 인간도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애써야할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전재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간은 지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더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우리가 뿌린 것들을 어떻게 바로잡아갈지 고민해야 하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경고를 던진다. 그리고 그 마음에 씨앗이 싹트는 지점은 경청과 공감의 태도라고 전하는 책을 만났다 #웅진주니어 #호수네책 #책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델핀 페레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낮 동안에 달궈진 열감이 다 식지 않은 여름밤, 아래위로 긴팔을 챙겨 입고 어둑한 산길을 걸어간다. 습기를 한껏 머금은 이끼와 풀 내음이 짙어질수록 숲 깊이 들어왔음을 느낄 수 있다. 어둠이 진하게 내려앉은 산속 습지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있다. 전기를 빌려 밝히는 조명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황홀한 빛에 시선을 뺏긴다. 점등과 소등의 반복은 마치 모스부호로 보내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여름 반딧불이는 가을 논에 피어오르는 녀석들과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산을 내려오며 우리는 각자의 기억 속에 저장된 반딧불이를 나누어본다. 기억을 교류한다는 건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과 같다.

어쩐지 조금 건조한 말투가 아이를 향해 꼬닥꼬닥 걸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시종일관 사랑을 머금은 질문으로 답한다. 질문이 답이고 말이 사랑인 아이에 달콤하고 보드라운 마음이 여름 볕보다 더 찬란하게 반짝인다. 표정이 지워진 얼굴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사랑을 주세요. 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눈빛이 선명하게 비친다.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여름 은 아이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최대치를 넘어, 감당할 수 없는 부피의 사랑을 덜컥 안기며 책장을 덮고도 한참을 벅찬 마음에 공명이 맴돌게 한다.

태어나고, 자라고, 배우고, 사랑하고, 떠나는_인생의 과정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언어로 전달하며 독자로 하여금 마음속에 잠시 멈춰둔 과거의 시간을 다시 재생시킨다. 더없이 목가적인 풍경을 연거푸 펼쳐보며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껴본다. 그리고 내가 느낀 안온함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닿았으면 한다. 손에 잡힐 듯 낮게 내려왔던 구름이 차츰 높게 떠오르듯 곧 가을이 온다는 하늘의 신호에 화답하는 책을 만났다 #창비 #호수네그림책 #책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플 인간 파란 이야기 13
방미진 지음, 조원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력이 곧 권력이라 인식하는 태도도, 권력을 무기인냥 휘두르는 것도 몽땅 다 이상하지만 그것은 현재 내가 약자에 입장에 있기 때문이고 어느 날 우연히 내게도 그런 도구가 맡겨진다면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허둥지둥 할 것이다. 아니, 사실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인간 위에 인간이 있고, 인간 아래에도 인간이 있는 것 같은 매일이다. 왜 이런 혐오에서 부터 시작된 흉악범죄가 다발적으로 일어날까...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펼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플인간 을 읽으며 분열 억제제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날아든다.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직활강하는 인간에 이기심을 꾸짖는 것만 같다. 우리는 방어와 통제를 적절하게 사용하기 보다 적당히 타협하려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순서의 사고가 그렇다. ‘돈이 있으니 돈을 썼고 버릴 때에도 내 돈을 버리는 것이니 가책이 없다. 보여지는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나쁜 일은 한 것도 아니다.‘ 타인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잘 맺는것이 사회성에 전부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성은 공익성과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폭력적이고 해석할 수 없는 뉴스들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한다.

잘살고 못사는 것이 곧 자본의 우위에 따라 갈리는 것. 빈부격차가 어제 오늘에 일은 아니지만 그 간극이 훨씬 더 극명해지는 지금에 도착해버렸다. #도플인간 이 야만적인 자멸을 선택하면 어쩌나 숨죽이며 읽어내려간다. 실제로 와해와 분열을 눈으로 확인하며 살아가는 요즘 어쩌면 곧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에 휩쓸리지만 그럴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보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적힌 말을 깊이 새긴다. 인격이 진화한 사람들로 가득한 지구를 희망하며 #방미진 #위즈덤하우스 #호수네책 #책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갈림길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 대상작 뉴온 5
윤슬 지음, 양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의 시설 보수공사 이유로 여름 방학이 단축되어 진작 2학기를 시작한 것이 무리였을까 아니면 그 와중에도 짬짬이 물놀이를 하느라 고되었을까 절절 끓는 36도의 날씨에도 “나 추워”라던 아이가 고열로 학교를 결석했다. 본인이 아프면 엄마 마음이 말랑해진다는 틈을 알고 있는 꼬마는 내 마음을 살살 긁었다. 오늘은 종일 티비를 보고 싶다고. 그렇다면 꼬임에 넘어가주는 척 나의 사리사욕을 좀 채워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쌓아두었던 영화를 좀 보고 싶었다. 거기서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몇 편을 추렸고 소파에 엉덩이를 들여 앉았다. 여운을 눈물로 증명한 아이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본다. 서로가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안도일까?

영화가 끝나고 아이는 #갈림길 을 펼쳤다. 그리곤 책을 반쯤 읽다 말고 내게 와 묻는다. “엄마, 영화를 찍은 사람이랑 이 책을 쓴 사람이 같아?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내용이 책에 다 나와? 신기할만큼 어제 본 영화에 나온 다이(주인공)랑 비슷한 이야기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내 몇 장을 넘기는 듯 하더니 또 묻는다. “나는 영화나 책에 나오는 친구들을 만나적은 없는데, 이런 사정을 가진 집이 정말 많은가?” 아이의 합리적인 의심이 꼬리를 무는 것 같다. 책을 통해 내게 주어진 환경과 다른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 겹겹이 쌓인다.

책 속 아이들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서 보편적인 친구를 만난다. 몹시도 쿵짝이 잘 맞아서 어떤 불협도 일지 않는 그런 이상적 친구 말고 보통의 관계_다소 불편하고 종종 갸우뚱하지만 인정을 바탕으로 이어가고 알알이 꿰어간다. 마지 못해 같이 다니게 된 사이, 내키진 않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먼길을 따라 나서게 된 사이.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가족이 되었다가 알지만 알 수 없는 관계가 되어가는 과정을 다루는 세편의 단편에서 저마다의 갈림길마다 사람이 있고 우리가 사람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두드려 깨우며 잔잔한 진동을 남긴다. 내가 이 책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건 불행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속에 아이들을 밀어넣지 않고 슬픔에서 구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소근소근한 문장들과 달음질쳐 안기는 담대한 감정 표현력에 독자는 안심이 된다. 이런 언어라면 어떤 그늘이 드리운다해도 괜찮을 것만 같다 #웅진주니어 #호수네책 #책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만나는 이별 큰 스푼
정지아 외 지음, 방현일 그림 / 스푼북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증조할머니 발인 때 내 할머니에 통곡을 목도한 여섯살쯤일까, 미우나 고우나 붙어다닌 친구의 이사 소식에 매일 밤 엉엉 울던 것이 처음인가? 이젠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거 같은 어떤 사내와의 결별이었을지도. 시간을 공유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는 건 수없이 반복해도 훈련되지 않는다. 어릴 적에 나는 누군가와 멀어지고 있다는 거리감 조차 견디기 어려웠기에 이별을 납득하기 위해선 긴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곁을 내어주는 것에도 적당한 간격을 지키고 누가 나의 지척에서 벗어나도 둔감할 수 있게 관계성 맷집을 키워두는 편이다.

거두절미하고 #처음만나는이별 에 나오는 이별은 순리대로 흐를뿐 아니라 아름답다.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에 이해까지도 구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이별이 있을까. 이별이란 괴로움이나 고통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자연스러운 한 장면이라는 것을 작가들은 들려주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다. 내내 조금 심드렁한 표정으로 책을 읽던 꼬마는 <절교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테마에서 입을 뗐다. “난 뻑하면 절교하자고 말하던 00이가 전학간단 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 시원하고 기뻤어. 이별이 꼭 슬프기만 한 건 아니야.” 그렇다. 간혹 어떤 이별은 덤덤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그것을 아이는 이미 조금 터득하고 있었다.

다섯편에 단편 모두 영원한 ㄱ안녕을 준비하는 과정을 의미있게 다루고 있다. 죽음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헤어짐을 다루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성숙한 이별부터 서툴고 갑작스러운 작별도 다룬다. 이야기는 그마다 슬픔을 내재하고 있지만 모든 작품이 되도록 감정을 정제하고 다듬어서 들려줌으로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느낄지는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또한 안녕을 고하는 대상의 관점이 아닌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 더욱 진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못하게 되는 순간을 고찰하게 한다. 아이들이 이별 후에 밀려드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에 어찌 준비할지 미리 그려볼 수 있게 돕는 책을 만났다 #스푼북 #호수네책 #책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