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 대상작 뉴온 5
윤슬 지음, 양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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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시설 보수공사 이유로 여름 방학이 단축되어 진작 2학기를 시작한 것이 무리였을까 아니면 그 와중에도 짬짬이 물놀이를 하느라 고되었을까 절절 끓는 36도의 날씨에도 “나 추워”라던 아이가 고열로 학교를 결석했다. 본인이 아프면 엄마 마음이 말랑해진다는 틈을 알고 있는 꼬마는 내 마음을 살살 긁었다. 오늘은 종일 티비를 보고 싶다고. 그렇다면 꼬임에 넘어가주는 척 나의 사리사욕을 좀 채워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쌓아두었던 영화를 좀 보고 싶었다. 거기서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몇 편을 추렸고 소파에 엉덩이를 들여 앉았다. 여운을 눈물로 증명한 아이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본다. 서로가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안도일까?

영화가 끝나고 아이는 #갈림길 을 펼쳤다. 그리곤 책을 반쯤 읽다 말고 내게 와 묻는다. “엄마, 영화를 찍은 사람이랑 이 책을 쓴 사람이 같아?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내용이 책에 다 나와? 신기할만큼 어제 본 영화에 나온 다이(주인공)랑 비슷한 이야기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내 몇 장을 넘기는 듯 하더니 또 묻는다. “나는 영화나 책에 나오는 친구들을 만나적은 없는데, 이런 사정을 가진 집이 정말 많은가?” 아이의 합리적인 의심이 꼬리를 무는 것 같다. 책을 통해 내게 주어진 환경과 다른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 겹겹이 쌓인다.

책 속 아이들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서 보편적인 친구를 만난다. 몹시도 쿵짝이 잘 맞아서 어떤 불협도 일지 않는 그런 이상적 친구 말고 보통의 관계_다소 불편하고 종종 갸우뚱하지만 인정을 바탕으로 이어가고 알알이 꿰어간다. 마지 못해 같이 다니게 된 사이, 내키진 않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먼길을 따라 나서게 된 사이.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가족이 되었다가 알지만 알 수 없는 관계가 되어가는 과정을 다루는 세편의 단편에서 저마다의 갈림길마다 사람이 있고 우리가 사람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두드려 깨우며 잔잔한 진동을 남긴다. 내가 이 책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건 불행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속에 아이들을 밀어넣지 않고 슬픔에서 구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소근소근한 문장들과 달음질쳐 안기는 담대한 감정 표현력에 독자는 안심이 된다. 이런 언어라면 어떤 그늘이 드리운다해도 괜찮을 것만 같다 #웅진주니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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