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이별 큰 스푼
정지아 외 지음, 방현일 그림 / 스푼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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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할머니 발인 때 내 할머니에 통곡을 목도한 여섯살쯤일까, 미우나 고우나 붙어다닌 친구의 이사 소식에 매일 밤 엉엉 울던 것이 처음인가? 이젠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거 같은 어떤 사내와의 결별이었을지도. 시간을 공유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는 건 수없이 반복해도 훈련되지 않는다. 어릴 적에 나는 누군가와 멀어지고 있다는 거리감 조차 견디기 어려웠기에 이별을 납득하기 위해선 긴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곁을 내어주는 것에도 적당한 간격을 지키고 누가 나의 지척에서 벗어나도 둔감할 수 있게 관계성 맷집을 키워두는 편이다.

거두절미하고 #처음만나는이별 에 나오는 이별은 순리대로 흐를뿐 아니라 아름답다.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에 이해까지도 구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이별이 있을까. 이별이란 괴로움이나 고통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자연스러운 한 장면이라는 것을 작가들은 들려주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다. 내내 조금 심드렁한 표정으로 책을 읽던 꼬마는 <절교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테마에서 입을 뗐다. “난 뻑하면 절교하자고 말하던 00이가 전학간단 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 시원하고 기뻤어. 이별이 꼭 슬프기만 한 건 아니야.” 그렇다. 간혹 어떤 이별은 덤덤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그것을 아이는 이미 조금 터득하고 있었다.

다섯편에 단편 모두 영원한 ㄱ안녕을 준비하는 과정을 의미있게 다루고 있다. 죽음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헤어짐을 다루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성숙한 이별부터 서툴고 갑작스러운 작별도 다룬다. 이야기는 그마다 슬픔을 내재하고 있지만 모든 작품이 되도록 감정을 정제하고 다듬어서 들려줌으로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느낄지는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또한 안녕을 고하는 대상의 관점이 아닌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 더욱 진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못하게 되는 순간을 고찰하게 한다. 아이들이 이별 후에 밀려드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에 어찌 준비할지 미리 그려볼 수 있게 돕는 책을 만났다 #스푼북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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