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에 달궈진 열감이 다 식지 않은 여름밤, 아래위로 긴팔을 챙겨 입고 어둑한 산길을 걸어간다. 습기를 한껏 머금은 이끼와 풀 내음이 짙어질수록 숲 깊이 들어왔음을 느낄 수 있다. 어둠이 진하게 내려앉은 산속 습지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있다. 전기를 빌려 밝히는 조명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황홀한 빛에 시선을 뺏긴다. 점등과 소등의 반복은 마치 모스부호로 보내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여름 반딧불이는 가을 논에 피어오르는 녀석들과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산을 내려오며 우리는 각자의 기억 속에 저장된 반딧불이를 나누어본다. 기억을 교류한다는 건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과 같다. 어쩐지 조금 건조한 말투가 아이를 향해 꼬닥꼬닥 걸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시종일관 사랑을 머금은 질문으로 답한다. 질문이 답이고 말이 사랑인 아이에 달콤하고 보드라운 마음이 여름 볕보다 더 찬란하게 반짝인다. 표정이 지워진 얼굴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사랑을 주세요. 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눈빛이 선명하게 비친다.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여름 은 아이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최대치를 넘어, 감당할 수 없는 부피의 사랑을 덜컥 안기며 책장을 덮고도 한참을 벅찬 마음에 공명이 맴돌게 한다.태어나고, 자라고, 배우고, 사랑하고, 떠나는_인생의 과정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언어로 전달하며 독자로 하여금 마음속에 잠시 멈춰둔 과거의 시간을 다시 재생시킨다. 더없이 목가적인 풍경을 연거푸 펼쳐보며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껴본다. 그리고 내가 느낀 안온함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닿았으면 한다. 손에 잡힐 듯 낮게 내려왔던 구름이 차츰 높게 떠오르듯 곧 가을이 온다는 하늘의 신호에 화답하는 책을 만났다 #창비 #호수네그림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