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벅참이었다면 호수에겐 버거움이었음을 철저히 차치했다. 나만큼 울지 않고 나만큼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서 온전하리라 믿어버려서는 안되는거였다. 첫 이별이었고, 첫 죽음이었고, 첫 아픔이었다. 모든게 처음이었고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감정도 처음이었다. 애미 된 자가 어떻게 그토록 말갛게 모른척을 했는지 내가 한심스러웠다. 매일 밤 아이는 불안에 휩싸였다. ‘엄마가 할아버지처럼 불치병을 얻게 되면 어쩌지? 산이 불타서 우리 집까지 태운다면? 아빠가 죽는다면? 에코가 안내견 시험에 떨어진다면?’ 식의 가정이 자신의 생각주머니를 잠식한다고 했다. 불러 들이지 않았는데 이미 도착해있었고 걷어내려 할수록 옥죄어왔다. 과부화가 오면 멀미가 난듯 속이 울렁거리고 매쓱거리고 배가 아팠다. 호수는 그렇게 매일 불안의 늪에 빨려 들어갔다. 울다 토하는지 괴로워 토하는지 섭식장애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냉동인간이시후 도 호수의 상념에 도화선을 당기는 책이었다. 책읽는 두어시간을 내리 울었다. “내가 뭐랬어. 내가 뭐랬어”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다. 나는 반대로 “그러게 뭣허러 봐 뭣허러 봐” 했다. 영원할 거 같았던 세계가 와장창 깨진 녀석에게 냉동인간은 영원을 다시 안겨줄 소재가 되리라 예상한거 같았다. 하지만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거니와 점점 더 기대했던 바와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자꾸만 자꾸만 슬퍼진거 같았다.이 책은 냉동된 지 40년 만에 해동이 된 열두살 이시후의 다시 쓰는 삶을 조명하는 이야기니 말이다. 일일이 말로 다 꺼내어 놓진 않아도 호수는 무한한 것과 소중한 것 사이를 왕복하며 ‘지금 이 순간’을 세겼을 것이다. 시간을 역주행 하고 세월을 거스르는 것이 진정한 삶의 존속인가에 대해 되묻기도 했을테고 나는 #냉동인간이시후 를 덮으며 작년 한해 우리가 찍어온 마침표가 여러 의미에서 영원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새롭게 시작됐다. 불멸보다 중요한건 지금 이 순간의 삶이며, 그 삶을 어떻게 기록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요즘의 나를 마주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마지막레벨업 #윤영주작가 #어린이책추천 #어린이책 #창비
“여자 친구들 중에서 남자 친구들과 아예 섞이지 않는 부류도 있어요. 구분 없이 모두와 잘 지내는 건 호수의 장점이에요. 하지만 A와의 관계에 있어서는...호수가 절대 이길 수 없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어가 달라서에요. 일상의 언어도, 놀이의 언어도 달라요. 예를 들면 B는 남자이지만 호수와 투닥거려도 그 둘은 양방향이에요. 그러니 감정적으로 나아가진 않죠. 그런데 A와는 편도에요. A가 시작하고 A가 마무리를 짓죠. 호수는 약이 오르다 못해 씅이 날거에요(다시 한번 폭소!!)”나는 진즉에 그 둘은 합의점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A가 작년부터 호수를 좋아하고 있음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비겁한 방법으로 호감을 표하는 걸 “너가 좋아서 그래~” 라고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담백하고 순수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기술이 부족해서 라는 것을 알지만 그 부족함을 괴롭힘으로 표현 하는 것을 괜찮다 할 순 없었다. 합당하지 않은 것을 부족하단 이유로 정당화 하는 건 싫었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의 결말이 좋았다. 결국은 #냄새나는빨대 를 이용해 마음을 얻지 않은 주인공의 선택이 기특했다. 아니, #냄새나는빨대 를 이용해 어떤 누구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택을 하지 않은 현명함이 좋았다. 사실 마음이란 편법을 써서 얻을수 없을뿐더러 마음이 소유의 개념이 아님을 지혜롭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쏙 들어온다. 의식하고 의도하여 행하기 보단 선택의 기로에서 선의를 베푸는 것으로 내게 주어진 카드를 사용하는 주인공 #푸름이 순수함을 높이사고 싶었다. 우리는 자칫 왜곡된 표현으로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럴 땐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라고 한다. ‘그런 뜻’ 안에 숨겨진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함에 대해 말하는 책을 만났다 #키큰도토리
“엄마, 요새 말이야. 나는 요즘 말이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좋아. 상상 같은 이야기보다 말이야. 그래서 #당근이세요 가 좋았어!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읽으면 위로가 돼. 우리와 꼭 닮은 이야기가 아니라도 말이야.” 호수의 짤막한 감상평과 김중미 작가님의 추천사가 이어진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톤에 덤덤한 이야기들이 내 등에 들쳐 업힌 보따리 속 가장 큰 돌멩이 하나 덜어준다. 누구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았다. 반항에 데굴 데굴 구르는 소년소녀가 등장 하지도 않았고 불운한 신파적 요소도 없으며 주인공을 동굴까지 밀어 넣는 명분이 될 만한 배경도 없다. 이 책이 누구에게나 가 닿을 수 있는 이유이자 이 책을 선택해야만 하는 구실이다. 우리는 크고 작게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무겁고 가벼운 숙제를 풀어가며 꼬닥 꼬닥 걸어가듯 산다. 급한 날은 잰걸음으로 어떤 날은 황새걸음으로! 당연하고 보통의 이치를 일정한 어조로 들려주는 이 책은 적당히 미지근한 보리차 같다. 괴로움과 그리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미련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죄책과 자책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나 살자고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 같아 자처해 붙들려 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누가 떠밀지도 않았는데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 끝장을 내자는 심산으로 기어서까지 바닥을 찾아 들어가는 스스로가 지겨웠던 참에 이 책을 만났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수고스럽게 일일이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외롭고 불안한 것을… 어지간히 볶아댔다.‘너 뭐 그리 특별나다고 유난이냐 나대지 말고 고요하게. 네게 주어진 일상을 받아 살라.’ 는 메아리가 울린다. ‘사연 없는 사람 없고 고생 안한 사람 찾을래면 없지.’ 그렇게 메아리를 돌려보낸다. 산 사람이 살아지는냥, 내일의 태양이 뜨는 냥, 고독하지만 흥겹게 외롭지만 다정하게. 넘 일을 넘 일 보듯하지 않고 살자고 다짐한다 #표명희 #창비 #당근이세요
아빠와 병원 로비로 산책을 나갔다. 건강한 사람에게 그 정도 거리를 산책이라 하진 않겠지만 병상에서 보내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아빠에겐 로비 외부에 마련된 쉼터까지 바람을 쐬러 나가는 것도 산책의 일종이었다. 아빠는 나와 내가 가져가는 간식을 기다렸고 나는 다행히 도시락 싸기를 좋아했다. 그날은 바람이 선선하여 챙겨간 간식 도시락을 쉼터에 펴놓고 먹기로 했고 썰어간 수박을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드시는 아빠를 넋 놓고 보고 있는 그때였다. 드릉드릉 소리를 내며 배달 오토바이 한대가 쉼터쪽으로 다가왔고 때마침 맞은편 병원 로비에서 부터 수액 거치대를 끌며 회색 비니를 쓴 소녀가 힘겹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녀의 혈관으로 모이는 여러개 수액의 무게만 해도 몇키로는 될거 같았다. 소녀는 배달음식을 받아들며 아빠가 도시락 통을 열 때 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윽고 도착한 소녀의 엄마도 소녀가 먹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마치 좀전의 나처럼. 작년 한해, 우리 가족은 입원실이 갖춰진_(옛날말로)큰 병원에 몹시도 자주 오가게 됐다. 병을 가소롭게 여기고 집에서 버티고 앓다가 병이 커질대로 커져서 병원에 갔다. 같은 방을 쓰는 환자가 몇번 바뀌는 동안에도 우린 병실을 떠날 수 없었다. 우리집 아이도 그랬고 아빠도 그랬는데, 불운한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닥친 이 위기가 최악을 아닐거라 낙관했다. 의료파업 중에 우리에게 허락된 입원실과 의료진이 있어서 다행이었고, 마침 직장이 없어서 딸 아이도 아빠도 챙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사려 깊은 직원분들 덕에 불안하지 않은 병원 생활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날카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병동사람들이 다행이었다. 엄마는 오랜 간병에도 다인실을 고집했는데, 숨소리까지도 칸칸이 공유가 되니 그것 때문에 조심스럽긴 해도 쓸쓸하진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엄마는 내게 도시락을 가져올 때 간호사 선생님과 옆 침대 보호자들의 주전부리를 부탁했다. 다행인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니 다행인 것을 찾는 편이 나았다. 병실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와 보호자의 감각은 뭉툭해져 갔지만 우리는 불안함을 안도감으로 바꾸는 긍정 사탕 한알씩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살살 녹여서 단맛을 본 후엔 다시 아껴두는 알사탕 처럼_아빠는 나를, 엄마는 간호사+복지사선생님을, 내 아이는 병원 도서관을. 더 정확히는 도서관에 꽂힌 많은 만화책을. 그리 여겼다. 타의적으로 꾸려진 병실 공동체 속에서 저마다의 희망 오아시스를 품고 살았다. #4x4의세계 의 가로세로도 그랬다. 이곳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손꼽기 보다 병원이란 배경 속에서도 기쁨을 찾는 현명한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바람이 되어 안긴다. 우리는 기대어 자생한다. 삶에서 만큼은 기대어 사는 것과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은 반대가 아니라 동의어다. 그곳이 어디든 각자 살고 함께 산다. 이 책은 이토록 당연한 이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효능감과 효용감, 효율을 중시하며 담고 채우는 것이 익숙해져버린 우리에게 어린이 병동이란 제한적 공간이지만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의 모습에서 우리는 근본적이고 원초적 마음에 다가가 볼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에피소드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화된 우리는 책을 덮고 한동안 멈춰서 마음을 다듬었다 #조우리 #창비 #호수네책 #호수네책이야기
매일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배우고 있다. 물론 가끔은 상황보다 더 크게 소용돌이 치는 감정에 압도 당하기도 한다. 여즉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언어가 나를 삼키고 끌어 당긴다. 친구가 안부를 물어 올 때에 현재 상황을 꺼내놓는 것이 버거운 줄로만 알았는데 소식을 나누는 자체보다도, 내 안에 해체되지 않고 결박된 감정을 풀어놓기가 어려운 것이다. 호도하기엔 거대하고도 까다로우며 생경한 감정과 씨름 한다. 그런 와중에 도착한 귀여웁고 풋풋한 이 책 덕분에 시들어 버린 감정이 고개를 든다. 투명하고 푸릇한 장면이 영상이 되어 돌아간다. 마치 4D 영화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짙은 풀 향기와 상쾌한 바람이 살 곁에 닿는듯 하다. (쓸대없이 진지한 구석이 있어) 내 안에 복작댐은 확대해서 느끼지만 그것을 정연하게 꺼내 놓는 것은 서툰 나를 이 책은 올해 가장 감정적으로 모호하고도 애잔한 순간으로 다시금 돌아가게끔 해주었다. 생후7주 강아지를 품에 안던 날과 그 친구와 교감하며 움텄던 순수한 마음들_꼼꼼하게 뭉쳐서 넣어둔 그 시간에 문이 열린다. 킁킁 대며 긁어보고 맡아보고 핥아보던 녀석의 호기심, 나의 마음을 헤아리는듯 귀담아 들으려 갸우뚱 거리던 고개와 눈망울, 모든 것이 해제 되던 그 순간들을 #알고싶어네마음 과 함께 따라가본다. 사랑, 모든 찰나가 처음 느끼는 결에 사랑의 감정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도 커서 내 안에 많은 충돌이 있었다. 그래서 내 사랑은 매일이 갸륵했고 애석했다. 이제서야 글이나 말이 아닌 교감의 언어를 통해 보다듬었던 시간에 무게추를 달아본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다섯가지 감각 그 이상을 사용하여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마음의 온전함을 찾아가려 애쓴다. 숨, 체온, 몸짓, 향기에 배인 사랑을 느껴본다. 아직은 마음의 부피를 다 가늠하지 못하는 모두에게 서툴지만 소탈하게, 완벽하지 않지만 정직하게 마음을 바라볼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