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돌아가지 않고 ㅣ 신나는 새싹 204
스테파니 드마스 포티에 지음, 톰 오고마 그림, 이정주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9월
평점 :
빛이 보이는 통로가 단 한곳도 없는 것 같을 때 얼마나 나약한가를 실감한다. 동시에 나의 비겁함을 확인한다. 학교에 오지 않은 담임 선생님께 ‘동참하지 않은 제가 감히 이렇게 말씀 드려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이라는 서문으로 응원에 문자를 보내고 뒤돌아 통탄스러웠다. 순기능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무력감은 내가 글로 내 마음을 변명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문에 당도하게 했다. 물론 적극적 피력이 아니래도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스스로를 인정하기란 참 쉽지가 않았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다 책임질 수는 없어. 하지만 한 번의 미소, 한 번의 눈길, 아주 작은 행동이어도 괜찮아. 그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아.” 라는 문장이 과연 최선의 답변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내 수긍 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미약하고, 소극적이래도 사회 구성원으로 행동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복기했다.
어릴 적 시내에 가면 음악을 틀고 플라스틱 통 하나를 밀며 가는 분들이 계셨다. 어떤 어른들을 저건 다 조작이고 연출이라며 혀를 차며 말하곤 했는데,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타인의 상황을 지탄하는 어른들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용돈을 기꺼이 그 통에 넣을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건 시간이 흘러 미디어를 통해 목도해도 다르지 않았다. 빈곤으로 일상 조차 어려운 사람들을 보는 마음은 불쌍함 그 즈음에서 머무를 뿐 나서서 도울 실천을 하진 않았다. (불쌍하다는 말을 섣불리 쓰는 것을 금기하라 배웠지만 대체할 표현이 딱히 없었다)
#돌아가지않고 는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서 만나는 빈민 모녀를 향한 아이의 감정을 낯설음, 불편, 불안, 미안함, 동정, 슬픔 등 여러 단계로 나누어 표현하며 빈곤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며 변화되는 내 감정도 직시할 수 있게 한다. 거리에 삶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그리 되었는지 짐작해보고 구할 방법을 찾기 이전에 폐목과 외면이 우선 되어버린 사회가 그들을 더욱 후미진 곳으로 숨어들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곳곳에서 존엄을 외치지만 보호 받을 권리를 차등적으로 부여하고 있진 않는지도 짚어보게 된다. 더하여 이 책을 읽고 용기란 무엇인지, 마음을 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면 좋겠다. 돌아설 수 없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따뜻한 마음에 응답하는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