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디지털 교과서 라임 주니어 스쿨 21
로맹 갈리소 지음,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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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테이블에 아이들은 부모가 식사를 마칠 동안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데 왜 나만 지루함을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버텨야 하는지 묻는 것이 당연했다. 어찌보면 왜? 라는 의문을 갖지 않는 것이 이상할만큼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는 우리 삶에 깊숙하고 넓게 베어있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인데,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디지털 기기를 제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질문은 내가 받아야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고압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대 상한선에 도착했다는 것도 어림잡아 알고는 있다.

다만 허용 이전에 주체적으로 미디어를 접하고 콘텐츠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느꼈고 그래서 이런 대화가 가능해지는 시점까지 기다렸다는 것이 나의 변명이다. 그런데 다행히 아이가 잘 따라와주었고 몇차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카카오톡 단체톡이나 오픈채팅방의 위험성, 개인정보의 범위, 가짜뉴스에 대한 분별 등을 배우며 핸드폰 운용의 범위를 늘려가고 있는 와중에 #어린이를위한디지털교과서 라는 책을 마침 만나게 되었다.

명료하고 신박하지만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디지털기기의 역사와 정의는 물론 그로인해 급성장과 급변화를 반복했을 현대사를 시간에 흐름에 따라 들을 수 있다. 생활 속 어떤 부분에 사용되어 왔고 사용되고 있으며 그것으로 새로운 시대를 살게 된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녹아있는 디지털에 대해 면밀하게 파고드는 것으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진화되는 기기와 시스템의 쓸모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것을 건전하게 현명하게 다루어야 하는 존재가 ‘우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책을 통해 디지털 감수성과 디지털 기초소양 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라임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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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게 라임 그림 동화 33
이렌 코엔-장카 지음, 엘자 오리올 그림,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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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걸음으로 열보 남짓 거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엄마, 언제와?” 라고 물었다. 찰나의 순간에 내게 확인 받고 싶은 사랑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에 할일을 멈추고 일어나 다가가서 조금만 더 서로의 시간을 갖자고 다정하게 말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끈기를 갖고 본인의 시간에 집중하길 바라는 말을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만 빨리 끝내놓고 네게 갈테니 너의 일을 하고 있으렴!’ 이런식의 문장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인내심을 종용하고 나서야 내 게으름이 아이 마음 속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웠을거라 깨닫는 서투른 엄마에게 사랑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해기간을 만들어 주는듯한 #언제까지나네곁에있을게 를 함께 읽으며 직접적인 증명과 안정감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본다.

"엄마는 절대로 날 떠나지 않을 거죠?"
"엄마는 절대로 널 떠나지 않아. 엄마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진짜란다." 라는 엄마의 답변은 아이 마음에 스민 불안을 떨칠 수 있는 답이 되지 못한다. 부모가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가정으로 점철된 마음에 두려움을 증폭시킬 뿐이다. 정서적 공백을 의도하는 부모는 결단코 없을테지만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의 형태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하고 작은 점이 구멍이 되어 사랑이 새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지금 시기에 내 역할은 함께 손을 잡고 학교까지 걸어가주면 좋겠다는 말에 기꺼이 그러겠노라 응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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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빛깔 월요일 - 온두라스의 이동 도서관 이야기 도토리숲 그림책 8
넬슨 로드리게스.레오나르도 아구스틴 몬테스 지음, 로사나 파리아 외 그림, 김윤정 옮김 / 도토리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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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취약계층’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 적절한 대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독서에 취약하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책을 구매할 여력이 없다는 것인지, 문맹으로 독서를 할 수 없다는 것인지 혹은 지리적 여건이 도서관이나 책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인지 퍼즐이 잘 맞춰지지 않았다. <책 읽어주는 사람>교육을 받으면서 책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인구를 지칭하는데 책과 긴밀하게 이어질 수 없는 무수한 이유 중 양육소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과 멀어지지 않게 돕는 양육자가 부재한(생계 등의 이유로)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자들이 돌봄교실이나 기관을 찾아 그저 읽어 주는 역할만 대신해주어도 책과의 단절을 예방할 있다고 한다.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요일에 읽어주는 봉사자를 만나는 경험은 단순히 책이란 물성이나 읽는 행위를 뛰어 넘는 힘을 가진다. #무지개빛깔월요일 등장하는 소년 루이스가 매주 월요일에 온두라스를 찾아오는 이동도서관을 기다리는 마음과 흡사하지 않을까? 책은 지역민들의 진한 연대와 교류를 통해 무채색의 마음에 색이 물들어가는 찬란한 여정을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슬픔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 소년의 소망이 현실로 뿌리내릴 있게 함께 염원하게 되는 책을 만났다 #도토리숲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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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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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에 끝자락 즈음이면 빨리 반이 바뀌길 바랐다. 세개의 반으로 구성된 한 학년은 바뀌어 봤자 3분의 1은 다음 학년에도 같은 반에 편성되는 처지였다. 그래도 1년 더 복작대며 으르렁 댈 생각을 하면 눈앞이 깜깜했다. 사회성이 턱 없이 부족했던 내게는 늘 앙숙관계의 친구를 생기기 마련이었고 새 학기마다 외톨이를 자처하곤 했다. 반골기질에 미움받을 용기가 싹튼건 그때부터 였던거 같다. 덜그덕 거리는 빈수레의 바닥이 드러나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인 편이 나았다. 오인을 해명하기 보단 외로움을 선택한 문병욱이처럼 말이다.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하고 퐁신퐁신한 아이들 세상은 만지는 사람의 온도에 따라 쉬이 녹아버리기도 뭉쳐져 단단한 결정이 되기도 한다. (후후 불면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작은 뭉치로 출발했던 말들은 구르고 굴러 큰 덩어리가 되고 그 덩어리가 어떤 결말에 도착할지 미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말을 옮기기에 바쁘다. 입말의 파장의 무서움을 처음 경험하는 장소는 교실 안이 아닐까 싶다. 고독을 받아들이게 된 친구에게 다가가는 용기보다 더 눈여겨 봐야 할 점은 그릇된 말에 휩쓸리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려 하는 화자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소문이 부피를 부풀리는 속도 만큼이나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작은 힘이 또 다른 결에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담긴 #우리반문병욱 을 통해 자라는 과정에서 결속을 어떻게 배우는지 엿볼 수 있다. 매일 몇시간씩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같은 학급 속에서 아이들에게 <우리>란 어떤 의미일까? 반드시 모두와 친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는 모양이 다른 타인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아량을 배워가길 바라게 하는 책을 만났다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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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지 않고 신나는 새싹 204
스테파니 드마스 포티에 지음, 톰 오고마 그림, 이정주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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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보이는 통로가 단 한곳도 없는 것 같을 때 얼마나 나약한가를 실감한다. 동시에 나의 비겁함을 확인한다. 학교에 오지 않은 담임 선생님께 ‘동참하지 않은 제가 감히 이렇게 말씀 드려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이라는 서문으로 응원에 문자를 보내고 뒤돌아 통탄스러웠다. 순기능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무력감은 내가 글로 내 마음을 변명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문에 당도하게 했다. 물론 적극적 피력이 아니래도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스스로를 인정하기란 참 쉽지가 않았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다 책임질 수는 없어. 하지만 한 번의 미소, 한 번의 눈길, 아주 작은 행동이어도 괜찮아. 그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아.” 라는 문장이 과연 최선의 답변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내 수긍 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미약하고, 소극적이래도 사회 구성원으로 행동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복기했다.

어릴 적 시내에 가면 음악을 틀고 플라스틱 통 하나를 밀며 가는 분들이 계셨다. 어떤 어른들을 저건 다 조작이고 연출이라며 혀를 차며 말하곤 했는데,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타인의 상황을 지탄하는 어른들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용돈을 기꺼이 그 통에 넣을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건 시간이 흘러 미디어를 통해 목도해도 다르지 않았다. 빈곤으로 일상 조차 어려운 사람들을 보는 마음은 불쌍함 그 즈음에서 머무를 뿐 나서서 도울 실천을 하진 않았다. (불쌍하다는 말을 섣불리 쓰는 것을 금기하라 배웠지만 대체할 표현이 딱히 없었다)

#돌아가지않고 는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서 만나는 빈민 모녀를 향한 아이의 감정을 낯설음, 불편, 불안, 미안함, 동정, 슬픔 등 여러 단계로 나누어 표현하며 빈곤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며 변화되는 내 감정도 직시할 수 있게 한다. 거리에 삶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그리 되었는지 짐작해보고 구할 방법을 찾기 이전에 폐목과 외면이 우선 되어버린 사회가 그들을 더욱 후미진 곳으로 숨어들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곳곳에서 존엄을 외치지만 보호 받을 권리를 차등적으로 부여하고 있진 않는지도 짚어보게 된다. 더하여 이 책을 읽고 용기란 무엇인지, 마음을 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면 좋겠다. 돌아설 수 없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따뜻한 마음에 응답하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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