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용감하다 #찌질한 녀석들 열림원어린이 창작동화 5
박현숙 지음, 해랑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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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샵 앞을 쉬이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에 손을 이끌고 매몰차게 그곳을 벗어난다. 품종 계량과 불법 번식으로 태어나 투명벽 너머 작은 아크릴 상자와 같은 곳에서 지내다 돈을 내는 사람이 있어야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강아지들. 이런 배경은 모른채 작고 작은 강아지들이 보고 싶은 아이에게 ‘현실을 꼭 들려줘야만 할까?’ 잠깐 멈칫했다가도 자처해서 냉정해지는 편이다.

주위에 펫샵에서 강아지를 분양 받았다는 사람들에 이유를 들어보면 한편으론 수긍이 되기도 한다. 길고 짧든 이전에 시간과 상처가 있는 유기견들을 입양한다는 것이 분양과 왜 다른지, 왜 더 큰 결심이 필요한지. 그리고 왜 꺼려지는지 까지도 어렴풋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사지 않고 입양해야 하나요?”라는 말에 응당한 답을 해줄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진정한 동물권이 무엇인지 계속 질문할 것 같다.

상실의 늪에 빠진 감정은 통제력을 잃는다. #개는용감하다 속 보호소 강아지들끼리의 다툼과 혼란은 상실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매일 내게 밥을 주고, 함께 산책하던 가족과 이별했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담담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되려 비정상적이지 않은가. 그들에 현실은 구조되어 보호시설에 살게 된 강아지이지만, 사랑받았던 기억 속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고 상대보다는 덜 찌질해보이려 애쓴다. 버려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초라해질 용기는 잘 생기지 않는 강아지들에 이야기를 읽다보면 용감함은 내제된 것이 아니라 찰나에 발휘되는 지혜이자 판단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과 얽혀지내는 모든 동물들이 용감하고 행복하길 #열림원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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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떠돌 떠돌 씨
신은숙 지음 / 미세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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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잡을 수 없이 위태로운 시절이 있었다. 곧 폭발할 것처럼 불안해서 스스로를 가만히 두지 못하던 때. 나 역시 #떠돌씨 처럼 무작정 짐을 꾸려 떠났다. 그때의 나를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니 ’볶아치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늘상 상기된 상태로 술렁이는 자신을 계속해서 볶아쳤다. 그럴수록 불안과 두려움은 비대해져갔고 떠나는 것만으로는 근본에 머물러 있는 그것을 찾을 수 없었지만 종착지도 없이 걷고 또 걷고 계속해서 걸었다. 껍데기를 떨치고 알맹이를 찾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허영과 치기를 털어내야 허구의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답에 다다랐을 때에서야 떠도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 나는 나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확신의 열쇠는 스스로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 연민에 빠져 버린 영혼은 쉽게 그 열쇠를 찾아내지 못한다. 그때엔 나를 판단하지 않고 흔들리는 바위에 작은 돌을 괴듯 등을 맞대줄 존재가 한명만 있어도 깊은 우물에서 뛰어오르지 못할 때 밧줄을 내려주는 것과 같은 힘을 얻는다. 언제든 각자가 흔들릴 때에 주춧돌이 되어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신의의 관계가 있다는 건 살아가는데 너무도 큰 힘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는 독자 모두의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면 좋겠다. 가지와 잎이 나부끼는 중에도 목대와 뿌리는 더더 깊이 땅을 향해 파고들고 있길 바래본다 #신간 #떠돌떠돌떠돌씨 #신간그림책 #미세기신간 #미세기 #미세기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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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친구 돌개바람 58
이소풍 지음, 은돌이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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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기대어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쿵짝이 맞는 관계가 되기까지 소비되는 에너지와 그 관계가 합이 맞게 굴러가는 정도에 안착되기까지 에너지의 합을 계산해보면 친구가 된다는 것은 꽤나 녹록하지 않은 과정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건 마음에 녹이 쓸어버린 내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아이는 참 스스럼이 없다. 곁을 내어줄 만반에 준비가 되어있는듯 보인다.

하지만 그런 녀석도 이 책을 덮으며 이런 말을 남겼다. “엄마 사실,, 이 책의 제목처럼 모두가 친구가 될 수는 없어. 나만해도 모두와 잘 맞을수는 없더라고.. 어떤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어울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하지만 #모두가친구 라는 책의 뜻이 무엇인지 알 거 같아. 물론 내가 이 친구들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생긴 모습과 성격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달라도 마음에 거리가 가깝다면 그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뜻 같아.”

#모두가친구 에서 세편의 이야기는 친구가 되는 다양한 과정들을 통해 누구나 기꺼이 친구가 될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꼭 서로간에 교집합이 존재해야만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이 스미듯 쌓이고 틈을 채워가듯 마음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맞닿아 있는 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때에 비로소 친구가 됐다고 느낀다. 물론 나는 이 또한 영원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친구와의 지난 시간을 반짝이는 보석처럼 소중하게 간직하는 아이에게 과거의 시간에 매달려 있기 보다 현재의 추억을 꾸리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길 바란다는 충고를 하곤 한다. (원론적 조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럴까, 나는) 다행히도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며 과거에 진하게 우정을 나눈 친구를 떠올렸고, 자신에 반쪽과도 같은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품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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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기분 다산어린이문학
재럿 러너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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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두려워. 놀리지 마! 라고 말하면 뭐라고 하는줄 알아? 싫어. 놀릴거야! 이렇게 말을 해. 그럼 말문이 막혀.” 그렇다. 무논리로 진격하는 상대는 답이 없다. 그런데 아이의 말 중에 <두렵다>라는 표현에서 이 놀림이 주고받는 장난이 아니라 폭력으로 느껴진다. 이미 2년 전에 상스러운 말로 내 아이를 부르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하고선 곧장 상대방 아이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사과를 받았던 전적이 있기에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먼저 아이에게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쪽지를 썼는데 보는 자리에서 찢어버렸고 이 상황을 본 증인도 몇명 있었지만 아직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보지 않았기에 다음번엔 선생님께 가서 도움을 구하는 것부터 해보겠다고 했다.

아이는 ‘왜 얘가 나를 타겟팅 한 것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가까이에 있던 00이는 나와 친한데 그 상황에 왜 나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자꾸 배신감이란 감정과 연결되는데 그것이 마땅한지 물었다. 아이에 마음에 상처가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아이는 자기 객관화부터 시작했다. 스스로가 만만하게 보였다는 판단을 내렸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결말이 쓰여지지 않은 현재진행형 상태이지만 두려움과 배신감으로 얼룩진 마음을 돌파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책은 한 아이의 내면성장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오동통한 나의 몸과 제어되지 않는 식욕이 못마땅했던 과거의 나를 마주하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무너졌다가 쌓았다가 또 무너지길 반복하면서 다져지고 견고해지는 마음에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서사를 통해 우리가 진정 허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이 일기장을 덮을 때 즈음엔 타인과 어울어져 살아야 하지만 버무려진 채 살진 말아야겠단 다짐을 해본다. 위태롭지만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고독한 시간들 안에서 상처와 회복을 수차례 거치며 마음을 다져가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을 스리살짝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비롯한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비하하지 않기로 약속하자 #다산북스 #다산어린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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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테, 넌 누구니? - 2023 독일 청소년문학상 아동 도서 부문 수상작 신나는 새싹 215
타냐 에쉬 지음, 이기숙 옮김 / 씨드북(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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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장을 열었다. 중구난방 뒤엉켜 있는 봉지들이 거슬린다. 살림 쇼핑몰에 들어가서 수납함을 장바구니에 잔뜩 담았다. 작년에 ‘나’였다면 줄자를 먼저 들었을 것이고, 주문한 정리도구들이 도착 할때까지 어찌 효율적으로 자리를 잡아줄지 궁리하며 기다렸을테지만 오늘의 ‘나’는 다시 한번 상부장과 하부장을 번갈아 열어본 후, 장바구니에 담았던 것을 모조리 삭제했다. 그러고나니 평평한 자리만 있으면 뭐든 올려놓게 된 지금에 내가 보였다. 너저분하게 어질러진 공간이 꽤나 거슬리지만 마음의 눈을 질끈 감아본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진 내가 참 재미있다. 그러니 우습게도 40년간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여정 속에 있다.

작년에 나와 지금에 내가 다르다. 1월과 2월이 달랐고 5월을 목전에 둔 지금에 나는 또 달라졌다. 두어달이 넘게 마음을 괴롭히던 질문들이 차차 정리 되어가고 있다. 결여되어 있던 평정심과 따듯함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까칠하고 뾰족한 마음을 사포질 해볼까 한다. 생각이 바뀌니 시선에 방향과 시야의 폭이 달라졌다. 매일에 내가 다르다. 이름도 외모도 역할도 달라진 것이 하나 없지만 마음에 무게를 증량하였더니 내가 너그러운 사람이 된것만 같다. 이렇듯 우리는 축과 본질을 잘 지켜내면서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스쳐가는 찰나 역시 나 자신이지만 그것이 나를 설명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상냥하지만 다정하진 않은데, 친절한 모습만 본 사람들은 나를 외향형으로 오인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나의 일부분이니 재정의 내리려 애쓰진 않는다. 외부적인 자극보다는 내면에 동요가 생길 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자아를 찾아내려 안간힘을 쓰는 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어떤 지점에서 주인공 바베테와 나 사이 평행이론을 발견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만약 아직 읽지 않았다면 그 질문을 향해 다가갈 것이다. 어디에 있어도 정체성을 혼돈하지 않는 것, 흔들림 없는 주체적 자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바베테넌누구니 이 책은 타인에 의해 명명되게 둘 수는 없는 내 자신에 대한 소중함도 함께 전한다. 이 책의 말미에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정의 내릴 수 있어야만 존재의 불안함을 끊어낼 수 있는것일까?’ 우리는 내내 누구인지 질문하며 성장하고 또 변화하고 있을것이다 #씨드북 #그래픽노블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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