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테, 넌 누구니? - 2023 독일 청소년문학상 아동 도서 부문 수상작 신나는 새싹 215
타냐 에쉬 지음, 이기숙 옮김 / 씨드북(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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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장을 열었다. 중구난방 뒤엉켜 있는 봉지들이 거슬린다. 살림 쇼핑몰에 들어가서 수납함을 장바구니에 잔뜩 담았다. 작년에 ‘나’였다면 줄자를 먼저 들었을 것이고, 주문한 정리도구들이 도착 할때까지 어찌 효율적으로 자리를 잡아줄지 궁리하며 기다렸을테지만 오늘의 ‘나’는 다시 한번 상부장과 하부장을 번갈아 열어본 후, 장바구니에 담았던 것을 모조리 삭제했다. 그러고나니 평평한 자리만 있으면 뭐든 올려놓게 된 지금에 내가 보였다. 너저분하게 어질러진 공간이 꽤나 거슬리지만 마음의 눈을 질끈 감아본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진 내가 참 재미있다. 그러니 우습게도 40년간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여정 속에 있다.

작년에 나와 지금에 내가 다르다. 1월과 2월이 달랐고 5월을 목전에 둔 지금에 나는 또 달라졌다. 두어달이 넘게 마음을 괴롭히던 질문들이 차차 정리 되어가고 있다. 결여되어 있던 평정심과 따듯함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까칠하고 뾰족한 마음을 사포질 해볼까 한다. 생각이 바뀌니 시선에 방향과 시야의 폭이 달라졌다. 매일에 내가 다르다. 이름도 외모도 역할도 달라진 것이 하나 없지만 마음에 무게를 증량하였더니 내가 너그러운 사람이 된것만 같다. 이렇듯 우리는 축과 본질을 잘 지켜내면서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스쳐가는 찰나 역시 나 자신이지만 그것이 나를 설명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상냥하지만 다정하진 않은데, 친절한 모습만 본 사람들은 나를 외향형으로 오인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나의 일부분이니 재정의 내리려 애쓰진 않는다. 외부적인 자극보다는 내면에 동요가 생길 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자아를 찾아내려 안간힘을 쓰는 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어떤 지점에서 주인공 바베테와 나 사이 평행이론을 발견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만약 아직 읽지 않았다면 그 질문을 향해 다가갈 것이다. 어디에 있어도 정체성을 혼돈하지 않는 것, 흔들림 없는 주체적 자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바베테넌누구니 이 책은 타인에 의해 명명되게 둘 수는 없는 내 자신에 대한 소중함도 함께 전한다. 이 책의 말미에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정의 내릴 수 있어야만 존재의 불안함을 끊어낼 수 있는것일까?’ 우리는 내내 누구인지 질문하며 성장하고 또 변화하고 있을것이다 #씨드북 #그래픽노블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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