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기분 다산어린이문학
재럿 러너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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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두려워. 놀리지 마! 라고 말하면 뭐라고 하는줄 알아? 싫어. 놀릴거야! 이렇게 말을 해. 그럼 말문이 막혀.” 그렇다. 무논리로 진격하는 상대는 답이 없다. 그런데 아이의 말 중에 <두렵다>라는 표현에서 이 놀림이 주고받는 장난이 아니라 폭력으로 느껴진다. 이미 2년 전에 상스러운 말로 내 아이를 부르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하고선 곧장 상대방 아이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사과를 받았던 전적이 있기에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먼저 아이에게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쪽지를 썼는데 보는 자리에서 찢어버렸고 이 상황을 본 증인도 몇명 있었지만 아직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보지 않았기에 다음번엔 선생님께 가서 도움을 구하는 것부터 해보겠다고 했다.

아이는 ‘왜 얘가 나를 타겟팅 한 것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가까이에 있던 00이는 나와 친한데 그 상황에 왜 나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자꾸 배신감이란 감정과 연결되는데 그것이 마땅한지 물었다. 아이에 마음에 상처가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아이는 자기 객관화부터 시작했다. 스스로가 만만하게 보였다는 판단을 내렸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결말이 쓰여지지 않은 현재진행형 상태이지만 두려움과 배신감으로 얼룩진 마음을 돌파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책은 한 아이의 내면성장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오동통한 나의 몸과 제어되지 않는 식욕이 못마땅했던 과거의 나를 마주하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무너졌다가 쌓았다가 또 무너지길 반복하면서 다져지고 견고해지는 마음에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서사를 통해 우리가 진정 허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이 일기장을 덮을 때 즈음엔 타인과 어울어져 살아야 하지만 버무려진 채 살진 말아야겠단 다짐을 해본다. 위태롭지만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고독한 시간들 안에서 상처와 회복을 수차례 거치며 마음을 다져가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을 스리살짝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비롯한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비하하지 않기로 약속하자 #다산북스 #다산어린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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