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과 욕망의 화신인 듯한 사카르와
금고지기처럼 보이는 군데르만의 대비
(돈은 모은 만큼이 재산일까, 쓴 만큼이 재산일까.)
둘 사이에서 들끓는 사람들의 역동이 사실적이어서 감탄하며 읽게된다.
"아버지가 도처에서 돈이 쏟아지기를 바란다면, 어떤 샘에서도 돈을 퍼올린다면, 그것은 돈이 자기 집에서 격류처럼 흘러다니는 것을 보기 위해서이고, 돈이 가져다주는 사치, 쾌락, 권력을 즐기기 위해서죠...정말 그렇다니까, 아버지는 핏속에 그런 게 있어요. 아버지는 우리를, 당신과 나를, 그 누구라도 팔아치울겁니다. 만일 우리가 시장에서 거래된다면...아마 몰염치하고 우월한 자로서 그렇게 할 텐데, 왜냐하면 아버지는 정녕 돈의 시인이니까요." - P307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의식을 펼치며 육만 명의 박람회 출품자들에게 보상을 나눠주고, 파리에게 불타는 영광을 안겨주고, 동화 같은 허구 속에서 휴전과 평화를 약속하며 유럽의 군주로 등극함으로써 찬란한 치세를 보여주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나폴레옹 3세였다. 바로 그날, 튈르리궁에서는 멕시코에서 벌어진 끔찍한 재앙, 즉 프랑스의 피와 황금이 헛되게 사용되었음을 뜻하는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을 알게 되었다. 축제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그 소식은 숨겨졌다. 그것은 눈부신 태양이 저무는 황혼녘에 울리는 최초의 조종이었다. - P357
따라서 수백만 프랑의 돈더미 위에서 여자 생각이 떠올랐을 때, 마치 눈부신 보석을 넥타이에 꽂아두듯 그는 아주 값비싼 여자를 사서 만천하에 그녀를 보여주고 싶은 허영에 사로잡혔다. - P358
왜냐하면 그 아름다운 여자와의 거래를 통해, 행복한 구매자는 단 한 번 의도적으로 그것을 만천하에 과시할 권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정 무렵 사카르는 드 죄몽 부인과 함께 팔짱을 낀 채, 뜨거운 샹들리에 불빛 아래 여자들의 벌거벗은 어깨가 남자들의 검은 정장들 틈에서 서로 부딪치는 살롱으로 입장했다. 그녀의 남편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비켜서며 이 20만 프랑짜리 하룻밤 사랑, 격렬한 탐욕과 광적인 낭비벽이 만든 이 스캔들에 길을 터주었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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