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절망, 그리고 무명의 시간
˝대체로 희망과 절망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는 멀리 있다.현실의 대부분은 희망도 절망도 아닌 그냥 무명의 시간인 것이다.˝
여럿이 마시는 사람은 희망이 소중하다고 믿는 사람이고, 혼자마시는 사람은 절망이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일까. 전자가 결국 절망뿐임을 깨달으면 귀가하다 혼자서 한잔더 할 것이고, 후자가 끝내 희망을 포기 못하겠으면 누군가를 불러내 한잔 더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마신 것이 희망이건 절망이건, 자고 일어나면 남아 있는 것은 부끄러움뿐일 때가 있다. 어젯밤 내가 느낀 감정들, 내가 과장해서 나 자신에게 제공한 그것들의 구겨진 포장지만 남아 있어서다. 대체로 희망과 절망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는 멀리 있다. 현실의 대부분은 희망도 절망도 아닌 그냥 무명의 시간인 것이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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