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처럼 비웃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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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만에 다시 미쓰다 신조의 소설과 재회했다. 전작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비채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었는데, 산속을 밀실로 한 트릭과 지벌, 연쇄살인 그리고 산마 같은 기담을 통해 간토 지방에 벌어진 미스터리였다. <산마처럼 비웃는 것>에서도 전작에서의 스타일이 투영된 듯한 기시감이 소설의 곳곳에서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작품을 우려먹는다는 악평을 들을 수도, 또 다른 편으로는 꾸준한 성과라는 호평을 들을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 아닌가 싶다.

전작에서 쿠비나시라는 산마를 등장시켰던 미쓰다 신조는 도쿄 인근의 울창한 산림으로 유명한 오쿠타마의 고도 고지로 독자를 안내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하도 출신으로 도쿄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고키 노부요시다. 고키 가의 넷째 아들로 형들과는 달리 병약했던 그는 가문 전래의 성인 참배를 드리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가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쉽게 진행될 줄 알았던 성인식 과정에서 길을 잃고, 부름산이라는 흉산에 들었다가 산마/산녀를 만난다. 게다가 간신히 찾은 외딴집에서는 정말 해괴하기 짝이 없는 일가족 증발 사건의 중심에 놓인다. 그리고 노부요시는 자신의 이런 기이한 체험을 원고에 기록한다. 아, 이 철저한 기록정신이란!

고키 노부요시의 이 원고가 기이한 이야기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는 우리의 진짜 주인공이자 탐정소설가 도조 겐야의 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전에 기이한 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자신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는 괴상사를 통해 사건 의뢰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아마추어 민완 탐정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도조 겐야는 아버지와 형제에게 인정받지 못한 자신의 페르소나 같은 노부요시의 원고와 산마라는 마물의 매력에 그만 이 엄청난 사건에 발을 들여 놓는다.

자, 드디어 구마도에 모습을 드러낸 도조 겐야는 면식이 있던 가지토리 가의 당주 리키히라의 호의로 그의 집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항간에 떠도는 지장보살의 동요를 냉철하게 분석한 도조 겐야는 구마도와 부름산에 거쳐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설의 작가가 개입해서 독자를 전형적인 방법을 전개하는데, 바로 곧이어 살인사건이 일어날 거라는 예고를 날린다. 도대체 노부요시가 본 것은 무엇일까?

미쓰다 신조의 소설 <산마처럼 비웃는 것>은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불가사의한 사건의 재구성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 교고쿠 나쓰히코의 <항설백물어>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미쓰다 신조는 자신의 대리인 도조 겐야를 통해 이 세상에 불가사의한 일은 없노라고 주장한다. 특히 그가 좋아하는 공간인 울창한 산속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에 대한 논리 정연한 설명에는 정말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아니 어쩌면 ‘불가사의’가 충분히 침투할 수 있는 산속이라는 공간과 소설탐정가의 논리적 재구성이야말로 그가 창조한 산속 밀실 트릭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우리가 현재 사는 헤이세이 시대에 한참 전의 쇼와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쇼와 시대에도 CCTV 같은 감시카메라와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산림이 울창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의 단초를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도 그래서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해결사 도조 겐야가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진정한 기이와의 대치가 기대된다. 그의 놀라운 추리력으로 도대체 설명가능하지 않은 기이가 존재할까?

추리물을 리뷰할 때마다 느끼는 애로사항이지만, 스포일링을 피하면서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미래의 독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름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조심했지만 입이 간질간질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복잡한 스토리의 얼개를 뒤쫓는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 하나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 책의 제목에 들어 있는 “비웃음”을 주목하라.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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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도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4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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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요시키. 솔직히 말해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하지만 SF 소설계의 전설 같은 그의 대표작 <은하영웅전설> 제목은 들어봤다. 물론 구판으로 10권, 이번에 이타카 출판사에서 완판으로 나온다는 15권의 분량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은하영웅전설> 집필 막바지에 쓰기 시작했다는 <일곱 도시 이야기>에는 정말 주목할 만한 주제들이 차고 넘친다.

우선 다나카 요시키는 지구의 지축이 뒤틀린 대전도 이후 22세기 지구를 배경으로 설정한다. 마치 올림포스의 신처럼 군림하는 지구인보다 월등한 기술력의 월면도시인들은 지상 500m 이상 비행을 허용하지 않고 지상인들의 감시를 위해 소위 ‘올림포스 시스템’을 구축한다. 갑자기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가 연상된다. 아무리 지구인들이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신들에게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법. 공중이라는 공간을 이용하지 못하는 인간의 수송 수단은 육상과 해상으로 제한된다.

제목에도 나오듯이 모두 일곱 개의 도시국가로 재편된 지구의 균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마치 오래전 제갈공명이 세발 달린 솥의 정세처럼 정교하게 짜인 틀로 삼국정립을 설파했다면, 다나카 요시키는 7개의 도시국가들이 서로 균형과 견제의 교묘한 틀을 제공한다. 지금이나 20년 전이나 여전히 각국의 관심인 지하자원에 대한 이권다툼과 정쟁 때문에 아퀼로니아와 뉴 카멜롯의 전쟁으로 시작된 이야기(もの-がたり:모노가타리)는 AAA(알마릭 아스발 오브 아퀼로니아), 케네스 길포드, 귄터 노르트 그리고 유리 크루건 같은 쟁쟁한 전략가들의 등장으로 그 재미가 배가된다.

인류의 역사 이래 끊이지 않고 계속된 전쟁에 대한 새로운 다나카 요시키 스타일의 해석도 그렇지만, 고사에도 빈번히 등장하는 토사구팽 같은 반복되는 역사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나라의 숙적 부차를 패퇴시킨 월왕 구천의 품성을 진작 알아차리고 고생과 환난은 같이 할 수 있어도 부귀영화는 함께 못할 거라는 사실을 예상한 명재상 범려처럼 뉴 카멜롯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아퀼로니아의 참모 류 웨이는 타 도시로 망명한다.

허황된 세계정복을 꿈꾸며 프린스 헤럴드를 침공하려는 부에노스 존데의 독재자 에곤 라우드푸드 편에서도 반대파는 그를 두고 혹한의 모스크바에서 참패한 나폴레옹 1세를 뒤따르려는 건지 아니면 보불전쟁에서 패하고 스당에서 포로가 된 황제의 조카 나폴레옹 3세의 전범을 뒤따르려는 거냐고 비아냥거린다. 명나라 시대의 상승장군 척계광까지 등장시키는 저자의 빼어난 식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다나카 요시키가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런 시시콜콜한 역사와 전략적인 측면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공화정 시스템의 본질이 아니었을까? 페루 해협 공방전에서 다른 여섯 개 도시의 원정군을 막아내고, 사랑하는 아내의 복수마저 끝낸 귄터 노르트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독재자 에곤 대시 새로운 독재자를 원하는 부에노스 존데에 염증을 느끼고 류 웨이처럼 타 도시로 역시 망명한다. 세기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지도자로 선출하고, 지지한 것이 바로 우리네 같은 보통의 시민이었다는 사실을 다나카 요시키는 SF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냉정하게 되짚는다.

책을 읽기 전에 솔직히 일본 작가라는 점 때문에 일본적 색깔이나 일본을 옹호하는 점이 두드러지지 않을까 하고 우려가 됐다. 하지만, 그건 정말 독자의 부질없는 노파심이었다. 저자도 그런 점을 고려했는지 그런 점은 말끔하게 배제됐다. 역설적으로 전쟁을 통한 다나카 요시키의 반전 메시지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통해 멋지게 재현된다. 공격과 방어라는 전쟁의 전형적인 메커니즘을 통해 소위 선빵을 날린 도시의 완패가 이어지지만, 도시의 위정자들은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다른 사람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보는 것이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이라고 했다지만, 이들은 모두가 보는 진실조차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이야말로 다나카 요시키 식의 현대정치 비평이 아닐까 싶다.

<일곱 도시 이야기>는 다나카 요시키 특유의 블랙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엄청난 적군의 내습 앞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도시 방어를 맡은 사령부 전체가 사령관 부인이 만든 젤리 샐러드 때문에 집단 식중독으로 지휘가 마비된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프린스 헤럴드 방어의 전권을 젊은 세대가 맡게 된다는 설정이다. 아퀼로니아나 뉴 카멜롯의 경우에도 뛰어난 명장들은 하나같이 젊은 세대다. 버블의 거품이 빠지고 난 다음 세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거는 작가의 기대와 희망의 단초를 보았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매력적인 작품의 스토리라인과 등장인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후배 작가들이 15년이 지난 후에, 속편 <일곱 도시 이야기 Shared Worlds>를 썼다고 하는데 그 작품도 기개가 된다. 다나카 요시키와의 첫 만남은 정말 아스트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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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연유산 - 유네스코가 선정한 5대 명소 가이드 여행인 시리즈 5
박지민 지음 / 시공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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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책을 보는 순간 금세 다 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중국 여행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지민 작가의 꼼꼼하게 기록한 글과 사진 그리고 여행 루트와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보통 여행을 다룬 서적은 반나절이면 다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었다.

사실 어려서 역사를 공부하던 시절에는 꼭 중국에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아직까지도 중국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반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본에는 세 번이나 다녀왔다. 중국 여행하면 자연유산보다 문화유산에 더 호기심을 갖곤 했는데 <중국의 자연유산>을 읽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역시 대국답게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던 비경을 품은 절경이 책의 곳곳에서 소개된다.

초보도 알기 쉽게 박지민 작가는 중국의 자연유산 관광을 위한 첫걸음부터 자세하게 소개해준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자연유산, 문화유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게 될 중국의 자연 및 문화유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1985년 이래 무려 40곳이 자연(8곳), 문화(28곳) 및 복합유산(4곳)으로 선정된 중국은 단연 관광대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자연유산>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5곳의 자연유산을 다룬다.

일번타자는 쓰촨성의 주자이거우와 황룽이다. 아무래도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국식 발음보다 종래의 한자식 발음에 익숙해서인진 몰라도 구채구(九寨溝)의 중국식 발음인 주자이거우가 낯설기만 하다. 물론 책에 실린 사진과 실물이 다르겠지만, 아쉬운 대로 사진으로 만난 주자이거우의 물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같은 호수에서도 변화무쌍한 물빛의 변화를 자랑한다는 물빛은 주자이거우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잔도와 어울려 가히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박지민 작가는 그런 풍광만큼이나 주자이거우에 지금도 살고 있는 장족에 대한 글도 빠뜨리지 않는다. 역시 공간의 아름다움은 그 안에 생동감이 있을 때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자이거우의 곳곳에 대한 설명도 일품이다. 수정거우를 비롯해서 이름도 다 외울 수 없는 곳곳의 호수에 담긴 전설은 그 의미를 더하지 않나 싶다. 사진으로 르쩌거우에 비친 물그림자를 보는 순간 정말 당장에라도 주가이거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탄화칼슘 침전물이 쌓여 형성된 신선세계 황룽의 곳곳도 절경 그 자체였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쉽지 않지만, 수백 개의 옥판이 줄지어 선 장관의 우차이츠는 최고였다. 우차이츠 같은 절경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달래기에는 너무 아쉬운 느낌이었다.

세계 복합유산으로 유명한 황산은 남성적 아름다움이라는 부제로 당당하게 독자와 만난다.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수직 절리가 빚어내는 절경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다. 황산의 수많은 기암괴석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멍비성화를 비롯해서, ‘원숭이가 바다를 본다’는 의미의 허우쯔관하이가 인상적이었다. 그 수많은 계단을 인간의 힘으로 완성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소개되는 장자제의 첸쿤주가 영화 <아바타> 할렐루야 봉의 모델이었다는 말이 바로 이해가 됐다.

박지민 작가는 중국의 자연유산의 소개뿐만 아니라 보존에도 관심을 보인다. 인간의 손이 타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자연훼손과 오염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다. 이런 귀중하고 아름다운 자연유산은 인류가 공동으로 누려야할 자원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후세에게도 이런 소중한 자연유산을 전해 주기 위해 우리의 의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해준다. 아울러 무조건적인 개발과 편리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렇게 멋진 곳을 눈으로만 여행하기에는 정말 아쉬웠다. 과연 중국에 언제 가게 될진 모르겠지만, <중국의 자연유산>을 통해 알게 된 여행지 중에서 한두 곳은 언제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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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퍼 씨의 12마리 펭귄 반달문고 19
리처드 앳워터.플로렌스 앳워터 지음, 로버트 로손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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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읽는 동화의 세계는 어떨까? 리처드와 플로렌스 앳워터 부부의 공동 집필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파퍼 씨의 12마리 펭귄>은 평소와는 좀 다른 시선으로 읽게 됐다. 남극에서 드레이크 제독이 보내준 펭귄 캡틴 쿡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동화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미국 모처의 스틸워터라는 마을에서 칠장이로 사는 파퍼 씨는 자신의 본업인 페인트칠 말고 극지방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 이 괴짜 칠장이 아저씨는 마을의 부엌을 한 가지 색이 아닌 다른 두 가지 색깔로 칠하면서 비난이 아닌 칭찬을 받는다. 거 참 특이한 양반일세! 그러던 어느 날, 남극으로 탐험을 떠난 드레이크 제독에게 보낸 감동적인 사연이 라디오 방송을 타면서 무료한 파퍼 씨의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드레이크 제독이 파퍼 씨에게 선물로 남극의 새 펭귄을 선물한 것이다.

단박에 그 펭귄에게 “캡틴 쿡”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파퍼 씨네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겨울나기가 급급한 파퍼 부인에게 군식구 캡틴 쿡의 등장은 영 달갑지 않다. 게다가 사람도 먹지 못하는 새우 통조림 같은 먹이를 줘야 하지 않은가. 게다가 파퍼 씨는 이 귀여운 불청객을 위해 냉장고에 구멍을 뚫고 보금자리를 만드느라 아까운 돈을 펑펑 써댄다. 이 말썽꾼 펭귄의 돌출행동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이 녀석은 외로움으로 인한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다. 수소문 끝에 그레타를 찾아 짝으로 삼아 주지만, 캡틴 쿡과 그레타의 사랑으로 자그마치 10마리나 되는 펭귄이 태어나면서 파퍼 씨네는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당장 펭귄들의 먹을 것과 지하실에 설치한 아이스링크 덕분에 빚까지 지게 된 파퍼 씨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순회공연 기획사 그린바움 씨의 등장으로 파퍼 씨가 준비한 12마리 펭귄의 서커스가 대박을 내면서 기상천외한 그들의 모험은 계속된다.

<파퍼 씨의 12마리 펭귄>은 어찌 보면 일상에 파묻혀 꿈을 잃은 가장의 오늘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장 파퍼 씨의 극지방 탐험의 꿈을 이루게 해주는 펭귄 캡틴 쿡의 등장은 그래서 경이롭다. 진심으로 펭귄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 파퍼 씨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정말 엄청나다. 집을 오랫동안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파퍼 부인은 펭귄 영화 덕분에 받게 된 25,000달러나 되는 거금과 선교회 모임에 가야 한다는 말로 부군의 걱정을 말끔하게 덜어준다. 지화자!

동화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서글플 수도 있지만, 펭귄들의 먹이와 서식처 공급을 위해 돈이 든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파산의 위기에 몰린 파퍼 씨네를 구원하는 것은 쇼 비즈니스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연무대에 나선 펭귄들의 대활약으로 파퍼 씨네는 재정 위기를 탈출한다. 파퍼 부인이 하는 돈 걱정은 어쩌면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돈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요조건 중의 하나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이 유쾌한 한 편의 동화를 다 읽고 나서, 유명 코미디언 짐 캐리가 타이틀 롤을 맡은 동명의 영화 프리뷰를 보게 됐다. 원작과는 달리 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정말 재밌어 보였다. 짐 캐리의 오버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 12마리에서 6마리로 반절이 줄은 펭귄의 모험은 좀 더 극대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권선징악의 주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펭귄을 동물원에 가두려는 악당에 맞서 싸우는 파퍼 씨의 유머 넘치는 액션이 영화로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극한다.

그동안 펭귄 이야기는 러시아 출신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펭귄의 우울> 시리즈만 있는 줄 알았는데, 더 오래전에 세상의 빛을 본 또 다른 펭귄 이야기가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다음달에 영화가 개봉되면 한 번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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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바꾼 사진들 - 카메라를 통한 새로운 시선, 20명의 사진가를 만나다
최건수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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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밌다. 사진을 바꾼 사진들이라. 세상을 바꾼 사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제목을 들여다보게 된다. 30년 넘게 사진계에서 활동한 최건수 작가의 사진 이야기에는 묘한 울림이 있다. 이제는 사진의 영역을 넘어 기획과 평론에까지 진출한 노련한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펼친다.

일단 여느 사진작가의 에세이와 달리 사진보다 글이 많다. 사실 좀 놀랐다. 보통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하지 않는가. 그것은 아마 소설가가 문장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표현을 하는 것처럼 사진가의 책은 글보다 사진이 더 많을 거라는 예단이 좀 성급했다는 느낌이다. 최건수 작가는 사진을 전복시키겠다는 열망을 드러낸 20명의 작가의 작품에 초점을 맞춘다.

통증의 세계관이라는 타이틀을 단 강홍구 작가의 사진에서는 한때 서구에서 유행했던 해체주의 철학 사조의 잔향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개발만능주의 사고에 빠진 토목공화국의 현실을 대변하는 파괴와 해체를 피사체로 삼은 김포공항 부근의 오쇠리 연작에는 “소음”으로 야기된 이주와 보상이라는 물질주의가 엿보인다. 천박한 자본주의 개발논리에 내몰려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아우성이 일견 밋밋한 보이는 사진을 통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데비한이라는 작가의 비너스 연작도 흥미진진하다. 초반에 등장하는 비너스 석고상을 조각하는 손을 찍은 사진에서는 “피그말리온”이 연상된다. 분명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모방한 <생각하는 비너스>는 매력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부조화가 느껴진다. 바로 그 다음에 등장하는 <좌삼미신>은 마치 동네 점방에서 고스톱이라도 치기 위해 모인 동네 아낙들의 대화처럼 보였다. 아 내가 너무 속되게 사진을 보는 걸까? 최건수 작가가 표현한 대로 전복적인 유머와 시각적 즐거움이 느껴지는 유쾌한 사진이었다.

사실 예술에서 모더니즘의 개념조차 모르는 무지한 독자에게 조각, 회화 그리고 사진을 오가는 탈장르적인 시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시도였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이스라엘 출신의 에프라임 키숀은 일찍이 고전 회화예술만 예술로 보고, 정말 이해불가의 현대예술은취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았던가. 키숀처럼 그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상상을 탐하는 사람들>의 상당 부분을 들여 소개한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세상을 읽는 사람들>도 평범한 독자의 수준에 맞는 것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사진의 기능을 정물이나 배경 혹은 사건의 기록 정도로 치부해온 범인(凡人)에게 최건수 작가가 소개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은 하나 같이 어려울 따름이다. 그나마 염중호 작가의 무릉기행 시리즈 정도가 이해가능 범주에 들었지 싶다. 최건수 작가의 ‘부유하는 기표’라는 기호학적 시도는 들을수록 머리가 지끈거린다. 보면 볼수록 알쏭달쏭해지는 사진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상상됐다.

아마 사진 전시회에 가서 사진 밑에 걸린 설명이 없다면 “도대체 뭐지?”라는 말을 연발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알쏭달쏭하고 난해한 사진과 그에 대한 미학적 설명에 좌절했다. 피상적으로만 알던 사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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