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 실험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어떻게 해서 어떤 책을 읽게 되는가? 아마도 그건 그 책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닐까. 아놀드 스티븐 제이콥스의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스턴트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이 괴짜 저널리스트가 직접 체험한 기발한 9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1968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44세의 맨해튼에 서식하고 있는 유대인 작가는 이 책 전에 이미 두 권의 기상천외한 책으로 독자를 찾았었다. 한 번은 32권에 달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은 경험을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친 척하고 무려 613가지에 달하는 성경에 나오는 율법대로 1년간 산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를 읽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어림도 없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에서 진화한 데이트 시스템에 의해 인류가 짝짓기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매력적인 이십대 보모 미셸의 동의 아래 제이콥스는 그녀의 프로필을 온라인에 올리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남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다. 결국 여성의 외모와 몸매에 집착하는 남자들의 속물근성을 예리하게 재단해 내는 개가를 올린다.

다음 과제는 아웃소싱(outsourcing)이다. 인도에 있는 허니와 아샤의 도움으로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돈을 지불하고 대신 시키는 것이다. 맨해튼의 유력 잡지 <에스콰이아>의 편집인에게는 적은 돈일지 모르겠지만, 월 1,000달러는 적은 돈이 아닌 것 같다. 하긴 그가 사는 맨해튼의 월세가 얼마겠냐만. 어쨌든 현대판 심부름센터에 맛을 들인 제이콥스는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서 자신이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에까지 마수를 뻗친다. 결과는 역시 어떤 경우에는 아웃소싱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더라는 간단한 사실.

“하얀 거짓말”이 과연 인간관계에 있어 나쁘기만 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제이콥스는 “획기적 정직”이라는 명제에 도전하다. 물론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과연 모든 일에 “획기적 정직”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 아니 어떻게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산단 말인가. 이런 점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의 하나인 조지 워싱턴이 남긴 110가지 원칙 가운데 34번째 덕목이 특히 도움이 될 듯 싶다. 그게 무언지 궁금하다구? 그럼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를 직접 찾아보시라. 부록으로 잘 나와 있으니까.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신을 비롯한 각종 편향을 분석한 “합리성 프로젝트” 역시 흥미진진하다. 교육받은 지성인으로 이성적 판단을 바탕으로 생활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여전히 근거 없는 정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신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제이콥스는 논증한다. 특히 음식에 대한 다양한 편견에 대한 그의 분석에는 절로 공감이 갔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90퍼센트 이상이 ‘관성’과 ‘게으름’ 탓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제이콥스처럼 자신에게 맞는 치약을 찾기 위해 40개가 넘는 치약을 사다가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 임무는 이 괴짜 스턴트 저널리스트에게 맡기자.

도무지 운전과 인내심 강한 아내 줄리 말고는 두려움이라고는 모르는 이 스턴트 저널리스트는 심지어 누드 사진에까지 도전한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라는 영화에서 히로인을 맡아 열연했던 메리 루이스 파커에게 누드 사진 촬영을 제의했다가 졸지에 자신도 옷을 벗게 된 제이콥스의 좌충우돌 체험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인터넷 시대에 2002년에 제이콥스가 직접 쓴 <메리 루이스 파커가 내 옷을 벗기게 만들었다>라는 기사를 직접 찾아봤다. 이 뻔뻔하기 짝이 없는 편집자는 누드 사진 촬영을 하면서 자기에게는 달랑 다이어트 콜라와 와인이 제공됐지만, 메리 루이스 파커에게는 진수성찬이 제공되었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 그가 이 에피소드에서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통제권과 다양한 표현권’을 잃었을 때의 느낌이었노라고 말미에 조용하게 고백한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의 저자 제이콥스는 이 모든 실험을 무한한 인내로 참아준 아내 줄리에 대한 헌사로 이 흥미진진한 실험 프로젝트를 끝낸다. 어떤 이에게는 기행으로 보이는 일을 즐기면서, 책을 쓰고 그 책을 팔아 명성과 부를 얻는 제이콥스가 시전하는 재생산 프로젝트는 정말 부럽다. 그런데 과연 나에게 이런 실험을 할 수 있는 돈과 시간을 준다면 선뜻 내가 자원할 수 있을까? 인지부조화 차원에서 그건 아니지 싶다. 어쨌든 <기니아 픽 일기>라는 원제처럼 세 번의 기상천외한 실험적 삶을 마친 제이콥스가 다음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주제에 도전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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