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 셰익스피어의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 만화로 읽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소니아 르옹 그림 / 좋은생각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그동안 하도 수많은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봐와서 그런진 몰라도 텍스트에 대한 기대는 사실 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에 좋은생각 출판사에서 ‘만화로 읽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1탄으로 나온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같은 하늘을 등지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 가문인 몬터규 가와 캐풀릿 가가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해서 다시 태어난다. 그제나 지금이나 궁금한 것은, 두 가문이 가진 원한의 역사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노라고 선언을 했던 대작가 셰익스피어는 참으로 불친절하기만 하다.

좀 책하고는 논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바즈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줄리엣>에서 보여준 영상미는 21세기 신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범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번쩍이는 은색 몸통의 총신과 점프 컷으로 쉴새 없이 폭력과 액션이 흘러 넘치는 뮤지컬 스타일의 영화에 대한 기대가 원제가 <망가 셰익스피어>라는 소니아 르옹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역시 재현되고 있었다.

루어만 감독의 영화에서 총이 폭력의 상징처럼 등장했다면,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 망가 버전에서는 일본도가 총을 대신한다. 하늘하늘한 유럽 스타일의 드레스 대신, 일본식 정통 기모노를 입은 줄리엣! 로잘린에 대한 사랑 앓이를 하던 로미오는 원수의 딸인 줄리엣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버린다. 금기가 강할수록 그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욕망이 비례해서 더 커진다고 했던가? 운명의 희롱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간의 버전들이 로미오의 남자다움에 집중했다면, 이번 망가에서는 줄리엣의 와일드함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강제하는 아버지에게 반항을 하고(맞기는 어머니가 대신 맞는다!), 폭주족 복장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신사의 사제를 찾아가는 모습에선 역시 바뀐 시대의 아이콘으로서의 줄리엣의 단면을 엿볼 수가 있었다. 하긴 그리고 보니 실제 소설에서도 줄리엣은 14살이라고 했던가? 어리다, 너무 어려!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머큐쇼와 벤볼리오 그리고 티볼트 같은 사이드킥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캐릭터는 바로 줄리엣의 유모와 로렌스 사제가 아니었을까? 계속해서 바즈 루어만의 영화와 정전 셰익스피어 그리고 망가 세 개 버전이 혼란스럽게 교차하고 있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수 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비극적 스토리의 고갱이는 여전했다. 다만, 좀 더 극적이거나 자신만의 개성적인 스타일로 담아내 주었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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