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갤러리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2
김영범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초에 ‘철학과 고전을 읽자’를 목표로 세웠었는데 아쉽게도 고전이라고 부를만한 책도 그리고 철학책도 지금껏 한 권도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철학갤러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 목표를 이룬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든다.

김영범 작가는 고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탈레스로부터 시작을 해서 현대 철학자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모두 51명의 철학자와 4개의 학파를 통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서양 철학사를 관통하는 흐름을 조명한다.

역시 사유를 근간으로 하는 철학은 모든 사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근원과 본질에 대한 질문인 아르케(arche)로 시작이 된다. 물론 예의 질문은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반복될 질문일 것이다. “도대체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간단한 질문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하나의 화두로 다가왔다.

그 후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고대 철학은 완성기로 접어든다. 특히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의 신비주의적 경향에서 영혼과 정신을 분리해내면서 자연철학의 기초를 닦기 시작한다. 그는 문답법을 통해, 사람들이 덕(arete)을 얻기를 원했다. 게다가 기원전 399년에 위험한 사상가로 지목이 되어 끝내 독배를 마시기도 한다.

그의 제자인 플라톤과 다시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각각 이원론과 일원론이라는 걸출한 논리도 자신만의 철학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상주의자였던 플라톤은 형상철학을 통해 모든 것은 이데아를 베낀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철인이 국가를 지배해야 한다는 이상 국가를 <국가>를 통해 이야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의 이원론을 대신 일원론을 주창하면서, 질료와 형상의 관계를 통해 사물의 운동과 변화를 설명하려 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학문들을 집대성한 고대 최고의 철학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하지만 서양철학은 곧 중세라는 암흑기를 맞이하면서, 철학이 신학의 시녀로 격하되는 비운의 운명을 맞게 된다.  중세 천년을 지배한 스콜라 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완성이 되고, 모든 이들의 사고를 신 중심의 사고에 얽어매게 되었다. 하지만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을 타고, 고전의 부활 그리고 인문주의의 발달은 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시 인간 중심의 철학으로의 회귀를 가져 오게 된다.

역시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이 시대의 극적인 변화를 대변해 주는 말도 없을 것 같다. 데카르트, 스피노자 그리고 라이프치히로 이어지는 대륙의 합리론자들에 맞서 영국에서는 로크, 버클리 그리고 흄과 같은 경험론자들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인류 사유의 한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우리는 여전히 칸트의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헤겔의 변증법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철학에서 사용되는 용어 자체가 어려운 탓인지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 역시 다시 한 번 철학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전개되는 현대철학자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일천한 지식 때문인지 급속하게 이해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작년에 읽었던 강영계 선생의 책인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에서도 느꼈던 건데 마르크스를 철학자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마르크스를 철학자라기보다는 사회과학자라고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서양철학의 전반적 흐름을 되새겨 보는데 확실히 <철학갤러리>는 뛰어난 구성과 상반되는 관계에 있는 철학자들을 배치하고, 또 중요한 주장이나 사상들을 탁월하게 톺아내고 있다. 하지만 “서양철학갤러리”가 아닌 이상에야, 동양의 철학들도 서양철학 못지않게 다루어 주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울러 폭넓은 주제의 철학 사상가들을 다루는 것도 좋지만, 그들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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