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사계절 만화가 열전 21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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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이 16,800원이다. 그전에 웹툰(?)인가로 나왔다는 소식에, 잠깐 유료(, 유료서비스를 했던가?)로라도 봐야 하나 싶었지만 언젠가 도서관에 비치될 거라는 작은 희망을 걸고 패스했다. 그게 지난 7월이었나 보다. 석달이 지난 10월에 예약도서로 감격의 상봉을 했다.

 

그런데 1편보바도 더 싱거워진 느낌이랄까. 새로운 인물로 진짜 사서(라이브러리언)인 다크 섹시 설기 씨가 등장하고, 히말라야 고향으로 돌아간 예티 대신 그의 친족으로 추정되는 사스콰치가 새로운 멤버로 등장한다.

 

사실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의 전개 때문에 서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일단의 독서 중독자들이 펼치는 서사가 궁금할 뿐. 그리고 보니 우리도 달궁에서 비슷한 짓거리들을 하지 않는가 말이다. 십년이 넘게 만난 이들의 이야기 창고는 가득하여, 새로운 이야기들 뿐 아니라 옛 이야기들 그리고 한동안 자리를 빛내 주다가 이제는 잊혀진 인물들의 섭렵까지. 아마 그래서 경찰이 바이커 갱들을 소탕하겠다며 다시 등장할 적에는 살짝 감동을 먹기도 했다.

 

우리 고인물 때문에 점점 더 새로운 피 수혈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우리 두목은 아르헨티나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어떻게 어떻게 지금까지 끌어온 독서모임의 과거와 현재가 그저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2편을 보기에 앞서 1편을 다시 복습했지만, 독서 중독자답게 내용을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또 다시 볼 생각은 1도 없다. 그냥 그렇게 흘러갈 뿐이다. 퇴근하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예약도서를 받아왔고, 생선구이 냄새가 진동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설거지까지 다 마친 다음에 정갈한 마음으로 다른 독서 중독자들의 이야기를 훔쳐보기 시작한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천상 독서 중독자의 일원이 아닌가 싶다. 사실 회사 근처 동네의 독서모임을 알아보았는데, 나이가 많다고 바로 까여 버렸다. 뭐 그렇게 가는 거지. 아마 좀 더 나이가 덜 먹었다면, 길길이 날뛰었을 텐데 이제는 그것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나이가 된 모양이다.

 

단박에 휘리릭 읽고 나서 무언가 싱겁고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1편에는 뭐 탈이 나면 사자도 풀을 먹는다 그런 멋진 문구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2편은 그런 1편과 달리 왜 이리 시큰둥한 건지 모르겠다. 프랭크처럼 어중간하다고 해야 하나 어쩌나.

 

<욕망의 동토>는 진짜로 존재하는 책인가 싶어서 검색해 봤는데 아닌가 보더라. 대신 마이클 돕스의 숫자 시리즈 책들은 세 권이 실제로 존재했다. 다크 섹시는 사서답게, 독서 중독자들이 책 이름을 대면 바로 기계적으로 청구번호를 대는 신공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는 행위가 독서 중독자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지 그리고 받아도 주는 사람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거라는 그런 심정을 이창현 작가는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사서 다크 섹시는 사서답게 제발 책에 생물학적테러는 가하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그리고 보니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구석탱이에 라면 국물 테러의 흔적을 만난 적도 있지 아마. 한동안 어이가 없어서, 멍했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렇게 독서 중독자들과 유은실 작가의 <순례 주택>을 빌려서 품에 안고 나오는 길에 도서관 옆에 자리한 독립서점 <책방 연두>를 살짝 들여다봤다. 어둠이 내린 뒤라, 잘 보이지 않더라. 그전에 들어 보니 화요일날 저녁에 책읽기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어쨌나.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대충 사진 한 장 찍고 후퇴했다. 집에 가까운 거리에 독립서점이 있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미처 몰랐는데 이창래 작가의 신간이 나올 모양이다. 인스타를 통해 알게 됐다. 계속해서 책을 사대는데 마무리하는 책이 없다. 나도 책에 대한 애정과 집착 그리고 허세를 어쩔 수 없는 독서 중독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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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0-25 06: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독서 모임의 최대 고민은 새로운 회원 영입의 어려움인 것 같아요. 늘 보던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즐겁고 좋지만, 자주 참석할 것 같았던 고정 회원이 갑자기 빠지면 모임 존속이 어려워져요.

레삭매냐 2023-10-25 10:08   좋아요 2 | URL
거의 모든 독서 모임이 그러하군요.

기존 코어 멤버들은 가두리에 가두
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ㅋㅋㅋ

오랜 만에 보게 되면 참 좋더라구요.

미미 2023-10-25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사근처 그 독서모임은
귀한 멤버를 놓쳤네요!

1권은 저도 가물가물해서
한 번쯤 다시볼 의향이 있습니다^^

조금 오래된 도서관 책 뒷장에는
대출이력같이 이런저런 오염에
관해 적어두었더군요. 적다가
사서도 포기한듯 합니다.ㅋㅋㅋ

레삭매냐 2023-10-25 14:37   좋아요 1 | URL
탐문이나 해볼까 한 거라
그다지 아쉽지가 않더라는 ^^

공공의 재산인 도서관을 좀 더
소중하게 다루어 주었으면 하
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초란공 2023-10-25 14: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주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멤버가 있다면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많아 좋긴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오래될수록 젊은 층은 더 오기 부담스러할테고요... 친구 별로 없는 저는 그나마 알라딘 서재가 제 놀이터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3-10-25 14:38   좋아요 1 | URL
그렇죠 :>

저도 독서 모임에 가서 배우는 게
참 많답니다.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다른 분들은? 역시나 같은 텍스트를
읽으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구나 싶어서 무릎을 치게 됩
니다.

저희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 주셨네요.
모임이 오래 되다 보니, 뉴비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그레이스 2023-10-2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많은 분들이 리뷰 올리셔서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e북 찾아 읽어보려구요.
방금 이창래 작가 신작 소식 봤습니다.
영원한 이방인 원서까지 사놓고 못읽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신작까지 읽어봐야겠네요.
9년만의 신작이라던데...

레삭매냐 2023-10-29 22:06   좋아요 1 | URL
1편도 그랬지만, 2편에서도 그 결을
같이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창래 선생의 마지막 작품이 9년 전
이었나요 세상에... 시간이 참 빠르네요.

오래 전에, 서울에서 직접 뵙고, 책에
사인도 받아서 참 기부니가 좋았더랬습
니다.

새 책은 일단 수급해 두었는데 오늘부
터 읽어야겠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11-06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모임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신가요? 10년 쉽지 않을텐데 대단합니다^^

레삭매냐 2023-11-06 16:57   좋아요 1 | URL
펭귄클래식 독서 모임으로 출발하야,
자그마치 12년을 달려 왔네요.
그 시절에는 격주에 한 번 씩 모이기
도 했다는...

유구한 역사네요.

이번 주말에는 이탈로 칼비노의 책
으로 만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