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13 - 청불전쟁과 갑신정변 본격 한중일 세계사 13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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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한국 근대사를 공부할 적에,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보조 교재로 사용했다면 좀 더 역사적 사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이 시리즈를 보면서 하게 됐다. 서세동점의 시대, 왜 조선은 세계열강으로부터 국권을 지키지 못하고 몰락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이 근대사에 대한 관심을 멀리하게 했고, 결국 아주 오랫동안 알고 싶어하는 역사의 부분으로 그렇게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그 시절을 알게 된 점에 대해 굽니시스트 작가에게 이 자리를 빌어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시리즈 13권에서는 김옥균의 개화당이 주도한 갑신정변과 비슷한 시기에 멀리 안남에서 벌어진 청불전쟁에 초점을 맞춘다. 선조에 버금가는 머저리 임금 고종 시절, 중전 민씨 일파로 구성된 척족이 그야말로 권력의 중심에 서서 국정농단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성리학에서 그렇게 외쳐 대는 민생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열심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가 망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고나 할까.

 

민씨 일파를 중심으로 한 사대당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신진 개화당이라는 세력이 부상 중이었다. 김옥균 박영효 등은 무엇보다 사대당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무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신식군대 양성에 앞섰는데, 사대당은 교활하게도 그렇게 개화당을 자비를 들여 육성한 군대를 족족 자신들의 무력기반으로 활용하는 정치적 술수를 보여준다.

 

김옥균은 다음으로 호시탐탐 조선 진출을 노리는 승냥이 같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개혁을 위한 미래의 쿠데타를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 당시 일본 역시 재정 긴축으로 김옥균이 요청하는 300만 엔의 거금을 갹출할 여력이 없었다. 당시 일본 세비가 7,600만 엔 정도였다고 하니 풋내기 김옥균이 요청한 금액이 얼마나 막대한 금액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물론 그 중에서도 일본이 조선에서 세력을 확장할 수만 있다면 그 정도 금액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존재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개화당 일파들과 민씨 척족을 몰아내는 쿠데타 계획을 추진하면서, 김옥균은 일본 공사관 주둔 신식 군대 150명의 무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본국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3일이나 걸렸다고 하니 일각이 급박한 상황에서 본국의 훈령 없이 조선 주재 일본 공사관의 재량으로 쿠데타에 뛰어 들었다. 그랬다가 당시 한양에 주둔하고 있던 원세개가 이끄는 청군의 압도적인 무력에 그야말로 굽시니스트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발리고 말았다.

 

당시 쩌리였던 원세개가 거의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역사의 무대에 중심으로 단박에 뛰어 오르는 그런 형세였다. 당시 프랑스와 베트남에서 무력 대치 중이었던 청나라는 일본과 개전을 원하지 않았다. 어느 제국이나 양면전쟁은 부담스러울 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서구 열강과의 전쟁으로 청나라 재정은 거의 바닥을 드러낼 판이었다. 당시 청나라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이홍장은 일본과의 대결을 원하지 않았던 바, 갑신년의 난리부루스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으로 끝내기에 이른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일단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하는데 급급했던 개화파 세력은 자신들의 쿠데타 명분으로 내세운 고종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통에 3일천하로 끝나고 만다. 임오군란과 테러로 수없이 갈려 나간 민씨 일족의 수장 민영익은 서구 의학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모지리 임금 고종은 가까스로 아버지 대원군의 입김에서 벗어나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민자영 일당의 꼭두각시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어쩌면 그들이 마뜩치 않았던 고종은 김옥균 개화파 일당의 쿠데타로 손 대지 않고 코풀 생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원세개의 지원을 받은 사대당이 다시 득세하게 되면서, 그나마 뿌리를 내린 개화파가 일소되고 말았다. 막부를 압도하는 무력과 실력을 보유한 지방 번벌이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 것과는 달리, 아무런 실력도 없이 그저 추상적인 계획과 불확실한 외세의 도움으로 시도한 개화파의 쿠데타는 그렇게 허무하게 막이 내렸다. 한성에서 퇴각하는 일본군에 빌붙어 개화파들은 모두 일본으로 망명하고, 국내에 남은 그들의 가족들은 역적의 가족으로 분류되어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 이제 다음 이야기는 갑신정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리고 잘 몰랐던 베트남에서 벌어진 청불전쟁이다. 12권에서 압도적인 해군력으로 이홍장이 잘 길러낸 청나라 해군을 박살낸 유럽 2진 프랑스는 이번에는 2개 여단을 투입해서 베트남의 정글에서 작전을 전개한다. 얼마 전에 너튜브 짤로 청룽 아저씨가 제작을 맡았는데 청불전쟁을 다룬 <용의 전쟁>을 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청불전쟁은 누가 봐도 중국의 전신 청나라가 말도 안되게 박살이 난 전쟁이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국운의 영웅으로 등장해서 그들은 진남관 대첩이라 부르는 방어전을 치른 풍자재(67)를 등장시켜 외세를 격퇴하는 그야말로 국뽕이 차오르는 설정에 입맛이 썼다. 선을 넘는 중화민족주의를 실체를 언뜻 본 것 같다고나 할까.

 

한때 중화질서에 복속된 조공국이었던 류쿠와 안남(그리고 다음 주자는 조선이었다)이 차례로 번방에서 외세에 떨어져 나가는 상황을 청나라는 그냥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으리라. 당장 조선의 임금 고종은 청나라가 무력하게 이 나라 저 나라에게 털리는 장면을 보면서 러시아에게 보호국이 되어 달라는 어이없는 요청을 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청나라는 그들이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는 화이관에 입각한 동아시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병력과 재정을 불필요한 전쟁에 갈아 넣어야 했다.

 

역시 유럽의 2진 국가답게 프랑스는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일본에게 불평등조약 개선과 기술 이전 그리고 군함 제공을 미끼로 청나라를 협공하자는 달콤한 제안을 날린다. 거의 넘어왔던 일본에서 제동을 건 인물이 바로 이등박문, 이토 히로부미였다. 정치적으로는 한창 로스께들과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영국과 제휴해야 하고, 보불전쟁에서 군사적으로 프랑스를 발라 버린 프로이센과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프랑스는 일본과의 양동작전 크리를 타지 못하고 홀로 2개 여단을 파견해서 청나라의 대군을 상대하게 되었다. 초반의 약진과는 달리 중국 본토로 진공해서 풍자재가 지키는 진남관을 뚫지 못한 프랑스군은 결국 후퇴한다. 이 당시, 많은 프랑스 병사들이 말라리아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나 어쩌나.

 

굽시니스트 작가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당시 벌어지는 어떤 역사적 사건들도 단독적으로 발생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청불전쟁만 하더라도, 일본과 중국의 대결이 10년 먼저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 놀랍지 않은가. 동아시아 경영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제정 러시아의 로스께들이 조선을 좀 보호해 달라는 고종의 제안을 덥석 물어 청나라를 대신해서 조선의 보호자를 자처했다면, 조선 진출의 꿈을 꾸고 있던 일본과 20년 먼저 붙을 수 있었을까? 영국이 아직 일본을 그레이트 게임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던 시절, 러일전쟁이 벌어졌다면 일본은 유럽의 강국 러시아에게 완패당하지 않았을까? 이러저러한 모든 역사적 사건들의 이면에는 이렇게 상호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더해 우연이라는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역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음 편의 타이틀은 거문도 위기라고 되어 있는데, 더 흥미진진해지는 풍운의 동아시아 삼국지의 출간을 기대해 본다.


[뱀다리] 굽시니스트 작가는 <용의 전쟁>에 나오는 허접한 CG를 지적하며 분명, 누군가가 슈킹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도출해냈다. 청룽 선생은 굽작가의 조언을 따를 것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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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07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공부의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이런 책을 함께 읽으면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레삭매냐님께서 이 책 시리즈로 계속 올려주고 계셔서 관심이 가네요. 말씀하신대로 어느 것도 하나의 사건이 단독으로 벌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2-06-07 11:30   좋아요 2 | URL
굽작가가 구도하는 대로,
왜 이런 역사적 사건이 발생
하게 되었나의 연원을 추적
하면 보다 쉽게 역사에 접근
할 수 있었을 텐데...

마냥 연도 외우고 그러니
호기심이 생길 여유가 없었
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역사
적 사건의 순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죠 ㅠ

바람돌이 2022-06-07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항상 갑신정변의 주역들의 내면이 궁금하더라구요. 이들은 북촌 5인방이라고 불리면서 천재로 불리던 누가 봐도 다음 세대의 권력의 핵심이 될 인물들이었잖아요. 사실 저 갑신정변에서 그들이 죽인 인물들은 전부 아빠 친구, 친구 아빠, 용돈 주던 옆집 아저씨 이런 사람들이거든요.

레삭매냐 2022-06-08 11:29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 시리즈 보면서 북촌
5인방에 대해 읽기는 했는데
대충 읽어서 이번에 다시 찾아
봤네요.

김옥균-박영효-홍영식-서광범
-서재필이 그들이었네요.

말씀 대로 급진 개화파들이 타
격한 이들이 모두 ~

구한말 시기에 대해 좀 더 공부
해야할 것 같다는 이 책을 읽으
면서 들었습니다.

mini74 2022-06-0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촌 5인방, 최고의 금수저들,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 좋아하는 시리즈, 아이도 그런말 했어요. 중 3때 근대사 배울때 이 책을 봤으면 훨씬 재미있었을거라고.

레삭매냐 2022-06-08 13:23   좋아요 1 | URL
무언가 더 알고 싶게 추동
하는 글이야말로 쵝오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굽작가의 한중
일 세계사는 일품이지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수저 5인방의 말로는 좀
그렇더군요.

홍영식 - 갑신정변 당시 사망
김옥균 - 고종이 보낸 자객에
게 암살, 능지처사
박영효 - 친일파로 변신
서광범, 서재필 - 미쿡인

독서괭 2022-06-13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전 항상 역사를 잘 모른다는 것에 죄책감이랄까, 좀 공부를 해야할텐데 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데, 근대사 공부하기에 좋은 책 같습니다. 일단 만화고 ㅎㅎ 그림에 동물 얼굴이 귀여워서 맘에 드네요 ㅎㅎㅎ <토지>에도 역사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이 시대 역사를 더 잘 알면 더 재밌겠다 싶었어요.

레삭매냐 2022-06-13 13:09   좋아요 2 | URL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

저도 이웃 일본의 메이지 유신
시대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책
들을 만나다 보니, 정작 울나라
근대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더라구요.

굽작가 덕분에 당대 역사를 알
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만화라는 점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