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늦게 일어나도 되는 주말에는 다들 일찍 일어나는 건지...
지난 달에 이어 이달에도 독서는 지지부진하지만 하다. 지난달에는 그래도 이유가 있었기나 하지, 이달에는... 그냥 책읽기가 다 귀찮아진 모양이다.
아 내가 좋아라하는 MLB가 개막한 이유를 들면 되겠지 싶다. 관심이 사방으로 튀다 보니 상대적으로 책읽기에 점점 소홀해지는게 아닐까나.
빌려간 책 반납하라는 문자가 어김없이 도착했다. 그래서 채 다 읽지도 못한 책 두 권을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를 굳이 차타고 가는 심리는 무엇. 귀차니즘과 결합한 게으르니스트의 변명으로.
근데 우메자키 하루오 작가의 책은 몰라도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의 <할버슈타트>는 읽어야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막판에 핸드폰으로 연장 버튼을 누르고 1주 연장신청을 하고 도서관에서 좀 더 읽었다.
그리고 다른 세 권도 일단은 빌렸다. 아마 차타고 도서관까지 갔는데 그냥 오기가 뭣해서 그런 게 아닐는지. 물론 다 읽고 반납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

다음 코스는 화서역 부근의 먹자골목에 있다는 <수모임 해물탕>이었다.
간장 게장과 꽃게탕해서 한 상에 45,000원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 손님은 달랑 2명이었다. 나름 맛집이라고 하던데 주말 손님이... 하는 순간 닝겡들이 들이 닥치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주문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공깃밥을 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난 일일이 갖다 달라고 말하는 게 싫어서 내가 그냥 가져다 먹는데, 주인장이 그게 안쓰러우셨는지(?) 뭐가 또 필요하냐고 물으신다. 그래서 말하면 다른 손님들 케어하시느라 잊어 버리시더라. 그냥 제가 갖다 먹을 테니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메인이벤트인 꽃게탕이 등장했다. 비주얼이 과연 인스타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꽃게탕은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우리는 원래 해물탕을 먹으러 갔었지.
꽃게가 한가득이었다. 배가 터지게 먹었다. 공깃밥을 한 그릇 시켰는데 이건 두 그릇 같은 한 그릇이었다. 처음부터 이래 주셨으면 더 시키지 않았을 텐데...
대낮부터 쏘주를 부르는 맛이 아니냐는 말이 들린다. 격하게 공감하는 바였다.
꽃게 국물이 가히 빤타스틱하더라. 국물을 국자로 퍼먹으니 짜지는 게 흠이라고나 할까.

거하게 점심을 먹고 나서는 부근의 롯데마트에서 25주년 한우 세일을 한다고 해서 그짝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작년부터 그놈의 주식한다고 이런저런 이벤트에 참가했더니만, 증권사에서 커피 쿠폰을 필두로 해서 배스킨라빈스 파인트 아이스크림 쿠폰까지 쏴줘서 날이 화창한 날 이것저것 많이도 주워 먹었다.
신나게 마트 구경을 하던 중에 만난 ‘치맥주’라는 페일 에일 맥주였다. 나의 픽은 아니었지만 디자인이 이뻐서 핸드폰을 꺼내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내가 초이스는 샘 애덤스였는데, 단가가 오른 모양이다. 3,500원이더라. 물가가 마구 뛰니, 비루라고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겠지 싶었다. 서민술이라는 쏘주가 주점에서 5천원하는 시대가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 쏘주도 고만 마셔야지 싶다.
쌉싸름한 새미를 한 잔 걸치고, 머틀리 크루-크리스 드버그 그리고 지미 하넨 어려서 즐겨 듣던 올드 넘버를 듣고 있는데 이제 곧 라일락 향기가 짙어질 봄밤에 나름 운치가 있구나 싶다. 이제 노년으로 접어든 머틀리 크루가 라이브에서 부른 “Home Sweet Home” 가사 중에 “too many romantic dreams"라는 가사가 왜 이렇게 멋지게 들리던지.
클루게 감독의 <할버슈타트>나 좀 더 읽다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