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 에센셜 시리즈가 저자에 대한 전기문 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작가가 발표한 이러저러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그런 책이었다.
어제 도착했고, 마침 알베르토 망겔의 책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까지 모든 읽어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모두 9개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데 역시 나의 첫 번째 픽은 <노인과 바다>였다. 언제 읽어도, 읽을 때마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던가.
줄거리는 무지 간단하지. 쿠바 아바나 근처에 사는 산티아고 할배가 84일 동안이나 바다에서 허탕을 치다가, 결국 어마무시하게 큰 청새치 한 마리를 잡았다. 문제는 3일 밤남을 씨름해서 잡은 청새치를 집에 데리고 오다가 상어 떼에게 모두 뜯어 먹혔다는 거지.
자본주의적 접근을 시도해서 당시 산티아고 할배가 잡은 물고기를 그의 계산법대로 환산해 보니 대략 USD 311 정도가 되더라. 1951년 환율을 적용해(아직 조 디마지오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이다) 보니 USD 3,219가 되더라. 과연 엘 캄페온 다운 실력이 아니던가.
산티아고 할배의 야구 타령을 들으니, 한 때 야구에 죽고 못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물론 나는 양키 헤이터이기 때문에 그 동네 레전드에 대해서는 별무관심이다. 에잉 헤밍웨이는 왜 테드 윌리엄스를 이야기해줄 것이지. 아마 조 디마지오의 아버지가 어부라는 이유로? 사실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청새치와의 사투가 1차전이라면, 상어와의 결투는 2차전인 셈이다. 세상살이가 그렇듯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산티아고 할배는 작살과 칼 그리고 몽둥이마저 모두 자신에게 적대적인 적들에게 빼앗기고 손과 얼굴에 부상을 입은 채 빈손으로 귀환한다. 아, 그가 소싯적에 꼬박 하루가 걸린 팔씨름 시합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에서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 나오던 이빨 뽑기 대결이 떠올랐다. 그것 참... 무식하기 짝이 없구만 그래.
그렇게 황홀하게 <노인과 바다>를 만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첫 꼭지들을 읽었다. 언제 읽어도 만족스러운 고전의 힘! 뭐 그랬다고 한다.
* 아 참, 이 책은 이웃동네 서점 한정판이라고 한다.
램프의 요정에 올리면 이적행위가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