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망의 7월 1일이 되었다.

그나저나 올해가 알라딘 20주년이라고? 일단 축하해 마지 않습네다.

도대체 그동안 알라딘이 빼어 먹은 나의 머니는 얼마일 지 문득 궁금해졌다. 고런 건 알려주지 않나.

 

작년에 산 럭키백은 하도 중고책들을 사대느라 이미 오래 전에 소진되어 오늘을 고대했다.

 

어제 사무실에 잔뜩 쌓여 있던 책들을 모조리 이사했다. 땀이 줄줄 나고 아주 죽을 뻔했다. 예전부터 책 치우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시했었는데, 스톰이 몰아 치게 된지라 잔소리 듣기 싫어서 싹 옮겼다.

 

그중에 발라낸 한 상자는 이번에 공주에서 책방을 낸다는 달궁 책모임 동생에게 보냈다. 말이 그렇지, 책 보내기가 쉽지가 않구나. 일단 책들은 모두 집으로 피신을 시켰는데 그중에서 또 발라내서 공주로 보내야겠다. 어디론가 가서 다른 누군가에게 읽히게 된다면 그 또한 책으로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다만 10킬로그램 이상은 보내지 말라는 동생의 말을 무시해서 택배 기사님에게 조금 미안할 따름이다.



지난 토요일 달궁 모임을 가졌는데, 지난 상반기를 통틀어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입에서 단내가 나게 털었고, 그동안 못보던 멤버들이 거의 모두 자리를 함께 해서 더더욱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2차로 간 빈대떡집의 빈대떡의 맛이 냄새에 비해 맛이 덜한 게 좀 흠이긴 했지만 뭐 좋았다. 그날 비라도 죽죽 내렸다며 더더욱 좋았을 텐데.

 

원래 같았으면 당근으로 쉽게 읽을 줄 알았던 늑대처녀의 <자기만의 방>은 결국 못 다 읽었다. 이럴 수가! 그나마 첫 장과 마지막 장은 읽어서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왜 우리는 소설을 읽어야 하나부터 시작해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홀로 하는 독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털어 보았다. 역시 달궁 동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그 무슨 재미에도 견줄 수가 없지 싶다. 결론은 재밌었다라는 거이다.

 

90년 전인 늑대처녀 시절에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공간과 연간 500파운드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금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오롯하게 전업작가로 21세기 한국을 사는 건 여전히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문학이 경쟁해야 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모바일 게임, 소셜 미디어, 웹툰과 유투브 등 재미진 게 너무나 많다. 소설/문학이 승부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상대들이다. 한 시간 짜리 예능 프로그램도 다 볼 인내심이 부족해서 짤로 미디엄을 소화하는 마당에 천쪽 짜리 소설을 누가 소비할까. 더 슬픈 건 그런 작품들은 출판시장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바로 스러질 운명이라는 것이다.

 

뭐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러니 시간 가는 줄 모르지.



마욤님과 함께 찾은 종로책방은 알바생들이 부족해서 그런지 영업을 조기에 종료해서 결국 책을 사지 못했다. 다음 번에는 꼭 같이 가는 것으로. 오늘 길에 영등포점에 들러서 요사의 <세상 종말 전쟁> 2부와 몇 권의 책을 샀다. 헌책방에 오래 있어봐야 엉뚱한 책들만 잔뜩 사니 오래 있는 것도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책 세 권인가와 심슨 책갈피를 샀다. 책갈피 가격이 없어서 일단 집어서 계산대 직원분에게 물어 보니 오천원인가 오천오백원인가라고 한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패스하려다가 가오가 살지 않아서 그냥 사버렸다. 예스24에서 산 고흐 책갈피는 정말 마음에 들던데. 암튼 심슨 책갈피도 못지 않게 마음에 들긴 했지만 수량이 달랑 9개 뿐이라, 또 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겠지. 읽다만 책들이 그렇게 많다는 거다. 반성해야겠다.

 

나는 새로운 책에 대한 도전을, 모르는 작가의 책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불가리아 작가 요르단 욥코의 <발칸의 전설>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원래 책의 주인장은 불가리아 말을 공부하는 사람이었는지 단편의 제목마다 연필로 불가리어(?)로 보이는 요상한 글자들을 적어 놓았다. 평소 같으면 지우개로 박박 지워 버렸을 텐데, 그냥 놔뒀다. 산적 두목 시빌이 등장하는 첫 이야기부터 범상치 않다. 사랑에 눈먼 산적이 결국 비참하게 죽고 만다는 설정.

 

어쨌든 책을 좀 더 팔아서 럭키백 값을 만들어야겠다. 두 권은 더 팔아야할 것 같다.

나의 삶에서 무언가 덜어내는 게 이렇게 쉽지 않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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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7-01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빼어먹은 나의 머니는 불라블라입니다 하고 알려줍니다. 덧붙여 매달 얼마를 더 빼주신다면 당신은 상위 1%에 진입하십니다 라는 꼬임이 이어지니 알아서 잘 빠져 나오시길 바랍니다. ㅋ

레삭매냐 2019-07-01 21:45   좋아요 0 | URL
그동안 사제낀 액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네요... 흠 -

그렇게 책을 많이 샀나 싶네요.
이제는 금서를 해야 쿨럭...

bookholic 2019-07-02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럭키백은 최대 할인이 5만원뿐이라고 하네요..ㅠㅠ

레삭매냐 2019-07-02 09:29   좋아요 1 | URL
악 그럼 작년보다 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든
게 아닙니까 그래... 그래도 럭키백 사야
하나요, 앞으로는 책을 살 때 보다 신중하게
사야할 것 같네요 증말 !

cyrus 2019-07-02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부터 중고 책을 덜 사서 그런지 작년 럭키백 할인 금액 많이 남았는데, 그거 다 써보지 못하고 소멸되었어요.. ^^;;

레삭매냐 2019-07-02 12:21   좋아요 0 | URL
전 새책은 이제 도서관을 거의 이용하고,
주로 헌책을 사기 때문에 럭키백 할인을
애진작에 다 써 버려서 당장 사려고 했는
데 올해부터는 5만원 제한이라고 해서 고
민 중입니다.

뭐 그래도 아마 사게 되겠죠...

AgalmA 2019-07-07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프라인 중고매장 가면 저는 당최 살 책이 안 보여요^^;; 온라인 중고서점도 최근엔 살만한 책이 자주 안 올라오는 느낌적인 느낌이ㅎ;;
굿즈 때문에 부리나케 신간 사는 속도를 좀 줄여야 중고도서 사는 기쁨도 있겠지요ㅜㅜ

레삭매냐 2019-07-09 11:31   좋아요 1 | URL
아니 도대체 새 책들이 얼마나
많으시길래 ㅋㅋㅋ

아 굿즈의 유혹도 대단하긴 하지요 :>

온라인 서점보다 중고서점에 치중해서
그리로 다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추론
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