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에는 23권의 책을 읽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책을 많이 만난 달로 기억될 것 같다.
인생책으로 꼽을 만한 시배스천 폭스의 <바보의 알파벳>을 필두로 해서, 애타게 찾던 멤포 지아르디넬리의 <뜨거운 달>, 놀라운 발견이었던 구드룬 파우제방 작가의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쥴퓨 리반엘리의 <살모사의 눈부심> 그리고 알라 알아스와니의 <시카고>까지.
권수는 많지만 사실 그 중 반절 정도가 만화다. 로맹 위고 작가의 그래픽 노블들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단박에 읽어 버렸다. 한 권이 더 남았는데 그 책은 도서관에 없더라. 다른 곳에 가서 빌려다 읽어야 하나.
이사를 하고 나서 사들이는 책이 늘어난 모양이다. 지난 가을에 제법 많이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책방에 책이 마구 쌓여 가는 꼴을 보니 좀 답답하다. 예전에는 책을 하나하나 비닐로 쌓고 낙서도 하지 않고 그랬는데 언제부터인가 2B 연필을 죽죽 그어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전 책들을 보면 정말 컨디션이 좋더라. 이제는 중고책으로 팔지도 못하고 그냥 동네 곳곳에 포진해 있는 거리문고에 슬그머니 책을 놓아둔다. 아침에 넣으면 저녁 정도엔는 휙 사라져 버린다. 하도 책동네라고 선전을 해대서 그런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책 욕심을 덜어낼 수 있을까. 사무실에도 계속해서 책이 쌓인다. 작년에 책 때문에 사쪼에게 욕도 먹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걷어 내고 그랬었는데. 1층 창고에 두 상자는 짱 박아 두었다. 더 욕먹기 전에. 집에도 가져 가지 못하고. 그 상자 속에는 어떤 책들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3년 전에 사무실 늘릴 적에 가둬 놓은 녀석들인데. 오늘 그 상자나 한 번 까볼까나. 필요 없는 녀석들은 팔던지 기증하던지 해서 치우던지 해야지. 이것도 말로만일까.
지난번에 갔던 중고서점에 또 가보고 싶어졌다. 연말정산으로 용돈이 좀 생겨서 말이지. 도끼 선생의 <죄와 벌> 걷어 오고 싶다. 그리고 다시 읽고 나서 이번에는 리뷰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