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중고책만 사게 되었다.
새 책은 잘 안산다.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 신간 희망도서를 신청해서 읽는다. 잔뜩 사두기만 하고서 읽지 않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다. 신간도 제법 도서관에서 수급을 잘해줘서 읽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오늘도 중고서점 원정가서 다섯 권을 데려왔다.
일단 로맹 가리의 <흰 개>는 작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긴 했지만 소장각으로 데려왔다.
왠지 올해 안으로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재독이야말로 독서인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마음에 드는 책이어서 읽었지만 샀노라고 자위한다.
다음 주자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카사노바를 쓰다>다. 이렇게 얇고 작은 책인 줄 미처 몰랐다. 판형도 아주 작고, 쪽수도 적다. 164쪽이란다. 올해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읽기로 했으니 기회가 될 때마다 걸리는 책은 살 것이다라고 핑계를 대본다.
그동안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이언 뱅크스의 <말벌 공장>은 사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었다. 품절된 책이라 시중에서 구할 수도 없으니 기회가 되면 당근 사야 하지 않을까. 참 핑계도 다양하구나. 상태는 아주 좋다. 마음에 든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한 번 빌려다가 책을 펴기는 했으나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인지 어쨌는지 못다 읽고 반납한 기억이 난다.
시배스천 폭스의 <바보의 알파벳>도 당당하게 목록에 올랐다. <리옹 도르의 여인>을 읽고 나서 폭스 작가의 책을 모두 읽겠노라고 마음 먹었으니 당연 사야지. 일단 사두고 읽는 것은 나중에, 우리 독서인의 모토가 아닌가. 지난 명절 때 폭스의 책을 읽겠다고 도서관에서 자그마치 세 권이나 빌렸으나 결국 읽지 못하고 이번 주 내내 반납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상태가 좋지 않지만 가격이 너무 착하다. 오늘 낮에 커피빈에서 마신 라떼 한 잔 값보다도 싸다. 라떼 5,800원 책 4,000원 10% 할인을 받았으니 더 저렴하겠지. 밑줄 좍좍 그으면서 한 번 읽어 보리라.
마지막 책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미국은 섹스를 한다>라는 책이다. 이 책이 오늘 산 책 중에 가장 저렴한 레테르를 달고 있다. 단돈 2,600원 커피 한 잔 값도 짜장면 한 사발 값도 안되는 가격이다. 지난 번에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테미오의 최후>를 비싸게 사서 읽다 말았지 아마. 멕시코를 대표하는 작가의 책으로 작년부터 읽기 시작한 푸엔테스 작가 읽기의 연장선이다.
자 이제 어떤 책부터 읽을까나.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