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신이 시집가는 날이다.

 새벽 푸르스름이 차츰  붉은 오렌지 빛으로 밝아오는게 좋은 날씨임을 예고한다.

 

 연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아무 기척없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등져 누워있는 엄마를

 원망스럽게 바라 본다.

 ' 엄마는 어째 내게 이리도 무정하게 대하노 '

 건넌방에 잠들어있는 두 동생 동연이와 정연이도 아직 자고 있는지 집 안은 고요하다.

 부시시 일어난 연신은 부엌으로 내려가 아침빕을 짓는다.

 평소 늘 하던 일이므로 익숙하게 불을 때 밥을 하고 뜨물에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고 그리고

 오늘은 좀 특별하게 평소 아껴두었던 굴비를 세 마리나  석쇠에 구웠다. 

 마침맞게 익은 열무김치와 함께 소반에 밥상을 차리며 

 " 동연아, 정연아 아침밥 먹거로 얼른 일어나그라 " 소리친다.그리고 

 밥상을 안방으로 들이며 " 어무이도  일어나  같이 아침 잡수이소 "


 이때 이불 한 귀퉁이가 바람이 나도록 휘익 제쳐지며 노염에 찬 엄마의 얼굴이 들어난다.

 포로족족한 피부와 허연 입술이 병자 같아 보이는데 눈에는 미움과 노기로 가득차 섬짓하도록

 광기로  번득인다. 

 " 미친 년, 시집 가는게 그래 좋나 ? " 

 " 엄마야, 어디 내 좋자고 가는가 ? 낸 인당수 제물로 팔려가는 심청이다 , 그걸 모리나 ?"

 벌써 몇 날 며칠을 주고 받은 똑같은 대화다. 

 연신이가 그에게 재취자리로 가면서 큰 빚을 탕감받고 두 동생과 엄마가 굶주리지 않고 살

 만큼의 논 밭도 떼어 받았다.

 연신은 나 하나 가서 고생하더라도 뒤에 남는 식구들이 

 편히 살만하면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결단을 내렸던 일이 엄마에게 그렇게도 못마땅하단 말인

 가? 첨엔 혹시 열댓 살이나 더 많은 남자의, 전처 소생 까지 길러야 하는 재취자리에 어린 연신이 가야 한다는 현실에 아깝고 애처러운 마음으로  그러는가, 했으나 엄마의 반대와, 그 보다  한층 더 한 적의와 분노는 연신으로선 이해가 안 되었다.

' 어째 딸이 시집가는 날 까지도 이래 냉차게 구는가'

 연신이 울음이 북받치려 할 때, 마침 두 남동생들이 세수를 하고 멀끔한 얼굴로 들어선다.

 엄마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삼남매가 둘러 앉은 밥상은 침울하다.

 연신은 동생들이 먹기 좋게 굴비를 뜯어 뼈를 발라내 주며 

 " 동연아, 이제 니가 집 안의 기둥인기라, 부지런히 일하고 니들 어무니 잘 모시그라. 그리고 정연이는 아직 나이가 있시니까 공부를 시작허그라. 학비는 내가 어찌든동 대 주꾸마. "

이 말도 그 동안 누누이 했던 말이지만 다시 한 번 더 단대이 질러둔다.

 좀 머리 굵었다고 동연이는 묵묵히 밥을 먹는데 돌연 " 히힝 !" 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정연은 뒷곁으로 달려 나간다. 


 이런저런 심난하고 서러운 마음으로 뒷설거지를 하고 난 연신은 나름 머리를 곱게 빗어 올리고 

시가에서 미리 예단으로 보낸 연두색 호장 저고리에 분홍치마로 갈아 입었다.

 얼마 안 돼 신랑 될 이만석 씨가 운전수를 대동하여 진청색 택시를 타고 왔다.

 이만석 씨는 집 안에 들어서 너무 조용하고 한산한 분위기에 놀란듯 잠시 멍한다.

 문 앞으로 마중나와 나란히 서있는 동연과 정연 형제와 가볍게 손을 잡은 만석씨는

 " 어무이는 어디 계시는가 ?" 묻는다

 " 어무니는 펜찮으세서 자리에 누워 계십니다 " 동연이 침착하고 의젓하게  말한다.

 " 어디가 얼마나 많이 ? " 만석씨는 당황하고 다급한 마음으로  안방문 앞으로 다가가 

 " 장모님 저 왔십니다. 얼매나 펜찮으신지  좀 들어가 뵈도 되겠십니까?" 


 이 때, 연신이 분홍 치마자락을 사르르 끌며 마루로 나선다.

 " 어매는 지금 잠 들어 기십니다. 다음에 뵈이시소  " 연신이 조용히 말한다.

 만석 씨는 상황 판단이 잘 안 되는지 눈을 꿈벅이다 문을 향하여

 " 일간 다시 찾아 뵙겠십니다. 몸조리 잘 하시이소." 


 이만석 씨는 참하고 어린 신부 , 연신이를 데리고 떠나는 마음이 퍽이나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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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환타지는 존재한다 >

                               - 엎드린 산 , 연재를 끝내며 -



지금 세계 인구는 73 억이 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형으로 쓰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인구수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망 인구에 비해 출생 인구가 두 배 정도 많으니 전체 인구 숫자는 계속 느는 것 맞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현실에서의 환타지는 믿지를 않습니다.

환타지아는 당연히 옛날로 거슬려 올라가야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그 수많은 인구 중, 수많은 행각과 일 중, 과학이나 이론으로 전혀 성립되지 않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싶습니다.즉 기적이라는 명칭으로 표현되는 환타지 말입니다.


몇 년 전 한 사람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는 세상 여느 사람과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앙심을 안고 하나님의 뜻과 사랑을 실천하는 데에 온 생애를 바치는 사람입니다. 그의 온전한 믿음과 신념은 하나님도 인정하시고 용납하여 그의 사역에 많은 도움과 힘을 실어 주십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 능력을 초월한 기적 까지도요.

그런데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상식을 초월한 인간에의 사랑도, 능력을 초월한 초인적인 이적도.

심지어 같은 기독교인이나 선교사, 목회지들 까지도 결정적인 순간에 불신과 질타로 오히려 남보다 더 못되게 대하는 것을 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선 안에서만 인정하고 이해하고 감동합니다. 그 범위를 넘어 갈 때는, 돌연 외면하고 부정하고 괘씸하다고 돌을 던집니다.

과학을 기초로 한 문명, 또한 완벽한게 아님에도 사람들은 그 잣대로 재고 이해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으며 스스로 최면 당해 사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고정관념의 틀을 과감히 깨고 인간의 무한한 능력 , 신의 존재 가능성 , 인간의 지성이 하늘과 통해 놀라운 이적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전환한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지경이 넓어지고 운신의 폭이 커지며 따라서  윤택한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운 헌신은 아름다운 스토리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썼습니다.

소설의 구성 상 어느 정도의 픽션이  가미되었음을 부연하여  말씀 드립니다.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주님의 은혜와 긍휼과 평강이 언제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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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뫼비우스 고리 >


요석이 1983 년도에 중국으로 들어 1994 현재 까지의 선교 활동은 나름 상당한 성과로 선전하고 있다. 당시 중국은 인민 사회주의 특성상, 공인되지 않은 종교를 드러 내놓고 전도하거나, 간판을 내걸고 교회 모임을 가질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조용하고 열정적인  신앙에의 소망은 누구도 막을 없게 솔솔 번져나가고 있다.

 

요석이 개척한 신도들의 예배소를 정리하면 대강 이렇다.

요녕성 깊숙이 몽골 자치구역 인접한 나환자 집단촌은 요석이 곳의 목자요, 또한 현실적인 촌장으로 나환자들의 의지가 되어있었고,

이를  기점으로  티벳 지역 릅살람파 스님 산하 그의 제자들에게 성경을 전파하여 널리 기독교를 알렸으며,   우연히 만난 산시정 윈저우시에 사는 왕동싱 촌장을 통해 꽤나 성공적인 선교로 많은 신도를 모았고 더하여  인근 청년들을 위한 학교도 세웠다.

뿐인가 , 하나님이 예비하신 , 장거리 여행 기차에서 우연히  알게 방물장수 중년여인에게 성경 얘기를 들려 것이 계기가  되어 여인이 사는 하남성 일대가 또한 많은  신자들의 예배소로 발전하게 되었다.

또한 산서성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환자들의 구급 약을 구하러 병원에 들렀다가 티벳 사찰에서 만났던 청년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깊은 ,티벳 절에서 내려와 중단했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으젓한 의사가 것이다. 더욱 눌랍고 감동스런 것은 그가 요석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였고 가는 곳마다 예수 복음을 퍼뜨려   병원에서도  신앙의   뜻이 맞는 의사, 간호사들과 잡고   성경 공부를 하고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이다.

요석은 너무 감격하고 반가워 그의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분주히 연이 닿는 곳마다 달려가 성경을 가르치고 믿음을 전파하는 사이 세월은 흐르며 요석도 오십이 넘어 육십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 머릿털이 희끗하게 되어 간다.

세월이 헛되지 않아 요석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다.  언제나 그를 기다리고 반기는 신자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그의 기쁨이요, 보람이다.

 

그런데 얼마 멀리 미국 동부에 있는 뉴저지 한인 교회에서 부흥회에 강사로 초청한다는 청탁이 들어 왔다. 사실 7 요석은 설교 초빙으로 세상 나들이를 적이 있다.

 

아직  나를 기억하고 찾아주는가, 요석은 의아하며 먼저 기도로 하나님과 소통한다.

가거라, 그들에게 너를 보여라마음 하나님의 응답이다.

< 저는 신학을 강의하거나 설교를 하여서 교회를 크게 부흥시킨다는 것은 많이 부족하고 뜻이 아닙니다. 다만 제가 중국에 나가 선교하며 체험했던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이적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 뜻에서 저의 초청 주제를간증 집회 허락해 주신다면 응하겠습니다.  >

하는 요석의 제청이 용납되었다.

과연 젖과 꿀이 넘치는 가나안 땅처럼 풍요가 넘치는미국 뉴저지주는 너르고 반듯하고 청결하다. 메인 스트리트에는 충분한 공간 개념을 활용한 높은 조형 건물들이 적당한 거리로 세워져 투명한 유리 창으로   부시게 햇빛을 튕긴다. 또는 간소하게 지은  나즈막한 오피스 건물들이 조경된 녹지대 속에서  고즈녁하다.

요석은 설교가 시작되기 , 성가대의 찬양 소리에도 깊은 감동과 희열을 느낀다.

여러 반갑습니다. 저는 지금 곳에서 만에 처음으로 천상의 소리, 찬양을 듣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찬양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사는 나환자 마을에는 찬송이 없습니다. 찬송을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여러 분은 입술이 있어 말도 하고 노래도 있지만 그들은 입술이 썩어져 나가 말도 하고 노래도 없는 것입니다. 여러 분들은 건강한 육체, 이런 풍요한 아름다운 곳에서 자유롭게 사시니, 얼마나 축복 받은 행복한 인생인지 아셔야 합니다. “

요석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온화했다.  낮고 천천히 또박또박하는 속에 정연하고 강인한 신념과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가득히 모인 신도들을 두루 둘러보는 눈빛은 맑고 예리하다. 계속해서 요석은 말한다.

제가 사는 마을에서는 먹을게 부족합니다. 제가 천국에 들어가면 먹을 것이 풍성하여 하루 삼시세끼 부르게 싫컷  먹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들은선생님 저를 어서 천국에 데려가 달라고 기도해 주십시요하고 간청해요.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머리에 손을 얹고 축도로  ‘ 어서 천국으로 불러 주십사 하고기도합니다 , 근데 여기 계신 중에는어서 가겠다는 사람 보다 오래 살게 달라는 축복 기도만을 원하실 같군요  .

그게 무리가 아닌 것이,  그들도 여기 와서 주변을 보고 부페식당에 즐비하게 차려 있는 푸짐한 음식들을 보면여기가 천국이 아닌가, 하늘나라 까지 필요가 있는가생각할 같애요.

 

 

7 전에도 요석의 간증집회는 대성황이었다. 같은 시대 , 같은 지구 안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 다르게 있나, 하는 놀라움과 하나님의 은총은 아무리 열악한 환경 ,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화평하고 행복하게 있구나,하는 감동, 하나님의 커다란 섭리는 우리 곁에 준비되 있어서 그의 안에서는 능히 되는 일이 없다는 신념 등의 체험이 신도들에게 많은 감동과 은혜를 주는 것이다.

요석의 간증 집회 내용은 녹음 테이프에 담겨 널리 퍼졌고 듣는 사람마다 벅찬 감동으로할렐루야 외치게 한다.

소문이 퍼지자 미서부 LA 있는 오천 교회에서 초청이 들어 오고, 카나다에도 다녀 오게 되었다.

그런데 문명혜택을 흠뻑 받아 수준 높은 생활에 젖은 사람들은 생각이나 느낌이 단순하지 않다 .  먼저 의심을 전제하고,- 과학적 검증을 우선시한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이론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한다. 요석의 간증 속에는 도저히 용납할 없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게 정말일까 ? 어떻게 번번히 우연이 맞아 떨어지지? 기적이 정말 존재할 있는건가?

배를 꿰매서 염증이 곳에 문둥이들의 피와 고름이 기브스처럼 말라 딱딱한 속에서 상처가 아물다니,  그걸 어떻게 믿나?  이런 숙덕거림과 비판이  점점 목소리가 커지더니, 거기에 질시 가득한 목사와 장노들까지 노골적으로 합세하며 드디어 사회 여론으로 까지 확산되었다.

거짓말 투성이의  사기꾼,하나님을 팔아 영웅이 되려는 정신이 어떻게 사람.

소문 속의 불신과  비난은 이제 더욱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처음 요석의 설교를 들으며 순수하게 감명 받았던 이들도 소문에 스스로를  의심하며 벅차던 감명은 희미하게 희석되 버린다.

요석이 속성을 모를 없다.

예수님도 고향 마을에 가서는 불신과  냉대를 받았다. 같은 모국어를 하는 사람들이 고향 사람들이거늘.

하며 쓸쓸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간증 집회의 마지막 날이다.

집회의 마지막날임을 알리고  요석은 웃으며 덧붙여 말한다.

이제 저는 하나님이 지정하신   자리로 돌아 갑니다. 얼마 동안은 아마 다시  나오지 것입니다. 영영 다시 여러분을 뵐지도 몰라요. 내가 있는 곳은 정말 일이 많은 바쁜 곳입니다.저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리고 잠간의 침묵 속에 좌중을 둘러 보며 말을 잇는다.

“ 그래서 부탁을 드립니다.여러분 중에 혹시 나와 함께 그곳에 가서 함께 체험하고 봉사하실 분은 없습니까 ?

그러나 미리 말씀드릴 것은 들어가면 평생을 곳에서 함께 고락을 겪으며 살겠다는 의지와 결심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런 바램이 있는 분은 손을 들어 주십시요.”

순간 장내는 조용하다. 서로를 둘러 보는 고갯짓만 바쁘다.

그런데 가운데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들고 몸을 일으킨다.

제가 함께 따라가겠습니더  “

멀리에서 자세히 알아 없는 여인. 둥글넙적하고 펑퍼짐한 몸매.

, 반갑습니다, 결심이 서신다면 함께 사역을  떠나십시다  “

요석은 반기며 말했지만 진지하게 기대를 것은 아니다. 대중을 향한 하나의 장면 전환 ,또는 자신의 진실을 밝히려는 간접 제스츄어 정도로 생각하며 유머스럽게  말을 맺은 것이다.

잠시 소란했던 장내도 다시 조용하고 침착한 분위기로 바뀌고 . 그렇게 집회의 대단원이 끝났다.

 

세상 외출은 여기 까지.  요석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오직 그곳에서 자신의 사명을 위해 최선을 것을 다짐한다. 개방된 세상에서 진실이냐, 사기냐, 술수냐, 하며 시비 붙기에는 그건 하나님 앞에 너무 부끄럽고 사소한 문제다 .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이고 능력일 , 거기에 무슨 말을 보태랴. 요석은 다시 은둔의 세계로 돌아가려 한다.

 

이튿날 ,아침 일찍 숙소로 밖에 여인이 찾아 왔다.

머리는 헝크러지고 눈빛은 어둡고 불안하다. 굵은 허리 위로 츄리닝 같은 허름한 바지를 걸쳣다.

저를 알아 보시겠습니꺼?” 여인이 의심과 번민 때문에 가볍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어제 저녁 예배 광고 시간에 손을 들었던 ? “

그렇기도 하지요, 하지만 전에 고향에서 --- “

여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요석의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 연신이. 정말  당신이   앞에 있는 거요 ?” 믿어지지 않아 다시 묻는다.

오빠, 요석 오빠. 이름만 듣고도 금방 알았십니더. “

요석은 팔을 활짝 펴서 녀를 안았다.

요석 품에 안긴  연신의 몸피는 지난 세월 열여덟 가늘고 탄탄한 몸매와 느낌이 다르다. 넓고 부드럽고 따뜻한 에바의 .

세월 외로움과 시련을  오직 신앙으로 극복하며 살아왔던 요석은 연신의 품에서 문득 잊어버리고 살던 인간적인 향기를 맡는다아늑하고 편안해 진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요석은 새삼 연신을 찬찬히 훑어 본다. 물질 문명이 풍족해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좋은 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황폐한 얼굴 , 허술한 옷차림. 허기진 모습.

도대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거요 심각하게 생각한다.

우선 안으로 들어 갑시다. 들어가서 아침밥 부터 먹읍시다.”

오래 학교 운동장 뒤편에서 허물없이 반찬을 나누어 밥을 먹던 그의 앞에서 연신은 때처럼 맛있게 밥을 먹는다.

오랜만에 먹는 따뜻한 밥과 국이다.

연신이, 정말 나를 따라  중국 오지에 들어가 함께 일할 결심이 있는거요 ? “

요석이 감상에서 벗어나 정색하고 진지하게 묻는다.

돌아 것이 없어예 돌아보면 웬통 죽음 뿐이라예기어드는 조그만 목소리.

요석은 혼란된 마음으로 연신을 깊숙하게 바라본다.

얼굴은 굵은 매를 맞으며 말도 제대로 못하고 참고 참으며 살아 얼굴이다.

제게도 가족이 있었어요, 맹세하건데 그들을 위해 정성껒 힘을 했어요.  근데 무슨 이유인지 하나 모두 나를 떠나는 거얘요. 뭔가  하나하나 이유가 있을텐데 그것을 수가 없어요. 그게 너무 슬프고 슬퍼  절망하고 있어요.

지금 곁에는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나도 인간관계가 비어버린 자신을 떠나려 했어요. “

.

 

연신아, 나를 곳으로  내보내 너를 만나게 해주신게 주님의 뜻이로구나.

그래서 망서리던 내게 주께서 나가라고 명령하셨어.’

요석은 연신의 헝크러진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마음 속으로 탄식한다.

오빠, 사람에게 정을 주고 인간에게 기대한다는게 너무 두렵고 못미더워요. 마음을 주고 기댄 만큼  그들이 떠나고 담에 절망을 견디는게 죽음 보다도 힘들어요.”

연신은 얼굴을 떨군다. 무릎 위로 후드득 눈물이 떨어진다.

나도 세상이나 사람의 일은 모른다오.. 다만 나는 천지만믈을 주관하시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분의 뜻을 따라 살아 왔는데, 분의 역사하심에 실망한 적은 번도 없었소,

오히려 은총 안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 왔다오.”

과연 나도 그렇게 하나님 나라에 새로운  소망을 가져도 될까요 ? “

또한 하나님의 역사가 당신을 내게 오도록 인도해 주신거요. 하나님의 섭리는 세밀하시고 변치 않으시니 이제는 당신에게 이상의 실망이나 슬픔은 없을꺼요.

이제 우리는 인간적인 고뇌는 주님께 맡기고 하나님을 전파하는 사역에 우리 능력과 힘을 쏟으라고 주신 기회요. 우리에겐 아직도   일이 태산이란 말입니다.”

요석은 연신의 손을 잡고 감사와 기쁨에 겨운 기도를 드린다.”.

 

요석과 함께 중국으로 떠나는 연신은 이제 평안한 얼굴이다.

여태 많이 맞고 잃은 것도 많은대로 살아왔지만  맺히거나 한스러움이 아닌 신앙이 스며든 편안한 모습이다.

태초의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에바를 바라보는 아담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요석 또한 벅찬 감동으로 연신의 손을 잡는다.

둘이는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둘이는 그렇게 엎드린 산이 되어 세상의 온갖 물체들을 끌어 안았다.

지상에 구현되는 에덴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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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환자 집단 촌  >



요석이 정착하여 사는 이 마을은 대체로 조용하다. 싸울 일이 없는 동네다.

부부싸움도 없고 이혼도 없고 자식 걱정도 없다. 아무 문제도 없고  조용하다. 가끔 통증으로 길게 얕게 신음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

단지 하나, 문제가 있다면 먹을게 부족하다. 여기 수용소 안에 격리된 한센인은  스스로 생업을 할 수 없으므로 누군가에게  의식주를 기댈 수 밖에 없는데 특히 끼니가  늘 부족해 배가 고프다.

가끔 요석은 나환자들에게 묻는다.

“형제님, 제일 큰 소원은  무엇입니까 ? “

그들은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물어주는게 더없이 기쁘고 고맙다.

“ 하루 세끼는 아니더라도 다만 한 끼, 밥을 큰 그릇에 수북하니 담아 배 터지게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소원이얘요” 그는 두 다리가 반 쯤 잘려나가고 한 팔도 없다. 한 팔에 남은 세 손가락으로 땅을 짚으며 엉덩이로 이동한다. 그 세 손가락이나마 언제까지 갈까 ?

“ 천국에 가시면 세 끼 밥과 좋은 음식을 마음껒 드실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

“ 그 좋은 천국에는 언제나 가지요 ? 어서 가게 해 주세요 . “

그래서 요석은 그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서 기도한다.

“ 하나님 배고프고 아프고 힘든 이 형제를 어서 데려가 천국의 풍요한 잔치에 참석하게 해 주세요 , 아멘 “ 그도 기쁘게 ‘아멘’ 한다. 그리고 천국에의 소망으로 더 없이 행복해 한다


한센병은 인류 역사와 함께 있어 온 ,유래  깊은 병이다.  살이 곪아 터지며 얼굴이 문드러지고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이 병은 환자에게는 물론, 가족도 이웃도 모두 기피한다. 신의 저주, 또는 천형이라하여 환자를  멀리 쫒아내고 돌보지 안 했다.

이들도 한센병이 드러난 처음에는 일단 사지가 멀쩡하였지만 이 수용소로 들어와 일 년 이 년,삼년을  지내는 사이 병은 점점 더 진행되며   눈이 멀고 살이 곪아 문드러지고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 흉한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충분한 영양 공급과 얼마 만큼이라도 의료 혜택이 주어진다면 완치는 어렵더라도 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전혀 그런 보장이 없이  열악하고 비참하다.

다만 어서 죽기를 바라는 처지일 뿐이다.

요석은 이들의 배고픔이라도 해소해 주려고 이리저리 아는 사람들을 찾아 강냉이 가루나 감자 등, 식량이 될만한 것을 구해다 대지만 수용소 안,  삼 백 명 가량의 인원을 감당하기에는 태부족이다.

하루는 식량도 떨어진지 며칠 되고 돼지죽 같은 급식도 너무 부족해 어떻게 끼니를 이을건가 심각하게 고민한다.  요석도  역시 배고픈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옛 어른들 말씀에 땅을 파면 먹을 게 생긴다는 말이 생각났다. 땅을 파 본다.  한, 일 미터 남짓 쯤 들어 갔을 때, 놀랍게도 초콜렛 색깔, 아주 곱고 쫀득한 흙이 나온다. 조금 집어 먹어보니 이물질의 지금거림이 없고 찰떡 같이 씹히는 맛이 고소하다. 그걸 한 양푼 퍼다 먹을 수 있는 순한 풀을 섞어 반죽으로 치대어 수제비를 만들었다. 흙수제비지만 먹으니 구수하고 배가 부르다. 포만감에 모두 좋아라 하는데 요석은 다음 날 아침 깨어보니 얼굴과 손발이 퉁퉁 부었다. ‘ 어,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데 왜 나만? , 의아하다. 아직 적응이 안 되어 그랬겠지 생각하며 ,

다음 기회에  또 먹어 보니 웬만큼 괜찮다. 역시 인간의 강인한 생존 능력에 감탄한다.

하루는 고위층 관리가 이 먼 곳 까지 찾아 왔다.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술 시합으로 제압했던 그 친구다.

“ 선생님은 대단한 투사이십니다. “ 그의 첫 마디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석이 의중을 알 수 없어 묻는다.

“ 종교를 금지하는 이 나라에 와서 감히 기독교를 전파하지 않으십니까?” 엄포같기도 한 이 말,

그러나 그는 요석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말한다.

“ 학식 높고  진실하신 선생님이 이 구석진 문둥이 마을에 들어 와 전염의 위험을 무릎쓰고 함께 고생을 하시며 사신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  저는 몹시 안타깝고 걱정이 됩니다.

제가 비교적 환경이 좋은  마을을 찾아서 선생님을 편안하게 모시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객관적 이성적 생각이라면 참으로 솔깃한 제안이다. 그러나 요석은 먼저 예수님이 광야에서 마귀의 시험을 받은 부분이 생각난다. 예수님은 마귀가 제안하는 배고픔과 존귀와 권능을 모두  거절하여  마귀의 시험을 물리친게 아닌가 ?

요석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 이들이 저를 필요로 합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곁에 산다는게 저는 행복합니다 “

그는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이 머뭇거리며.  머리를 갸웃거리다 떠나갔다.


다시 지독한 식량난이 벌어진다. 비축한 곡식은 바닥난지 오래고 지급되는 돼지죽도 최악으로 질도 나쁘지만 양도 극히 적다. 병으로 죽는이 보다 굶주림으로 죽는 이가 더 많이 나오는 형편 이다.

식량을 구하러 왕동싱 촌장 마을을 다녀 왔다. 한 두어 달 걸린 것 같다.

돌아오자마자 소장이 다급하게 말한다.

“ 선생님, 참 신기한 일을 봅니다.

한 환자가 죽을 때가 다 됐는데도 선생님 오기 전엔 절대 죽을 수 없다고 저리 버티지 뭡니까 ? 죽었나? 하고 건들면 벌떡 일어나고 그러며 선생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

요석은 바삐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몸은 그대로 주검이다. 움푹 꺼진 눈에 핏기 없이 굳어진 전신. 그러나

“ 형제님, 괜찮으십니까 ? “ 하는 요석의 목소리를 듣자 눈을 번쩍 뜬다. 안광이 번쩍인다.

“ 제가 선생님을 보기 전에는 죽을 수 없어 이때껒 기다렸습니다. “

“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 “ 요석이 그의 눈을 보며 말한다.

죽으면 하늘 나라에 갈텐데 이 더러운 문둥이 몸을 받아 주실까요 ?”

요석이 대답한다.

“ 예 염려 마십시요, 천국가는 그 순간에 당신은 변화되어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선 정상인이 되 있을겁니다.

“ 선생님, 하나님이 정말 나를 알아 보실까요 ? 선생님이 나를 위해 소개장을 하나 써 주신다면 주머니에 잘 넣고 가서 하나님 앞에 보여 드릴려구요. “

“ 하나님은 벌써 당신을 잘 알고 계십니다. 당신 자리를 예비하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

“ 난 손이 없어요, 하나님을 만나면 손을 잡아 악수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잡나요 “

“ 아, 걱정 말래두요. 당신은 천국으로 가면 두 손 두 발 건강한 성한 사람의 모습이얘요 “

요석은 안스러운 마음에 그의 뭉그러져 나무토막 같은 팔뚝을 꼭 쥐어 준다.

그 때 그가 외친다.

“ 아, 나를 놔 주세요. 천국의 큰 손이 나를 잡아 줍니다. 내 손을 잡았어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

그의 흉한 얼굴은 화색이 가득하여 위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조용히 숨을 거둔다.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 또한 천국에의 믿음과 소망으로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이런 행복한 죽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상해에서 교수친구가 소개해 주었던 고위 공무원이 또 찾아 왔다. 첫 번 째는 나환자촌을 찾기 위한 술 시합이 있었고,  두 번 째는 선교지역을  다른 곳으로  선처해 주겠다는 제안이었고 그리고 이  세 번 째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 이 멀고 험한 곳을 찾았을까.


요석의 거처는 이 곳 다른 주민들과 비슷하게 갈대풀로 엮어 만든 움막이다. 아랫 쪽으로 흙을 개부쳐 바람을 막은 여덟 평 작은 실내, 한켠에  굵은 대나무로 성글게 짠 침상이 있다.역시 널판지를 구해 와서 손수 만든 작은 책상이 창 쪽으로  있고 그 위로는 성경책과 몇 권의 노트가 단정하게 놓여 있다.하나 뿐인 의자에 손님을 앉게 하고 요석은 침상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그를 자세히 바라 본다. 몇 년 전  처음 봤을 때 보다 무척  수척해진 얼굴, 근심과 고민이 가득하다. 한참이나 말문을 열지 못하던 그가 불쑥 묻는다.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극악한 죄라도 하나님은 용서해 주시나요 ? “

“ 이 세상에서 하나님이 사하지 못하는 죄는 없습니다. 하나님께 지은 죄를 고백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하나님은 죄를 사하여 주십니다. “ 요석은 자신있게 말한다.

“ 저의 이름은 자오융칭이라고 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사실은 기독교 교인이었습니다. 새벽마다 저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셨어요. 그 기억이 요즘 들어 더욱 생생하게 떠올라 너무 괴롭습니다. “



1966 년 마오져뚱이 주도한 < 문화대혁명 >은 중국 역사에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다방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공산주의 대약진 운동이었다. 그 때 자오융칭은 열 세 살,

마오는 서서이 느슨해지는 자신의 권력 기반을 재강화하려는 야심에서 비롯됐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서민들에게 파급된 영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마오는 특히 청소년들에 주목했다. 젊은이들이 사상과 행동을 규합해 영구적 계급투쟁의 결과로 민중민주와 민족해방의 노선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구체적 행동 강령으로 기존 유교 질서를 비판하여  모든 인민은 평등하며 상하 불문하고 잘 못된 행동이나 생각은 통렬한 비판과 각성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추상같은 개념이다.이에 따른 , 이른바 홍위병들은 의기투합하여  오래 된 문화재와  사당들을 깨부수고  성현들의 고서를 아낌없이  불사른다, 뿌만 아니라   선생이나 교장을 고발하고 자식은 부모를 고발하고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를 가차없이 고발하여 인민재판에 부치는 일이 허다하였다.

자오융칭도 소학교  졸업반이 되었을 무렵인데 선생들은 훈시 때마다 어른 중에서도 혁명정신에 어긋난 자는 누구나 고발하라고 부추겼다. 자오는 누구를 고발하여 교장 앞에서 칭찬과 상을 받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 때 문득 생각된게 새벽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옳다구나, 아버지를 고발해야지.

자오는 교장 앞으로 고발장을 썼다.

<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에서 금하는 기독교를 신봉하는 자들로 새벽마다 기도를 하고 하나님을 숭배하는 찬양을 합니다.  >

그 다음 날로 어머니는 어디론가 끌려가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는 모든 사람 앞에서 인민재판을 받게 되었다. 마을 사람이 모두 모이고 당간부들도 위엄있게 배석한 자리였다. 인민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교장이 연단에 서서 지오를 호명했다.

“ 군은 매우 굳센 정의감과 용기로  타에 모범이 된 혁명용사요.. 자오군은 앞으로 우리 인민사회가 지향하는 바 진정한 민족해방의 대열에서 앞서 가는 혁명지도자가 되리라 확신하오. “

하며 상장과 당에서 내린 커다란 상패를 주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하고 한껒 부풀었던 마음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 얼굴에 짚가리로 엮은 용수를 쓴 채 꽁꽁 묶여 끌려오는 아버지를 보며 심장이 얼어 붙는 듯 했다. 그 때,  당 간부 중에도 우두머리인 듯한 사람이 연단으로 나와 아버지의 얼굴에  씌운 용수를 벗기게 하고

“ 얘야 너의 아버지가 맞느냐 ?  정말 새벽마다 기도와 찬송을 하더냐 ? “등을 차근차근 묻는다.자오는  묻는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모여 선 마을 사람들을 향하여 목소리를 돋구며

“ 이 보십시요, 이 장한 어린 학생이, 아버지가  국가에서 금지하는 반역적인 종교 행위를 고발하고 당당하게 증언하였습니다. 이소년의 영웅적 정의감과 용기에 다같이 박수를 보냅시다.”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를 들으며 자오는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 아, 난 잘 한 일이야. 아버지가 나빳어. 난  당당해도 돼. ‘ 하며

아버지를 쏘아 보는 순간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사랑스런 아들을 바라보는 잔잔하게 웃는 얼굴, ‘ 그래 넌 잘 했어 ‘ 괜찮아 ‘ 하는 듯 사랑으로 가득 찬 그  눈빛 . 아버지는 처형장으로 끌려 가기 전 다시 한 번 뒤돌아 아들 자오를 바라본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끄덕 고개짓과 함께 사랑의 눈길을 보낸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졸지에 여윈 자오는 그 날로 고아가 되었다. 더 이상 따뜻한 가정과 부모가 없다. 거지처럼 떠도는 자오의 소문이 퍼지자 당황한 당에서  자오를 데려다 < 혁명 일세대 투사 >라고 떠받들며 모든 뒷배를 넉넉하게  봐 주었다. 잘 먹고 잘 자라  최고의 교육을 받고 출세 가도를 달리며 좋은 잡안의 딸과 결혼하여 아들도 두었다.

누구나 선망하고 존경하는 오늘 날 까지 그의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아버지를 본 것이다. 까맣게 잊고 살았던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

그의 아들이 이제 열 세 살,  아들이 자신을 보는 눈에서 아버지를 본 것이다. 사랑과 신뢰가 가득차 잔잔하게 웃는  모습. 열 세 살 아이답지 않은 아버지의 그 얼굴.

그 후로 자오는 아들을 보면 아버지가 연상되고 자신이 철없이 저지른  

엄청난 행위가 생각나며 미칠듯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열 세 살 소년이 보았던 아버지, 그가 자라 아버지가 되어 열 세 살 아들을 보는 자신, 너무 극도의 대비에 그는 비로소 자신이 무슨 짓을 한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씻을 수 없는 죄악에 진저리를 치는 것이다.


긴 얘기를 들으며 요석은 함께 깊은 한숨을 쉰다. 그가 시대적 상황 속에 그릇되이 저질렀던   인간으로서의 고통이 느껴져서이다.

“ 예수님이 아무 죄도 없이 십자가에 달려 피를 흘리며 고난 중에 돌아가신 이유가 세상 모든 죄인들을 대속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이신 귀한 아들을 세상에 내 보내 모든 죄를 대속하고 죽게 까지 하신 섭리도 하나님의 사람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십니다. “

예수님의 희생과 하나님의 드넓은 사랑 , 그 위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

지오융칭은 이해가 되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껍질벗은 애벌레처럼  작고 여린  인간이 되어 그저  한없이 흐느껴 울기만 한다.



가을인가 하는 사이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토굴이나 움막 집에 들어가 몸을 움추려 자는듯 죽은듯 음울한 어느 날, 요석은 열이 펄펄 오르며 참을 수 없이  배가 아프다.’  왜 그럴까 ‘ 스스로 촉진을 하며 원인을 생각해 본다.

‘ 맹장 --염 ?’  왜 맹장염인가 ?

‘ 아, 짚히는 데가 있다. 근래 흙수제비를 꽤 자주 해 먹었는데 ,  그게 원인일수도.’

여기서는 어떤 방도도 없고 읍내로 나가야 하겠는데. 한 시가 급하다.

“ 돌쇠야 “ 하고 부르는 소리에 땔랑땔랑 방울 소리 울리며 달려 온 것은 당나귀다.

한 일 년 전 요석이 이웃 마을을 다녀오는데 한 농부가 어린 당나귀를 때려 죽이려 도끼를 휘둘른다.

“ 여보슈, 왜 당나귀를 죽이려고 하는 거요 ? 차라리 날 주시요. 내가 사리다 “ 요석이 다급하게 외치자 농부는 그냥 가져 가란다. 왜 공짜냐고 물으니

“ 이 놈이 주인 말을 전혀 듣지 않아 괘씸해서 죽이려고 했는데 죽이려는 못된 놈은 팔지 않고 거져 주는거라 “고 했다.

졸지에 당나귀를 하나 얻어 집으로 데려다 친구삼아 잘 다루니, 웬걸 말도 잘 듣고 여간 영리한게 아니다. 이름을 돌쇠라 짓고 한국말로만 소통하니 곧잘 알아듣고 원근 그 등에 타고 다니기도 하여 이젠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식구가 되었다.

“ 돌쇠야 내가 아퍼서 죽겠다 네가 수고 좀 해 다오 “

요석은 그 밤을 도와 장장 여덟 시간을 당나귀 등 위에서 신열과 통증으로 쩔쩔매며 읍내에 닿았다.  이른 새벽 녘이었는데 아직 문을 연 가게가 드믄지  적막한 거리다.

그 곳에는 오래된 한의원과 동물들을 치료하는 동물 병원이 있었다. 아무래도 수술이 필요할 것 같아 동물 병원에 들어섰다. 시설이라곤 거의 원시상태로 지저분하고 조악하다. 그러나 어쩌랴, 의사를 불러 맹장 수술을 부탁했다. 의사는 꼬지지한 중늙은이였는데 질색을 하며 자기는 동물 배는 갈러 봤어도 사람 배는 안 들여다 보아 모른다며 거절한다.

“ 영감님 걱정 말고 우선 배를 갈라 주시요, 내가 유명한 기술자 두 명과 같이 왔으니 그들이 도와 주실 것이요. “

어디, 어디 의사 선생이요 ?” 하고 그는 사방을 휘휘 둘러 본다.

“ 아, 글쎄, 내 눈에는 보이니까 염려 마시라니까요

마취제는 있습니까 ?”

“ 어디요 ? 동물은 마취 안 시킵니다. “

그럼 한의원에게 부탁해 보쇼 .” 하는 말에  한의원까지 달려 왔다.

“ 글쎄요, 해 본 적은 없지만 한 번 해 보지요” 한의원은 요석의 혀를 쭉 빼내더니 여기저기 침을 꽂는다.

배를 가르려고 가져온  

칼을 보니 요석은  기가 막힌다. 오래 되어 날이 무디고 녹까지 슬었으니.

“ 숫돌 있어요 ? 잠깐 좀 갈아 쓰시지요 “

“ 어데를 갈라야 하나요 ? “ 수의사는 요석의 배를 들여다 보며 역시 경황이 없다.

“ 주로 맹장은 왼 쪽에 있다고 하니 요쯤 갈라 보시요, “

익숙치 못한 수의사는 떨리는 손으로 가슴 밑 늑골 아래로 주욱 가른다. 너무 많이 갈랐다.

“ 어떤게 맹장이요 ? “ 수의사는 배 속의 것을 이리저리 헤쳐보며 마련이 안 선다.

“ 나도 좀 보이게 들어 봐요 “ 요석이 고개를 들며 말한다. 참 뱃 속에 저런 많은 것이 들었다니, 스스로도 놀라며 아무리 살펴 봐도 맹장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 요 아래 왼편으로 조금  더 째 봐요. “ 이리저리 헤적이다 끄트머리에서  검푸른 빛의 조그만 덩어리를 발견한다.

“ 그건가 보오, 잘라 내시요 .”

“ 여긴 참 실이 없다오, 무얼로 꼬매지요 ?” 수의사가 또 당황해서 말한다. 다행히 한의원이 재빠르게 자주색 이불 꼬매는 실과 굵은 바늘을 구해 왔다. 수의사는 손재주도 없는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대충 듬성듬성 꼬매어 간신히 배를 덮었다.

때가 꼬질꼬질한 천으로 배를 둘둘 말아 묶은 채 요석은 곧 되짚어서 나귀의 등에 흔들리며 집으로 둘아 왔다. 거의 한 밤 중이나 들어선 집은 냉기로 가득하고 차가운 밤길을 당나귀에 실려 온 요석은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을 놓는다. ‘ 아, 하나님 뜻대로 하소서. 죽으면 죽으리이다 ’  중얼대며 아득하게 무의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다음, 다음 날이 되서야 겨우 정신을 찾은 요석은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공포스럽다.  다리가 얼어서 뚱뚱 부어오르고 꿰맨 자리에는 벌써 염증이 시작되는지 벌겋게 성이 나고 진물이 흐른다. 또한 통증은 뼈를 생으로 깎아내는듯 처절하게 아프다.  오, 주여 !. 요석은 고통으로 길게 탄식한다.

요석이 많이 아프다는 소문을 듣고 주민들이 몰려 왔다. 그들은 제일 먼저 희희낙낙한다. 선생님도 자기들 처럼 문둥병에 걸렸으니 이제 어디 안 가고 자기들과 계속 살거라고. 그러나 요석이 다리와 배까지 부어 오르고 신열이 뜨겁게 달아 올라 괴로운  신음 소리를 내자 , 자기들도 요석이 너무 불쌍한지, 부은 다리와 배를 주물러 주겠단다.. 손가락 떨어진 몽당 손으로, 팔이 없는 이는 다리로 , 그도 저도  없는 사람은  몸으로 요석을 덮고 얼굴을 문질러 열을 식혀주려 애 쓴다. 요석이 앓는 소리를 할 때마다 그들도 마음 아파하며 온 몸으로 더욱 열심히 주무르고 문지르고 얼굴을 대어 체온을 나눈다. 수 백명이 교대로 몇날 며칠을 그러는 사이 그들의 고름 섞인 핏물과 진물과 눈물이 요석의 상처를 덮고 퉁퉁 부은 다리에도  그들의 체액이 쌓이고 샇여 마치 기브스를 한 것 같이 딱딱하게 굳어 간다.

일주일된 날, 요석은 기적을 보았다. 사랑과 진정이 가득한 그들의 체액, 딱딱하게 굳어진 기브스 껍질 밑에서  다리와 배에 부기가 빠지고 꼬맨 자국도 꾸득꾸득 아물어 간다. 요석은 거의 죽음을 각오하였고, 다행히 살아나더라도 다리를 절단해야 하지 않나 염려했는데 ‘오, 하나님, 이렇게 다 마련이 되신 주님 섭리를 모르고 오히려 염려한 제 허약한 믿음을 용서하여 주소서.’  요석은 흐느끼며 자신의 허약한 믿음을 회개한다.

그리고 예수님은 허다한 문둥병자들을 고쳐주는 은혜를 베푸셨는데 자신은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과 치유를 받아 회복된 것에 , 자신이 그들의 사랑과 은혜를 크게 입었다는 사실에 큰 깨달음을 얻는다.

“ 하나님, 더러운 고름이 명약이 되는 하나님 사랑의 섭리. 더욱 겸손하게 그들을 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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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환자 집단 촌  >



요석이 정착하여 사는 이 마을은 대체로 조용하다. 싸울 일이 없는 동네다.

부부싸움도 없고 이혼도 없고 자식 걱정도 없다. 아무 문제도 없고  조용하다. 가끔 통증으로 길게 얕게 신음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

단지 하나, 문제가 있다면 먹을게 부족하다. 여기 수용소 안에 격리된 한센인은  스스로 생업을 할 수 없으므로 누군가에게  의식주를 기댈 수 밖에 없는데 특히 끼니가  늘 부족해 배가 고프다.

가끔 요석은 나환자들에게 묻는다.

“형제님, 제일 큰 소원은  무엇입니까 ? “

그들은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물어주는게 더없이 기쁘고 고맙다.

“ 하루 세끼는 아니더라도 다만 한 끼, 밥을 큰 그릇에 수북하니 담아 배 터지게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소원이얘요” 그는 두 다리가 반 쯤 잘려나가고 한 팔도 없다. 한 팔에 남은 세 손가락으로 땅을 짚으며 엉덩이로 이동한다. 그 세 손가락이나마 언제까지 갈까 ?

“ 천국에 가시면 세 끼 밥과 좋은 음식을 마음껒 드실 수 있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

“ 그 좋은 천국에는 언제나 가지요 ? 어서 가게 해 주세요 . “

그래서 요석은 그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서 기도한다.

“ 하나님 배고프고 아프고 힘든 이 형제를 어서 데려가 천국의 풍요한 잔치에 참석하게 해 주세요 , 아멘 “ 그도 기쁘게 ‘아멘’ 한다. 그리고 천국에의 소망으로 더 없이 행복해 한다


한센병은 인류 역사와 함께 있어 온 ,유래  깊은 병이다.  살이 곪아 터지며 얼굴이 문드러지고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이 병은 환자에게는 물론, 가족도 이웃도 모두 기피한다. 신의 저주, 또는 천형이라하여 환자를  멀리 쫒아내고 돌보지 안 했다.

이들도 한센병이 드러난 처음에는 일단 사지가 멀쩡하였지만 이 수용소로 들어와 일 년 이 년,삼년을  지내는 사이 병은 점점 더 진행되며   눈이 멀고 살이 곪아 문드러지고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 흉한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충분한 영양 공급과 얼마 만큼이라도 의료 혜택이 주어진다면 완치는 어렵더라도 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전혀 그런 보장이 없이  열악하고 비참하다.

다만 어서 죽기를 바라는 처지일 뿐이다.

요석은 이들의 배고픔이라도 해소해 주려고 이리저리 아는 사람들을 찾아 강냉이 가루나 감자 등, 식량이 될만한 것을 구해다 대지만 수용소 안,  삼 백 명 가량의 인원을 감당하기에는 태부족이다.

하루는 식량도 떨어진지 며칠 되고 돼지죽 같은 급식도 너무 부족해 어떻게 끼니를 이을건가 심각하게 고민한다.  요석도  역시 배고픈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옛 어른들 말씀에 땅을 파면 먹을 게 생긴다는 말이 생각났다. 땅을 파 본다.  한, 일 미터 남짓 쯤 들어 갔을 때, 놀랍게도 초콜렛 색깔, 아주 곱고 쫀득한 흙이 나온다. 조금 집어 먹어보니 이물질의 지금거림이 없고 찰떡 같이 씹히는 맛이 고소하다. 그걸 한 양푼 퍼다 먹을 수 있는 순한 풀을 섞어 반죽으로 치대어 수제비를 만들었다. 흙수제비지만 먹으니 구수하고 배가 부르다. 포만감에 모두 좋아라 하는데 요석은 다음 날 아침 깨어보니 얼굴과 손발이 퉁퉁 부었다. ‘ 어,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데 왜 나만? , 의아하다. 아직 적응이 안 되어 그랬겠지 생각하며 ,

다음 기회에  또 먹어 보니 웬만큼 괜찮아 역시 인간의 생존 능력에 감탄한다.

하루는 고위층 관리가 이 먼 곳 까지 찾아 왔다.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술 시합으로 제압했던 그 친구다.

“ 선생님은 대단한 투사이십니다. “ 그의 첫 마디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석이 의중을 알 수 없어 묻는다.

“ 종교를 금지하는 이 나라에 와서 감히 기독교를 전파하지 않으십니까?” 엄포같기도 한 이 말,

그러나 그는 요석을 신중하게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말한다.

“ 학식 높고  존경하는 선생님이 이 구석진 문둥이 마을에 들어 와 전염의 위험을 무릎쓰고 함께 고초를 겪으며 사신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  저는 몹시 안타깝고 걱정이 됩니다.

제가 비교적 환경이 좋은  마을을 찾아서 선생님을 편안하게 모시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객관적 이성적 생각이라면 참으로 솔깃한 제안이다. 그러나 요석은 먼저 예수님이 광야에서 마귀의 시험을 받은 부분이 생각난다. 예수님은 마귀가 제안하는 배고픔과 존귀와 권능을 모두  거절하여  마귀의 시험을 물리친게 아닌가 ?

요석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 이들이 저를 필요로 합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곁에 산다는게 저는 행복합니다 “

그는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이 머뭇거리며.  머리를 갸웃거리다 떠나갔다.


다시 지독한 식량난이 벌어진다. 비축한 곡식은 바닥난지 오래고 지급되는 돼지죽도 최악으로 질도 나쁘지만 양도 극히 적다. 병으로 죽는이 보다 굶주림으로 죽는 이가 더 많이 나오는 형편 이다.

식량을 구하러 왕동싱 촌장 마을을 다녀 왔다. 한 두어 달 걸린 것 같다.

돌아오자마자 소장이 다급하게 말한다.

“ 선생님, 참 신기한 일을 봅니다.

한 환자가 죽을 때가 다 됐는데도 선생님 오기 전엔 절대 죽을 수 없다고 저리 버티지 뭡니까 ? 죽었나? 하고 건들면 벌떡 일어나고 그러며 선생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

요석은 바삐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몸은 그대로 주검이다. 움푹 꺼진 눈에 핏기 없이 굳어진 전신. 그러나

“ 형제님, 괜찮으십니까 ? “ 하는 요석의 목소리를 듣자 눈을 번쩍 뜬다. 안광이 번쩍인다.

“ 제가 선생님을 보기 전에는 죽을 수 없어 이때껒 기다렸습니다. “

“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 “ 요석이 그의 눈을 보며 말한다.

죽으면 하늘 나라에 갈텐데 이 더러운 문둥이 몸을 받아 주실까요 ?”

요석이 대답한다.

“ 예 염려 마십시요, 천국가는 그 순간에 당신은 변화되어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선 정상인이 되 있을겁니다.

“ 선생님, 하나님이 정말 나를 알아 보실까요 ? 선생님이 나를 위해 소개장을 하나 써 주신다면 주머니에 잘 넣고 가서 하나님 앞에 보여 드릴려구요. “

“ 하나님은 벌써 당신을 잘 알고 계십니다. 당신 자리를 예비하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

“ 난 손이 없어요, 하나님을 만나면 손을 잡아 악수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잡나요 “

“ 아, 걱정 말래두요. 당신은 천국으로 가면 두 손 두 발 건강한 성한 사람의 모습이얘요 “

요석은 안스러운 마음에 그의 뭉그러져 나무토막 같은 팔뚝을 꼭 쥐어 준다.

그 때 그가 외친다.

“ 아, 나를 놔 주세요. 천국의 큰 손이 나를 잡아 줍니다. 내 손을 잡았어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

그의 흉한 얼굴은 화색이 가득하여 위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조용히 숨을 거둔다.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 또한 천국에의 믿음과 소망으로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이런 행복한 죽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상해에서 교수친구가 소개해 주었던 고위 공무원이 또 찾아 왔다. 첫 번 째는 나환자촌을 찾기 위한 술 시합이 있었고,  두 번 째는 선교지역을  다른 곳으로  선처해 주겠다는 제안이었고 그리고 이  세 번 째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 이 멀고 험한 곳을 찾았을까.


요석의 거처는 이 곳 다른 주민들과 비슷하게 갈대풀로 엮어 만든 움막이다. 아랫 쪽으로 흙을 개부쳐 바람을 막은 여덟 평 작은 실내, 한켠에  굵은 대나무로 성글게 짠 침상이 있다.역시 널판지를 구해 와서 손수 만든 작은 책상이 창 쪽으로  있고 그 위로는 성경책과 몇 권의 노트가 단정하게 놓여 있다.하나 뿐인 의자에 손님을 앉게 하고 요석은 침상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그를 자세히 바라 본다. 몇 년 전  처음 봤을 때 보다 무척  수척해진 얼굴, 근심과 고민이 가득하다. 한참이나 말문을 열지 못하던 그가 불쑥 묻는다.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극악한 죄라도 하나님은 용서해 주시나요 ? “

“ 이 세상에서 하나님이 사하지 못하는 죄는 없습니다. 하나님께 지은 죄를 고백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하나님은 죄를 사하여 주십니다. “ 요석은 자신있게 말한다.

“ 저의 이름은 자오융칭이라고 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사실은 기독교 교인이었습니다. 새벽마다 저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셨어요. 그 기억이 요즘 들어 더욱 생생하게 떠올라 너무 괴롭습니다. “



1966 년 마오져뚱이 주도한 < 문화대혁명 >은 중국 역사에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공산주의 대약진 운동이었다. 그 때 자오융칭은 열 세 살,

마오는 서서이 느슨해지는 자신의 권력 기반을 좀 더 강력하게 잡으려는 야심에서 비롯됐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서민들에게 파급된 영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마오는 특히 청소년들에 주목했다. 젊은이들이 사상과 행동을 규합해 영구적 계급투쟁의 결과로 민중민주와 민족해방의 노선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구체적 행동 강령으로 기존 유교 질서를 비판하여  모든 인민은 평등하며 상하 불문하고 잘 못된 행동이나 생각은 통렬한 비판과 각성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추상같은 개념이다.이에 따른 , 이른바 홍위병들은 의기투합하여  오래 된 문화재와  사당들을 깨부수고  성현들의 고서를 아낌없이  불사른다, 뿌만 아니라   선생이나 교장을 고발하고 자식은 부모를 고발하고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를 가차없이 고발하여 인민재판에 부치는 일이 허다하였다.

자오융칭도 소학교  졸업반이 되었을 무렵인데 선생들은 훈시 때마다 어른 중에서도 혁명정신에 어긋난 자는 누구나 고발하라고 부추겼다. 자오는 누구를 고발하여 교장 앞에서 칭찬과 상을 받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 때 문득 생각된게 새벽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옳다구나, 아버지를 고발해야지.

자오는 교장 앞으로 고발장을 썼다.

<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에서 금하는 기독교를 신봉하는 자들로 새벽마다 기도를 하고 하나님을 숭배하는 찬양을 합니다.  >

그 다음 날로 어머니는 어디론가 끌려가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는 모든 사람 앞에서 인민재판을 받게 되었다. 마을 사람이 모두 모이고 당간부들도 위엄있게 배석한 자리였다. 인민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교장이 연단에 서서 지오를 호명했다.

“ 군은 매우 굳센 정의감과 용기로  타에 모범이 된 혁명용사요.. 자오군은 앞으로 우리 인민사회가 지향하는 바 진정한 민족해방의 대열에서 앞서 가는 혁명지도자가 되리라 확신하오. “

하며 상장과 당에서 내린 커다란 상패를 주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하고 한껒 부풀었던 마음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 얼굴에 짚가리로 엮은 용수를 쓴 채 꽁꽁 묶여 끌려오는 아버지를 보며 심장이 얼어 붙는 듯 했다. 그 때,  당 간부 중에도 우두머리인 듯한 사람이 연단으로 나와 아버지의 얼굴에  씌운 용수를 벗기게 하고

“ 얘야 너의 아버지가 맞느냐 ?  정말 새벽마다 기도와 찬송을 하더냐 ? “등을 차근차근 묻는다.자오는  묻는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모여 선 마을 사람들을 향하여 목소리를 돋구며

“ 이 보십시요, 이 장한 어린 학생이, 아버지가  국가에서 금지하는 반역적인 종교 행위를 고발하고 당당하게 증언하였습니다. 이소년의 영웅적 정의감과 용기에 다같이 박수를 보냅시다.”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를 들으며 자오는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 아, 난 잘 한 일이야. 아버지가 나빳어. 난  당당해도 돼. ‘ 하며

아버지를 쏘아 보는 순간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사랑스런 아들을 바라보는 잔잔하게 웃는 얼굴, ‘ 그래 넌 잘 했어 ‘ 괜찮아 ‘ 하는 듯 사랑으로 가득 찬 그  눈빛 . 아버지는 처형장으로 끌려 가기 전 다시 한 번 뒤돌아 아들 자오를 바라본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끄덕 고개짓과 함께 사랑의 눈길을 보낸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졸지에 여윈 자오는 그 날로 고아가 되었다. 더 이상 따뜻한 가정과 부모가 없다. 거지처럼 떠도는 자오의 소문이 퍼지자 당황한 당에서  자오를 데려다 < 혁명 일세대 투사 >라고 떠받들며 모든 뒷배를 넉넉하게  봐 주었다. 잘 먹고 잘 자라  최고의 교육을 받고 출세 가도를 달리며 좋은 잡안의 딸과 결혼하여 아들도 두었다.

누구나 선망하고 존경하는 오늘 날 까지 그의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아버지를 본 것이다. 까맣게 잊고 살았던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

그의 아들이 이제 열 세 살,  아들이 자신을 보는 눈에서 아버지를 본 것이다. 사랑과 신뢰가 가득차 잔잔하게 웃는  모습. 열 세 살 아이답지 않은 아버지의 얼굴.

그 후로 자오는 아들을 보면 아버지가 연상되고 자신이 철없이 저지른  

엄청난 행위가 생각나며 미칠듯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열 세 살 소년이 보았던 아버지, 그가 자라 아버지가 되어 열 세 살 아들을 보는 자신, 너무 극도의 대비에 그는 비로소 자신이 무슨 짓을 한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씻을 수 없는 죄악에 진저리를 치는 것이다.


긴 얘기를 들으며 요석은 함께 깊은 한숨을 쉰다. 그가 시대적 상황 속에 그릇되이 저질렀던   인간의 고통이 느껴져서이다.

“ 예수님이 아무 죄도 없이 십자가에 달려 피를 흘리며 고난 중에 돌아가신 이유가 세상 모든 죄인들을 대속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이신 귀한 아들을 세상에 내 보내 모든 죄를 대속하고 죽게 까지 하신 섭리도 하나님의 사람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십니다. “

예수님의 희생과 하나님의 드넓은 사랑 , 그 위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

지오융칭은 이해가 되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껍질벗은 애벌레처럼  작고 여린  인간이 되어 그저  한없이 흐느껴 울기만 한다.



가을인가 하는 사이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토굴이나 움막 집에 들어가 몸을 움추려 자는듯 죽은듯 음울한 어느 날, 요석은 열이 펄펄 오르며 참을 수 없이  배가 아프다.’  왜 그럴까 ‘ 스스로 촉진을 하며 원인을 생각해 본다.

‘ 맹장 --염 ?’  왜 맹장염인가 ?

‘ 아, 짚히는 데가 있다. 근래 흙수제비를 꽤 자주 해 먹었는데 ,  그게 원인일수도.’

여기서는 어떤 방도도 없고 읍내로 나가야 하겠는데. 한 시가 급하다.

“ 돌쇠야 “ 하고 부르는 소리에 땔랑땔랑 방울 소리 울리며 달려 온 것은 당나귀다.

한 일 년 전 요석이 이웃 마을을 다녀오는데 한 농부가 어린 당나귀를 때려 죽이려 도끼를 휘둘른다.

“ 여보슈, 왜 당나귀를 죽이려고 하는 거요 ? 차라리 날 주시요. 내가 사리다 “ 요석이 다급하게 외치자 농부는 그냥 가져 가란다. 왜 공짜냐고 물으니

“ 이 놈이 주인 말을 전혀 듣지 않아 괘씸해서 죽이려고 했는데 죽이려는 못된 놈은 팔지 않고 거져 주는거라 “고 했다.

졸지에 당나귀를 하나 얻어 집으로 데려다 친구삼아 잘 다루니, 웬걸 말도 잘 듣고 여간 영리한게 아니다. 이름을 돌쇠라 짓고 한국말로만 소통하니 곧잘 알아듣고 원근 그 등에 타고 다니기도 하여 이젠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식구가 되었다.

“ 돌쇠야 내가 아퍼서 죽겠다 네가 수고 좀 해 다오 “

요석은 그 밤을 도와 장장 여덟 시간을 당나귀 등 위에서 신열과 통증으로 쩔쩔매며 읍내에 닿았다.  이른 새벽 녘이었는데 아직 문을 연 가게가 드믄지  적막한 거리다.

그 곳에는 오래된 한의원과 동물들을 치료하는 동물 병원이 있었다. 아무래도 수술이 필요할 것 같아 동물 병원에 들어섰다. 시설이라곤 거의 원시상태로 지저분하고 조악하다. 그러나 어쩌랴, 의사를 불러 맹장 수술을 부탁했다. 의사는 꼬지지한 중늙은이였는데 질색을 하며 자기는 동물 배는 갈러 봤어도 사람 배는 안 들여다 보아 모른다며 거절한다.

“ 영감님 걱정 말고 우선 배를 갈라 주시요, 내가 유명한 기술자 두 명과 같이 왔으니 그들이 도와 주실 것이요. “

어디, 어디 의사 선생이요 ?” 하고 그는 사방을 휘휘 둘러 본다.

“ 아, 글쎄, 내 눈에는 보이니까 염려 마시라니까요

마취제는 있습니까 ?”

“ 어디요 ? 동물은 마취 안 시킵니다. “

그럼 한의원에게 부탁해 보쇼 .” 하는 말에  한의원까지 달려 왔다.

“ 글쎄요, 해 본 적은 없지만 한 번 해 보지요” 한의원은 요석의 혀를 쭉 빼내더니 여기저기 침을 꽂는다.

배를 가르려고 가져온  

칼을 보니 요석은  기가 막힌다. 오래 되어 날이 무디고 녹까지 슬었으니.

“ 숫돌 있어요 ? 잠깐 좀 갈아 쓰시지요 “

“ 어데를 갈라야 하나요 ? “ 수의사는 요석의 배를 들여다 보며 역시 경황이 없다.

“ 주로 맹장은 왼 쪽에 있다고 하니 요쯤 갈라 보시요, “

익숙치 못한 수의사는 떨리는 손으로 가슴 밑 늑골 아래로 주욱 가른다. 너무 많이 갈랐다.

“ 어떤게 맹장이요 ? “ 수의사는 배 속의 것을 이리저리 헤쳐보며 마련이 안 선다.

“ 나도 좀 보이게 들어 봐요 “ 요석이 고개를 들며 말한다. 참 뱃 속에 저런 많은 것이 들었다니, 스스로도 놀라며 아무리 살펴 봐도 맹장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 요 아래 왼편으로 조금  더 째 봐요. “ 이리저리 헤적이다 끄트머리에서  검푸른 빛의 조그만 덩어리를 발견한다.

“ 그건가 보오, 잘라 내시요 .”

“ 여긴 참 실이 없다오, 무얼로 꼬매지요 ?” 수의사가 또 당황해서 말한다. 다행히 한의원이 재빠르게 자주색 이불 꼬매는 실과 굵은 바늘을 구해 왔다. 수의사는 손재주도 없는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대충 듬성듬성 꼬매어 간신히 배를 덮었다.

때가 꼬질꼬질한 천으로 배를 둘둘 말아 묶은 채 요석은 곧 되짚어서 나귀의 등에 흔들리며 집으로 둘아 왔다. 거의 한 밤 중이나 들어선 집은 냉기로 가득하고 차가운 밤길을 당나귀에 실려 온 요석은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을 놓는다. ‘ 아, 하나님 뜻대로 하소서. 죽으면 죽으리이다 ’  중얼대며 아득하게 무의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다음, 다음 날이 되서야 겨우 정신을 찾은 요석은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공포스럽다.  다리가 얼어서 뚱뚱 부어오르고 꿰맨 자리에는 벌써 염증이 시작되는지 벌겋게 성이 나고 진물이 흐른다. 또한 통증은 뼈를 생으로 깎아내는듯 처절하게 아프다.  오, 주여 !. 요석은 고통으로 길게 탄식한다.

요석이 많이 아프다는 소문을 듣고 주민들이 몰려 왔다. 그들은 제일 먼저 희희낙낙한다. 선생님도 자기들 처럼 문둥병에 걸렸으니 이제 어디 안 가고 자기들과 계속 살거라고. 그러나 요석이 다리와 배까지 부어 오르고 신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괴로운  신음 소리를 내자 , 자기들도 요석이 너무 불쌍한지, 부은 다리와 배를 주물러 주겠단다.. 손가락 떨어진 몽당 손으로, 팔이 없는 이는 다리로 , 그도 저도  없는 사람은  몸으로 요석을 덮고 얼굴을 문질러 열을 식혀주려 애 쓴다. 요석이 앓는 소리를 할 때마다 그들도 마음 아파하며 온 몸으로 더욱 열심히 주무르고 문지르고 얼굴을 대어 체온을 나눈다. 수 백명이 교대로 몇날 며칠을 그러는 사이 그들의 고름 섞인 핏물과 진물과 눈물이 요석의 상처를 덮고 퉁퉁 부은 다리에도  그들의 체액이 쌓이고 샇여 마치 기브스를 한 것 같이 딱딱하게 굳어 간다.

일주일된 날, 요석은 기적을 보았다. 사랑과 진정이 가득한 그들의 체액, 딱딱하게 굳어진 기브스 껍데기 밑에서  다리와 배에 부기가 빠지고 꼬맨 자국도 꾸득꾸득 아물어 간다. 요석은 거의 죽음을 각오하였고, 다행히 살아나더라도 다리를 절단해야 하지 않나 염려했는데 ‘오, 하나님, 이렇게 다 마련이 되신 주님 섭리를 모르고 오히려 염려한 제 허약한 믿음을 용서하여 주소서.’  요석은 흐느끼며 자신의 믿음이 약함을 회개한다.

그리고 예수님은 허다한 문둥병자들을 고쳐주시는 은혜를 베푸셨는데 자신은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과 치유를 받아 회복된 것에 , 자신이 그들의 사랑과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에 큰 깨달음을 얻는다.

“ 하나님, 더러운 고름이 명약이 되는 하나님 사랑의 섭리. 더욱 겸손하게 그들을 섬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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