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양장) - 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4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일곱 번째 서평

논어-공자

 

새로 만나는 공자

 

  역사를 좋아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역사가 바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야기가 모아지고 보태져서 한 역사를 이룬다는 생각을 한다. 일전에 접했던 사마천의 사기는 그런 뜻에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텍스트였다. 이번에는 공자의 논어다. 두 권의 책이 갖는 문화와 시대적 흐름은 어느정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식의 역사적 시대는 일치하지 않겠지만 옛 중국의 큰 지류를 이루고 있던 문화와 사상을 접해볼 수 있다는 데서 논어 역시 중요한 메리트를 형성하고 있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실제로 이번 논어에 실린 각주에는 사마천의 사기의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싶은 대목이다.

  다만 사마천을 접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공자의 논어를 접하면서 느꼈던 생각에서 약간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쩌면 책이 갖는 형식과 각자 이어가고 있는 표면적인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형으로 앞뒤 맥락에 맞게 잘 짜여진 조직처럼 탄탄한 흐름인 반면 공자의 논어는 구술형의 형식으로 일종의 어록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책은 공자와 그의 많은 제자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단문의 형식으로 옮겨놓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한편의 짧은 이야기 안에 공자의 중요 사상과 인생관 그리고 그만의 학문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 학자인 동시에 스승이며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공자의 강직했던 행보를 통해 많은 것을 접해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논어는 이미 다른 역자에 의해 많은 수의 번역물로 주변에 항상 있어왔던 고전이다. 사실 이번 논어를 작업한 김원중 식의 번역과 사기를 번역한 김영수의 번역이 갖는 차이점을 극복해가는 일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우선적으로 직면했던 가장 어려운 과제였던 것 같다. 사기와 논어가 갖는 이미지와 각각의 구성과 특징이 다른 것만큼 이 두 권의 책을 번역했던 두 사람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면서, 차이점을 비교한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김원중의 번역으로 재탄생한 논어의 구성은 체계적이다.

<전체 해제와 각 편 해제, 각편 본몬으로 이뤄졌다. 본문의 경우에는 소제목과 번역문, 원문, 하단 각주 순으로 구성되었다. 기존 번역본들과 달리 소제목을 달아 독자들이 쉽게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 일러두기3번 발췌->

 

  어떤 책이든 목차와 내용의 구성을 정리하면 내용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김원중이 설명하고 있듯이 이 책은 편마다(총 2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해제를 통해 종합적이면서 보다 쉬운 이해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각각의 단락마다 명확한 구분과, 소제목 그리고 숫자의 배열까지 친절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일목요연하게 앞부분에 어느 편에 어느 소제목 어디쯤에 있었던 내용과 후반부에 나오는 어느 내용의 차이와 비슷한 요소를 찾아 비교하기에도 용이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무런 배열과 수순 없이 그저 옮겨놓기만 했다면 이번 논어의 작업이 지금까지 출간되어 왔던 논어와 갖는 차별성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각설하고 역자 김원중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원본에 맞춰 실린 각주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이를테면 내용에 대한 해석 보다는 어휘나 한자어, 인물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상식적인 정보 제공 순에서 한정하고 있는 각주를 접하면서 무언지 모를 허전함 같은 게 뒤따라나왔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각주 내용은 초보 독자를 배려하는 순으로 세밀하고 깊이감 있게 자세한 설명이 뒷받침 되고 있었다.

 

  역자에 의해 20가지 주제에 맞는 이야기가 눈으로 마음으로 끊임없이 밀려들어온다. 평생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완벽하게 추구하려 했던 인(仁). 그리고 더불어 중요시했던 예(禮)와 덕(德)이라는 공자만이 갖는 철학적 구심점이자 원근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난히 아꼈던 제자 안회는 이름으로 썼다가 자로도 썼다가해서 우습지 않게 아줌마의 혼돈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안회와 더불어 동시대 같은 제자였던 자로에 대한 공자의 인식과 판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에서 어쩌면 학자와 스승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정말이지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사막의 황금모래처럼 쌓여있다. 익히 많이 들어왔던 유명한 문장을 포함해서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뜻이 오묘한 문장들도 상당부분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단연하건대 논어는 단숨에 읽을 책도 아니며 한번으로 끝낼 책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옮겨보자. 선진(先進)편 ‘다른 교수법’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단락이다. 자로와 염유가 같은 질문(들은 것을 바로 실행해야 합니까?)을 했을 때 공자는 서로에게 다른 답을 내놓았다. 이유인 즉 자로와 염유의 성격의 차이를 헤아렸기 때문이다. 스승의 깊은 뜻을 몰라 자로가 연유를 물었을 때 공자의 대답은 이러했다.

 

“구(염유)는 물러나므로(소극적이라는 뜻)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고, 유(자로)는 다른 사람을 이기려 하므로 물러서도록 한 것이다.” -p208

 

  또다른 이야기 하나. 안연(顔淵)편 ‘바람과 풀’ 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는 내용은 군자와 소인에 대한 은유가 가미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백성을 비유)의 덕은 풀입니다. 풀은 위로 바람이 불어오면 반드시 눕습니다” -p227

 

  이 대목에서 나는 김수영 시인의 ‘풀’ 이라는 시를 생각하게 된다. 시인이 공자의 논어를 읽고 시작(詩作)을 했을까. 바람보다도 먼저 눕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는 것이 풀이라 했던 김수영의 시는 풀에게 더 많은 의미의 가치를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공자가 말하는 풀과는 문맥상 차이점을 존재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백성과 민초라는 개념은 같지 않을까 싶다.

 

<p137. 19번 각주의 풀이가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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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게 될 거야 - 사진작가 고빈의 아름다운 시간으로의 초대
고빈 글.사진 / 담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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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여섯 번째 서평

만나게 될 거야-고빈 글

 

 

 

만남과 이별.그리고 또다른 만남

 

 

 

  고빈의 책을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단순한 여행기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순례자의 기록이라고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책 속에 소개되고 있는 낯선 풍경들은 짐짓 자연의 순수함과 때묻지 않은 서정의 힘에 한껏 고무된 듯 보인다. 구리빛 피부의 사람들. 머리에는 왜 그렇게 커다란 터번을 올리고 있는 걸까.

 

 

 

  학생 때 나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선배 하나가 인도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여학생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것도 좀 위태로워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더군다나 목적지가 흔한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가까운 일본이 아닌 인도라는 점에서 묘한 의구심이 들었었나보다. 사실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녀가 떠나기로 한 곳이 인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의 여정은 출발하기 전부터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갖는 보통의 호기심 너머의 그 무엇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것은 가서 한두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몇 년 동안 머물다가 올 생각이라는 그말을 전해들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언제 돌아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녀가 무엇을 얻었으며 깨달고 왔는지도 역시 나는 알지 못한다. 고빈의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녀 생각이 난다.

그녀는 인도에서 돌아와 걸작 하나를 남겼을까? 인도가 그녀에게 에너지를 나눠주었을까.

 

 

 

  고빈의 책은 시처럼 부드럽고 그림처럼 아름답다. 서정의 향기가 풀풀 날린다. 뻔할 정도로 강렬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속으로 나직하게 이야기하려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 개, 당나귀, 그리고 염소도 있고, 파란소도 있었다. ‘닐가이’라고 불리는 이 파란소가 등장하는 단락에서 나는 언뜻 그 그림 하나를 생각한다. 나이어린 동자승이 흰 소의 잔등에 올라타 피리를 불고 가는 그림을. 불교 신자가 아닌지라 심오한 뜻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의미의 그림이 아니라는 것쯤을 짐작하고 있었나보다. 파란소를 신성시하는 작은 마을의 소박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려내는 단락을 접하면서, 글쓴이 고빈이 마치 흰 소에 올라탄 동자승으로 오버랩이 되는 것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과 동물들을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인연을 두고, 고빈 그는 그가 거닐고 있는 지역의 종교와 사람과 더불어 해석하는 듯 했다.

제목 ‘만나게 될 거야’는 책 속에 숨겨져 있는 소제목이기도 하다. ‘밀레가, 만나게 될 거야’

 

 

 

[나는 지도도 없이 사막을 여행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내 앞에 펼쳐지는 순간순간이 나에게 목적지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믿는 것이 있다면 ‘밀레가!’ 인도 사람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만나게 될거야’란 뜻의 말이다. p 183 ]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은 한용운의 시에서 처음 익혔고, 법구경을 읽으면서 다시 접했던 글귀였다. 그런데 고빈의 책에서 다시 만나는 듯하다. 만남은 늘 새로운 인연을 이어주기 때문에 만남의 의미가 되는 것이고, 헤어짐도 기실은 이별이라는 상황과의 만남이기에 만남으로 자리하는 것은 아닐까. 헤어짐이 있기에 다시 새로운 만남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티벳 사람들이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돌린다는 ‘마니차’의 상징적인 이미지(윤회의 고리를 끊기 위함 p247)일수도 있다.

 

 

 

 글은 아주 소박하고 담백하다. 목적이 있었던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그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의 해맑은 표정이 가득담긴 사진들이 그 답을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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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사기본기 2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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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다섯 번째 서평

사기 본기(2)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역사. 사람 그리고 삶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있다. 가면 갈수록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643p의 두툼하고 믿음직한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제일먼저 들었던 느낌은 두께에 대한 어설픈 거부감이 아니었을까. 사기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접했지만 쉽게 근접할 수 없었던 까닭은 아마도 분량에서 오는 위압감이 작용한 까닭이 분명하다.

  사실 사기는 이번이 처음 접해보는 가 싶다. 기존에 출간된 다른 역자에 의한 사기를 접해보지 못했다는 단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테면 혼전의 시간으로 남았을 분석과 비교의 치열한 순간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단 텍스트는 김영수의 역으로 출간된 사기 하나로 정해졌다. 그것도 사기 2다. 영화로 치자면 1부가 아닌 2부인 셈이고, 운동경기로 치자면 전반전이 아닌 후반전 이야기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책의 특성상 접해보지 못했던 1부의 느낌을 대략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에 전혀 생뚱맞거나 어색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두툼한 책 속에는 진시황을 시초로, 항우와 유방, 유방의 뒤를 이은 여태후와 효문제, 경제와 무제(한무제)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흐름을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기는 말 그대로 역사의 기록이다.

  이번 사기를 접하면서 사기를 집적 쓴 사마천이라는 인물과 함께 그 기록을 현대어에 맞게 번역한 역자 김영수의 작업에 대해 몇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하다.

 

  사마천 그는 한무제 집권당시 궁형이라는 형을 받아 생식기를 잃게 되는 치욕을 이겨내면서까지 역사의 기록을 중요시했던 인물이다. 그가 그토록 사기에 매달렸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하게 일에 대한 집념차원이 아닌 그 너머의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역자 김영수는 사마천의 사상과 이념에서 찾고 있다.

  호기심은 책을 처음 접했던 선입관을 배재시킨다. 처음 가졌던 우려와는 달리 책은 강한 흡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제일먼저 진시황에 대해서 익히 잘 알려져 있는 병마용갱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러나 책의 진면목은 단순히 눈요깃거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책을 꼼꼼하게 읽어가다보면 진시황 당대의 언론탄압과 관련해 분서와 갱유의 원인과 그 과정을 다시한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될 것이다.

 

  사마천은 역대순으로 집권했던 왕들의 치국상황을 차분하게 기록하고 있다. 즉 정치 경제, 외교술과 전쟁, 민생이라는 다양한 범주에 이르기까지 왕의 일대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패왕별희로 유명한 중국 경극의 시원이 되는 이야기는 사기 2에 실린 ‘항우본기’와 ‘고조본기’를 통해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쓴 이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닌 같은 인물 사마천임에도 불구하고 두 이야기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약간의 차이를 갖는다.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였을까. 사마천은 항우본기 보다는 고조본기에 더 유연하고 긍정적 관점을 들춰내는 듯하다. 시종일관 단순한 역사의 기록을 남기는 자의 역할만을 충실했다면 어쩌면  많은 시간이 흐른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마천의 사기는 흔적도 없이 잊혀졌을 지도 모른다. 여기서 사기만이 갖는 매력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역자 김영수의 말처럼 역사의 사실적인 기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저자 사마천의 역사의식과 사상 무엇보다도 현실을 뛰어넘는 비판의식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기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요소로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김영수는 사마천의 사기를 논하면서 사마천의 사기가 갖는 문학적 가치를 이따금 피력하곤 했는데 이를테면 각각의 이야기를 서술함에 있어 독특한 문체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 그리고 글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를 설명하려 했던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는 책 내용에 빠져서 객관적으로 글의 문체와 독특한 분위기를 간파하기 어려웠던 것 같지만, 막상 책을 다 덮고 난 후에 생각해보니 어느정도 김영수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재미있게 본 대목은 역자의 표현대로 마치 소설처럼 이어지는 <항우본기와 고조본기>가 아니었을까. 쫒고 쫒기는 두 영웅의 이야기 안에는 영웅을 떠나 한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과 수많은 인간군상이 만들어가는 삶과 다양한 세태까지 많은 부분을 접하게 되는 단락이다.

 

  책에 대한 가치라면 가치일 것이고 무엇보다 역자 김영수와 편집자의 노고임에는 분명한 것들을 책속에서 한가득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한 단락이 들어가기 전에 해제를 통해 전반적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역자가 사마천의 사기를 한글로 완역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 역자와 편집자의 노고를 인정해야 할 부분은 편집에서 엿볼 수 있다. ‘명언, 명구, 용어 풀이’를 통해 한자어에 대해 일일이 해석과 풀이를 달고 있어 일정부분 사마천의 글에서 느꼈던 건너뛰기의 빠른 전개로 인한 미흡한 부분까지 확실하게 짚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원문과 이 부분을 같이 들춰가면서 읽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 한눈에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표와 사진의 편집 그리고 지금까지 접했던 내용을 요약 정리해주는 ‘주요사건’을 제목으로 한 단락이 따라와 주고 있기에 보다 쉽게 내용에 접근 할 수 있도록 한 독자를 위한 세세한 배려가 돋보였던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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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이병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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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네 번째 서평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이병훈

 

삶 속으로 끌어올린 이상(理想)

 

   도스또예프스끼. 불행하게도 나는 그의 책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문고판 서적으로 접한 ‘가난한 사람들’은 대학에 다닐 무렵 흔들리는 버스에서 곧잘 들여다보곤 했지만 끝까지 읽어내지는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평론가들의 이야기는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작가적 문체(서간체 소설)가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왜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을까.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만들어놓은 이를테면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장벽을 내가 넘어가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어찌보면 사변적이고, 어찌보면 기복이 드러나지 않고 평이하다는 느낌. 그것이 거의 이십여년 전 내가 접한 도스또예프스끼의 처녀작에 대한 감흥이다.

   유명한 ‘죄와 벌’,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도스또예프스끼는 가까이 하기에는 조금은 먼 작가였던가. 그의 문학적 업적과 작가적 역량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까닭에 대해 어떻게 변명해야할지 고민한다.

 

  이병훈이 펴낸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한권의 책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문학 그리고 당대 정치 사회의 전반적인 것들을 한데 어우르는 포괄적인 시각에서 쓰여진 이를테면 전기적 성향의 평전이라고 볼 수 있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1부 시작과 좌절’, ‘2부 방황과 모색’, ‘3부 절정과 죽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보자. 책 속에는 도스또에프스끼의 출생, 가족과 유년 시절, 사춘기 시절을 보낸 공병학교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성년 이후의 작가적 위치를 구축해가는 과도기적인 인물상의 도스또예프스키가 등장한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의 삶 속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가까이 접해볼 수 있다. 깊이 침잠해있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시작으로 가족애, 사랑, 연민, 애착과 같은 개인사적인 요소와 함께 문학계를 포함한 정치와 사회적 기반에서 그만의 입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 책을 펴낸 이병훈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이병훈의 시선은 객관적으로 관찰자의 입장에 서 있다. 그는 도스또예프스키의 행적을 쫒아 러시아 곳곳 작가가 남기고 간 숨결을 찾아나서며 오랜 시간 저편에 살다간 대 문호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작가가 살았던 옛 집에 대한 사진이 여러 번 눈에 띈다. 특히나 삼면 내지는 사면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진 ‘모퉁이 집’에 집착했던 러시아 작가의 심오하고 딴은 복잡한 내면 심리를 쉽게 풀어내고 있기도 하다.

  이병훈은 우선적으로 러시아 대문호의 인간적 측면을 깊이감 있게 들여다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두 번째로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문학 작품에 대한 이병훈만의 해석 및 연구와 이병훈이 지닌 시선에 주목하게 된다. 이병훈은 도스또예프스키의 전 생애와 그의 작품을 동일한 연계선상 위로 가져와 해서하고 있다. 도스또예프스키 그가 이십대 때 떠나야 했던 시베리아 유형, 당대 혼란스러웠던 러시아의 정치 사회적 흐름, 문학계의 혼란과 이념의 따른 분리와 같은 전반적인 시대상에서 작품의 창작배경과 작가의 의지를 찾아내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라는 한 인물에 대해서 아니면 작품에 대해서만 제각각 간행되는 서적과는 분명 차별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에 출간된 이 러시아 작가에 대한 책을 통달해보지는 못한 관계로 이병훈의 책을 최고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책을 통해서 작가에 대한 연민과 존경 내지는 존중감은 분명 당대를 함께 했던 톨스토이에게 갖는 느낌과는 또 다른 어떤 것이었음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한가지 이병훈의 안내로 다시금 재등장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가 이병훈이 펼쳐낸 자리에서만 안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하나를 건져 올린다. 이병훈의 시선이 가져오는 이미지 또한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책 속에 한두 번쯤 이병훈 그만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꼬장꼬장하게도(딴지 하나를 걸고 있는 중이다)그 이미지에조차 날개를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이병훈의 노고에 의해 도스또예프스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도 그 어떤 강직한 형식과 겉멋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보다 친근하게 인간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던 기회였음은 분명하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감정과 욕구(기실 그것은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것을 추슬러, 소돔과 고모라 같은 거친 삶 속으로 끌어올려 힘껏 내던져준 것을, 가장 도스또예프스끼 다운 작가적 행보였다고 나는 믿는다. 해방직후 우리 문학계의 순수문학과 카프문학의 흐름을 생각하게 했던 혼돈의 러시아 문학. 그 한 시점에서 확고하게 신념을 지켰던 작가 도스또예프스키의 이야기는 정치적 요소와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는 작가적 고뇌를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으로 다가온다. 양장본으로 출간된다면 다시 구입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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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상점 - 100년 혹은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들의 私的 이야기
김예림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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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세 번째 서평

파리상점(100년 혹은 역사를 지닌 상점들의 私的 이야기 -김예림

 

오래된 시간과 만나다

 

  268페이지를 담고 있는 책은 그다지 무겁지 않아서 들고 보기에도 부담이 없다. 파리 시내의 옛 정취가 한가득 실렸다고 할까. 파리라고 하면 예술가의 도시라는 명패가 붙은 곳이라는 생각이 농후한데, 이번 김예림의 책은 하나로 굳어진 이미지에 약간의 기분 좋은 수정을 요하고 있었다.

  몽마르트 언덕, 에펠탑, 예술과 낭만은 어쩌면 파리 시내를 크게 에돌아 싸고 있는 문화적 장막 같은 건지도 모른다. 그 장막을 저자 김예림은 직접 다리품을 팔아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걷어낸다. 이 책은 만남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것들과의 만남 말이다.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고풍스런 상점들이 그들 조우의 대상이다. 모두 스물 한 곳의 상점을 이야기하는 책은 각각의 상점들이 판매하는 주된 품목과 100년 혹은 200년 가까이 이어온 상점의 유래와 전통에 대해 비교적 세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속에서 만나게 되는 상점들은 음식과 관련해 초콜릿, 차, 식료품 등을 비롯해서 장갑과 모자 우산 같은 실생활용품과 각종 요리도구를 판매하는 곳까지 다양하다. 독자는 김예림을 통해 이들 상점이 지니고 있는 역사와 더불어 전문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책이 갖는 매력 포인트 중 단연코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바로 책 한권에 넘치도록 들어차있는 많은 사진들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역시 김예림과 그의 언니가 직접 찍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태엽은 아무런 방어벽 없이 자연스럽게 과거로 흘러들어간다. 90년의 시간이 흐르기 전의 낡은 흑백 사진과 꼭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이후 현대의 사진이 위아래로 편집되어 실렸다. 사진 속에서 나를 쳐다보는 남녀의 눈빛에 잠시 생각이 멈춘다. 섬뜩한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모를 흡입력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듯하다.

  어쨌든 사진으로 인해 책은 더욱 풍성해졌다. 주로 상점의 전면과 내부, 전시된 다양한 물품과 상점의 주인인 인물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사이엔가 책상 앞에서 파리의 좁은 거리 한가운데 자리한 한 상점 안으로 막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저자가 유독 오래된 것들을 매개로 해서 파리속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상점 이야기를 꺼내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자고나면 유행의 흐름이 바뀌는 최첨단의 초단위로 분절되는 문명과 유독 대조되는 그 어떤 것들의 만남.

책은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은은하고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옛것과 현대의 것이 공존하는 이곳 파리 상점가. 그들은 각자 전통을 고수하고 그들만의 것을 지키기 위해 100년 전 혹은 그 보다 더 오래된 그들만의 약속을 지금까지 지켜내고 있다. 물론 특성에 따라 현대의 흐름에 맞게 조화를 이루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소개된 스물 한곳의 상점은 상황에 따라 후손이 대를 잇기로 하지만 타인에 의해 인수되어 더욱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꼭 후손이 대를 이어야 한다는 혈연중심의 문화는 아니라는 말이 되는 것인가.

 

  저자 김예림은 프랑스의 옛 상점을 지키는 이들에게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상점을 지켜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언인가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사실 그들의 대답은 약간의 다양성과 동시에 한결같은 대답으로 점철된다. 저마다의 특성과 다양성을 한데 어우르면서도 그들이 모두 입을 모아 중요시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먼 시간대 오래된 누군가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어지게 될 그들만의 자부심을 유지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은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을 소개하는 코너가 눈에 띈다. ‘근처에 가볼만한 곳’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하고 있으며 상점 주변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그리고 소극장 식물원 파리시청등 다양한 곳을 보여준다. 한가지 불어 표기로 된 지도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불어를 읽어내기도 그렇지만 글씨 크기도 작아서 지도를 천천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금 소개하는 부분이 어디쯤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은 부록인 셈인데 부록을 가지고 운운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소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알아보기 쉬운 지도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까지 어이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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