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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양장) - 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 ㅣ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4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일곱 번째 서평
논어-공자
새로 만나는 공자
역사를 좋아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역사가 바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야기가 모아지고 보태져서 한 역사를 이룬다는 생각을 한다. 일전에 접했던 사마천의 사기는 그런 뜻에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텍스트였다. 이번에는 공자의 논어다. 두 권의 책이 갖는 문화와 시대적 흐름은 어느정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식의 역사적 시대는 일치하지 않겠지만 옛 중국의 큰 지류를 이루고 있던 문화와 사상을 접해볼 수 있다는 데서 논어 역시 중요한 메리트를 형성하고 있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실제로 이번 논어에 실린 각주에는 사마천의 사기의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싶은 대목이다.
다만 사마천을 접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공자의 논어를 접하면서 느꼈던 생각에서 약간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쩌면 책이 갖는 형식과 각자 이어가고 있는 표면적인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술형으로 앞뒤 맥락에 맞게 잘 짜여진 조직처럼 탄탄한 흐름인 반면 공자의 논어는 구술형의 형식으로 일종의 어록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책은 공자와 그의 많은 제자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단문의 형식으로 옮겨놓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한편의 짧은 이야기 안에 공자의 중요 사상과 인생관 그리고 그만의 학문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 학자인 동시에 스승이며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공자의 강직했던 행보를 통해 많은 것을 접해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논어는 이미 다른 역자에 의해 많은 수의 번역물로 주변에 항상 있어왔던 고전이다. 사실 이번 논어를 작업한 김원중 식의 번역과 사기를 번역한 김영수의 번역이 갖는 차이점을 극복해가는 일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우선적으로 직면했던 가장 어려운 과제였던 것 같다. 사기와 논어가 갖는 이미지와 각각의 구성과 특징이 다른 것만큼 이 두 권의 책을 번역했던 두 사람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면서, 차이점을 비교한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김원중의 번역으로 재탄생한 논어의 구성은 체계적이다.
<전체 해제와 각 편 해제, 각편 본몬으로 이뤄졌다. 본문의 경우에는 소제목과 번역문, 원문, 하단 각주 순으로 구성되었다. 기존 번역본들과 달리 소제목을 달아 독자들이 쉽게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 일러두기3번 발췌->
어떤 책이든 목차와 내용의 구성을 정리하면 내용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김원중이 설명하고 있듯이 이 책은 편마다(총 2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해제를 통해 종합적이면서 보다 쉬운 이해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각각의 단락마다 명확한 구분과, 소제목 그리고 숫자의 배열까지 친절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일목요연하게 앞부분에 어느 편에 어느 소제목 어디쯤에 있었던 내용과 후반부에 나오는 어느 내용의 차이와 비슷한 요소를 찾아 비교하기에도 용이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무런 배열과 수순 없이 그저 옮겨놓기만 했다면 이번 논어의 작업이 지금까지 출간되어 왔던 논어와 갖는 차별성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각설하고 역자 김원중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원본에 맞춰 실린 각주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이를테면 내용에 대한 해석 보다는 어휘나 한자어, 인물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상식적인 정보 제공 순에서 한정하고 있는 각주를 접하면서 무언지 모를 허전함 같은 게 뒤따라나왔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각주 내용은 초보 독자를 배려하는 순으로 세밀하고 깊이감 있게 자세한 설명이 뒷받침 되고 있었다.
역자에 의해 20가지 주제에 맞는 이야기가 눈으로 마음으로 끊임없이 밀려들어온다. 평생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완벽하게 추구하려 했던 인(仁). 그리고 더불어 중요시했던 예(禮)와 덕(德)이라는 공자만이 갖는 철학적 구심점이자 원근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난히 아꼈던 제자 안회는 이름으로 썼다가 자로도 썼다가해서 우습지 않게 아줌마의 혼돈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어쨌든 안회와 더불어 동시대 같은 제자였던 자로에 대한 공자의 인식과 판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에서 어쩌면 학자와 스승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정말이지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사막의 황금모래처럼 쌓여있다. 익히 많이 들어왔던 유명한 문장을 포함해서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뜻이 오묘한 문장들도 상당부분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단연하건대 논어는 단숨에 읽을 책도 아니며 한번으로 끝낼 책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옮겨보자. 선진(先進)편 ‘다른 교수법’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단락이다. 자로와 염유가 같은 질문(들은 것을 바로 실행해야 합니까?)을 했을 때 공자는 서로에게 다른 답을 내놓았다. 이유인 즉 자로와 염유의 성격의 차이를 헤아렸기 때문이다. 스승의 깊은 뜻을 몰라 자로가 연유를 물었을 때 공자의 대답은 이러했다.
“구(염유)는 물러나므로(소극적이라는 뜻)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고, 유(자로)는 다른 사람을 이기려 하므로 물러서도록 한 것이다.” -p208
또다른 이야기 하나. 안연(顔淵)편 ‘바람과 풀’ 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는 내용은 군자와 소인에 대한 은유가 가미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백성을 비유)의 덕은 풀입니다. 풀은 위로 바람이 불어오면 반드시 눕습니다” -p227
이 대목에서 나는 김수영 시인의 ‘풀’ 이라는 시를 생각하게 된다. 시인이 공자의 논어를 읽고 시작(詩作)을 했을까. 바람보다도 먼저 눕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는 것이 풀이라 했던 김수영의 시는 풀에게 더 많은 의미의 가치를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공자가 말하는 풀과는 문맥상 차이점을 존재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백성과 민초라는 개념은 같지 않을까 싶다.
<p137. 19번 각주의 풀이가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