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게 될 거야 - 사진작가 고빈의 아름다운 시간으로의 초대
고빈 글.사진 / 담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여섯 번째 서평

만나게 될 거야-고빈 글

 

 

 

만남과 이별.그리고 또다른 만남

 

 

 

  고빈의 책을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단순한 여행기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순례자의 기록이라고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책 속에 소개되고 있는 낯선 풍경들은 짐짓 자연의 순수함과 때묻지 않은 서정의 힘에 한껏 고무된 듯 보인다. 구리빛 피부의 사람들. 머리에는 왜 그렇게 커다란 터번을 올리고 있는 걸까.

 

 

 

  학생 때 나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선배 하나가 인도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여학생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것도 좀 위태로워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더군다나 목적지가 흔한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가까운 일본이 아닌 인도라는 점에서 묘한 의구심이 들었었나보다. 사실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녀가 떠나기로 한 곳이 인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의 여정은 출발하기 전부터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갖는 보통의 호기심 너머의 그 무엇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것은 가서 한두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몇 년 동안 머물다가 올 생각이라는 그말을 전해들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언제 돌아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녀가 무엇을 얻었으며 깨달고 왔는지도 역시 나는 알지 못한다. 고빈의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녀 생각이 난다.

그녀는 인도에서 돌아와 걸작 하나를 남겼을까? 인도가 그녀에게 에너지를 나눠주었을까.

 

 

 

  고빈의 책은 시처럼 부드럽고 그림처럼 아름답다. 서정의 향기가 풀풀 날린다. 뻔할 정도로 강렬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속으로 나직하게 이야기하려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그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 개, 당나귀, 그리고 염소도 있고, 파란소도 있었다. ‘닐가이’라고 불리는 이 파란소가 등장하는 단락에서 나는 언뜻 그 그림 하나를 생각한다. 나이어린 동자승이 흰 소의 잔등에 올라타 피리를 불고 가는 그림을. 불교 신자가 아닌지라 심오한 뜻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의미의 그림이 아니라는 것쯤을 짐작하고 있었나보다. 파란소를 신성시하는 작은 마을의 소박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려내는 단락을 접하면서, 글쓴이 고빈이 마치 흰 소에 올라탄 동자승으로 오버랩이 되는 것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과 동물들을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인연을 두고, 고빈 그는 그가 거닐고 있는 지역의 종교와 사람과 더불어 해석하는 듯 했다.

제목 ‘만나게 될 거야’는 책 속에 숨겨져 있는 소제목이기도 하다. ‘밀레가, 만나게 될 거야’

 

 

 

[나는 지도도 없이 사막을 여행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내 앞에 펼쳐지는 순간순간이 나에게 목적지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믿는 것이 있다면 ‘밀레가!’ 인도 사람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만나게 될거야’란 뜻의 말이다. p 183 ]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은 한용운의 시에서 처음 익혔고, 법구경을 읽으면서 다시 접했던 글귀였다. 그런데 고빈의 책에서 다시 만나는 듯하다. 만남은 늘 새로운 인연을 이어주기 때문에 만남의 의미가 되는 것이고, 헤어짐도 기실은 이별이라는 상황과의 만남이기에 만남으로 자리하는 것은 아닐까. 헤어짐이 있기에 다시 새로운 만남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티벳 사람들이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돌린다는 ‘마니차’의 상징적인 이미지(윤회의 고리를 끊기 위함 p247)일수도 있다.

 

 

 

 글은 아주 소박하고 담백하다. 목적이 있었던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그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의 해맑은 표정이 가득담긴 사진들이 그 답을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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