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사기본기 2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백 다섯 번째 서평

사기 본기(2)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역사. 사람 그리고 삶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있다. 가면 갈수록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643p의 두툼하고 믿음직한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제일먼저 들었던 느낌은 두께에 대한 어설픈 거부감이 아니었을까. 사기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접했지만 쉽게 근접할 수 없었던 까닭은 아마도 분량에서 오는 위압감이 작용한 까닭이 분명하다.

  사실 사기는 이번이 처음 접해보는 가 싶다. 기존에 출간된 다른 역자에 의한 사기를 접해보지 못했다는 단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테면 혼전의 시간으로 남았을 분석과 비교의 치열한 순간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단 텍스트는 김영수의 역으로 출간된 사기 하나로 정해졌다. 그것도 사기 2다. 영화로 치자면 1부가 아닌 2부인 셈이고, 운동경기로 치자면 전반전이 아닌 후반전 이야기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책의 특성상 접해보지 못했던 1부의 느낌을 대략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에 전혀 생뚱맞거나 어색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두툼한 책 속에는 진시황을 시초로, 항우와 유방, 유방의 뒤를 이은 여태후와 효문제, 경제와 무제(한무제)에 이르기까지 시대순으로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흐름을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기는 말 그대로 역사의 기록이다.

  이번 사기를 접하면서 사기를 집적 쓴 사마천이라는 인물과 함께 그 기록을 현대어에 맞게 번역한 역자 김영수의 작업에 대해 몇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하다.

 

  사마천 그는 한무제 집권당시 궁형이라는 형을 받아 생식기를 잃게 되는 치욕을 이겨내면서까지 역사의 기록을 중요시했던 인물이다. 그가 그토록 사기에 매달렸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하게 일에 대한 집념차원이 아닌 그 너머의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역자 김영수는 사마천의 사상과 이념에서 찾고 있다.

  호기심은 책을 처음 접했던 선입관을 배재시킨다. 처음 가졌던 우려와는 달리 책은 강한 흡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제일먼저 진시황에 대해서 익히 잘 알려져 있는 병마용갱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러나 책의 진면목은 단순히 눈요깃거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책을 꼼꼼하게 읽어가다보면 진시황 당대의 언론탄압과 관련해 분서와 갱유의 원인과 그 과정을 다시한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될 것이다.

 

  사마천은 역대순으로 집권했던 왕들의 치국상황을 차분하게 기록하고 있다. 즉 정치 경제, 외교술과 전쟁, 민생이라는 다양한 범주에 이르기까지 왕의 일대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패왕별희로 유명한 중국 경극의 시원이 되는 이야기는 사기 2에 실린 ‘항우본기’와 ‘고조본기’를 통해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쓴 이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닌 같은 인물 사마천임에도 불구하고 두 이야기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약간의 차이를 갖는다.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였을까. 사마천은 항우본기 보다는 고조본기에 더 유연하고 긍정적 관점을 들춰내는 듯하다. 시종일관 단순한 역사의 기록을 남기는 자의 역할만을 충실했다면 어쩌면  많은 시간이 흐른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마천의 사기는 흔적도 없이 잊혀졌을 지도 모른다. 여기서 사기만이 갖는 매력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역자 김영수의 말처럼 역사의 사실적인 기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저자 사마천의 역사의식과 사상 무엇보다도 현실을 뛰어넘는 비판의식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기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요소로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김영수는 사마천의 사기를 논하면서 사마천의 사기가 갖는 문학적 가치를 이따금 피력하곤 했는데 이를테면 각각의 이야기를 서술함에 있어 독특한 문체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 그리고 글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를 설명하려 했던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는 책 내용에 빠져서 객관적으로 글의 문체와 독특한 분위기를 간파하기 어려웠던 것 같지만, 막상 책을 다 덮고 난 후에 생각해보니 어느정도 김영수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재미있게 본 대목은 역자의 표현대로 마치 소설처럼 이어지는 <항우본기와 고조본기>가 아니었을까. 쫒고 쫒기는 두 영웅의 이야기 안에는 영웅을 떠나 한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과 수많은 인간군상이 만들어가는 삶과 다양한 세태까지 많은 부분을 접하게 되는 단락이다.

 

  책에 대한 가치라면 가치일 것이고 무엇보다 역자 김영수와 편집자의 노고임에는 분명한 것들을 책속에서 한가득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한 단락이 들어가기 전에 해제를 통해 전반적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역자가 사마천의 사기를 한글로 완역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 역자와 편집자의 노고를 인정해야 할 부분은 편집에서 엿볼 수 있다. ‘명언, 명구, 용어 풀이’를 통해 한자어에 대해 일일이 해석과 풀이를 달고 있어 일정부분 사마천의 글에서 느꼈던 건너뛰기의 빠른 전개로 인한 미흡한 부분까지 확실하게 짚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원문과 이 부분을 같이 들춰가면서 읽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 한눈에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표와 사진의 편집 그리고 지금까지 접했던 내용을 요약 정리해주는 ‘주요사건’을 제목으로 한 단락이 따라와 주고 있기에 보다 쉽게 내용에 접근 할 수 있도록 한 독자를 위한 세세한 배려가 돋보였던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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