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중국의 역사다 1 - 고대부터 위진남북조 시대까지 이것이 중국의 역사다 1
홍이 지음, 정우석 옮김, 김진우 감수 / 애플북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이 중국의 역사다-(법치와 인치. 그 사이)

 

중국의 역사는 그들의 드넓은 지리적 조건만큼이나 방대한 양의 역사를 자랑한다. 흔히 알고 있는 중국사는 중,고등 시절에 배웠던 세계사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래전 누군가가 내게 충언을 해주었는데 그게 바로 중국사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라는 내용이었다. 세상을 크게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큰 관점을 위해서는 중국사를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이었을까? 그는 제일 접근하기 쉬운 책으로 삼국지를 권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중국사 관련 책 중에 삼국지는 들어있지 않다. 물론 조무래기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늘 처음부분을 되풀이해 읽어주기는 했지만 언제나 인물의 등장과 도원결의 부분 까지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단 한권, 사마천의 사기 중 본기를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내가 아는 중국사의 전부인 듯싶다.

 

시진핑 시대에 새롭게 쓰여진 ‘중국통사’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번 책은, (상,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를 대표하는 수상의 자리가 시간이 갈수록 민주적인 선거의 절차에서 기인하지 않은 채, 서로의 목적달성을 위해 정치적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지금에서, 시진핑 시대에 새롭게 출간된 역사책이란 의미는 사적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부터 이어온 역사를 바르게 보려는 의도와 그 시선 안에는 현재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저자 ‘홍이’의 ‘이것이 중국의 역사다’. (하)권을 접해보지 못한 한계를 알기에 반드시 (하)권을 읽어본 이후에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제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제1부는 혼돈의 시대로 중국의 상고사와 건국, 탄생 신화와 비슷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제 2부 봉건시대는 서양의 봉건시대와의 비교와 함께 하, 상, 주의 문화와 정치를 소개한다. 또한 춘추전국시대와 전국시대를 각각 따로 묶어서 이야기하며 하나의 나라가 생성하고 유지되며, 마지막 소멸(망국)의 길로 이르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상)권의 마지막 3부는 제국시대이다. 이 장에서는 진시황제와 진을 이어 일어선 한의 영향력을 소개하는 동시에 어수선하고 혼잡했던 중국의 혼란기 위진남북조를 설명한다.

사실 목차와 큰 제목들을 살펴보면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어느 정도 가늠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 순간순간 가늠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들이 결국은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은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이 책을 읽는 과정이, 가이드를 따라 중국의 역사, 라는 정글에 들어간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순간 다른 생각을 한다든지,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이 온다면, 바로 그 순간 독자 아닌 여행자는 길을 잃고 헤매는 황당함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은 고대부터 중세 등 시대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같은 혹은 비슷한 국가명을 표명하고 있다. 진나라도 한자에 의해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기도 하고, 시기에 따라 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라로 인식해야 하는 부분도 있으며, 그도 아니면 하나의 진이라는 나라가 분열되어 서너 개의 진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이웃의 다른 나라 혹은 시대별로 등장하는 나라마다 비슷한 양상을 갖는다. 각국의 제왕과 그들의 재임기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모두 총합하여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잘 자려 읽어나가지 않는다면 한마디로 길을 잃고 다시 앞 장을 들춰봐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라온다는 말이다. 정말 많은 제왕들이 왕의 자리에 올랐다가 쓰러져갔다. 더불어 왕의 곁에서 수많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환관들이 그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왕을 바꾸고, 시대를 바꾸고, 나라를 바꿨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러한 변혁과 변화라는 역사적 흐름이 어디 중국에서만 국한된 일일까도 싶다. 인간이 지닌 맹렬한 욕망이 시간이라는 거대 흐름과 맞물려 흘러가는 것이 바로 역사이며, 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나고 죽어간 이들이 역사적 인물이 아닐까 싶다. 뛰어나든 혹은 어리석든 그들은 역사적 인물로 기록되어 왔다.

 

자, 이제 이 방대한 저서 중 기억에 남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상고시대 거론되었던 고대신화는 아주 흥미로웠는데, 이웃 일본의 신화와 비교하는 대목에서 ‘왜’ 바다 건너 일본보다 더 가까운 지리학적 위치에 있는 우리의 고대 설립시기 신화와의 비교가 빠져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부분을 포함해서 몇몇 부분에서는 한국인을 포함한 일본인들에게 이 책이 크게 환대를 받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역자가 지적했듯이, 책 중간 중간에 여전히 드러나고 있는 중국사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인식에의 한계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점을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패권주의’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했었다. 미국이 아직까지 자국우월주의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은 ‘중화사상’의 뿌리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각설하고 2부 봉건시대 부분에서 등장하는 ‘퇴피삼사’와 더불어 진정한 귀족편에 등장하는 송양공의 일화는 기억해두고 싶은 대목이다. 말이 그렇지 전쟁 중에 ‘예의’를 다함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했듯이 중국은 법치와 유가, 상무 중심의 나라가 아니었던가.

한편으로 유가를 우위에 둘 것인가, 법치 혹은 인치를 우위에 둘 것인가 고민하던 많은 제왕과 정치가들의 시행착오를 바라보면서, 과연 무엇이 우위에 오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던 것 같다. 다만, 역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이해를 토대로 민중의 지지에 힘입어 일어섰을 때, 후세에도 바른 역사의 이름으로 기억되리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진과 한의 비교를 서술한 대목을 인용하며,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역사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면서 마무리를 지어보고 싶다.

 

-----

한 황실은 진나라의 폭정을 뿌리 뽑고 세워진 국가로 재난 속에서 만민을 구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법적 정통성을 자신했다. 상대적으로 진(晉), 송 등의 왕조는 부당한 방법으로 나라를 빼앗았기에 통치자는 제발이 저렸다. 이는 강한 통제를 유발했고 통제는 왜곡을 유발했고, 왜곡은 사회의 기이한 형태를, 사회의 기이한 형태는 허약한 국가를 만들었고, 국가의 허약은 외민족의 침입을 유발해 망국을 야기했다.

-----p260 인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질문에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 정답 없는 질문에 나만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단단한 식견을 위한 인문 사 인문 사고
최원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질문에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밝은 회색 어두운 회색, 어느 쪽?

 

최원석의 ‘그 질문에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를 드디어 다 읽었다. ‘드디어’ 라는 단어를 쓰고 싶었다. 책은 묘한 매력이 숨겨져 있다고 해야 할까. 마치 롱런타임의 영화 한편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극장에서의 고군분투는 (단순하게 앉아서 보는 행위로 정의 내릴만큼의 그렇게 )쉬운 일만은 결코 아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여러 가지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하기 마련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기란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불편함을 얼마나 잘 감수해내는가가 관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때로는 졸기도 하고, 때로는 화면에 집중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옆 사람의 얼굴을 한번 흘깃 쳐다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켜 놓은 핸드폰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심드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면서 동시에 롱런타임을 즐기는 것이다.

 

이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책을 읽으면서 나는 롱런타임의 영화 한편을 보는듯한 생각을 하곤 했다. 각각의 주제가 다른 연속된 단막극 같은 이미지다. 책에 대한 호불호야 개개인의 시선과 경험에 따라 다른 건 명확한 논리겠지만, 어쨌든 이 책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사유를 떠나서 인문, 사회, 과학의 편집된 백과사전처럼 다가온 것 역시 사실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어진다. 많은 이야기. 그런데 이 많은 이야기들이 과연 적절한 예로 적합하고 알맞은 자리에 배치되어있는가, 하는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듯싶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회색인간을 거론하면서 흑백논리에서 벗어난 중간지대를 이야기한다. 흰색과 검정색의 혼합은 회색이다, 라고 했을 때 회색은 그리 낯선 색은 아니다. 인간과 인간의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곳. 그들 모두의 교류가 있는 이 거대하고 복잡하며 때로는 안전함 뒤에 숨어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어렵기 짝이 없는 지금의 이 공간을 저자는 간단명료하게 ‘회색지대’화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이런 시선이 한없이 낯선 태도라고 보여진다. 색채의 배합이 가져오는 혼합된 색인 회색이라는 특수성을 빗대어, 특수한 지역 내지는 특수한 중간자 입장의 사고를 갖고 있는 이들을 회색인간이라 부르는 저자의 표현이 다소 받아들이기에 무겁게 느껴졌다면 지나친 감상적 반응일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어느 한편으로 치우침 없는 것. 극과 극으로 치닫게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는 늘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사유하고 펼쳐감에 있어 가장 힘이 되는 것은 논거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논거를 뒷받침해주는 목적의 정말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제시하고 있다. 내 기억이 그다지 썩 좋은 편은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음악이나 미술계열의 자료를 제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자료를 찾아 싣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는 어쨌든 열정과 수고로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양극단에 휩쓸리지 않고 ‘중간’에 서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떤 논리라도 들을 준비가 돼 있는 아량과 배려심 말이다.- p.9

 

저자의 이 표현에서 나는 오래전 읽었던 칼 포퍼의 이론을 상기했었다. 열린 사고, 기존의 사상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언제든 바뀌고 달라질 수 있으며, 진정한 학자라고 한다면 이를 수용하는데 일만의 주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이야기는 극단으로 치닫는 인간의 아집을 비판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을 그려가고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러한 열린 사상과 수용의 정신 속에서 회색인간의 이미지를 찾는 것은 좀 어려워 보인다. 아니 어쩌면 조금은 비겁하게 보이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회색인간의 이미지는 밝은 회색인가. 아니면 어두운 회색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카린에 대한 이야기, DDT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책에서 소개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내용이 얼마나 대중에게 소개되었는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 저자도 대중성 보다는 감춰지고 이는 까닭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더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를테면 사고의 변혁 같은 것 말이다. 하나의 정의는 결코 시대상과 동떨어져 살펴볼 수 없는 문제인데, 시대가 변하고 인식이 변하고 세대가 달라지면 그 시대상의 정의가 달라진다는 데 핵심이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NO. 했던 것이 이제는 YES. 로 바뀌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바라본 마시멜로 실험은 흥미로웠다. 사실은 처음 실험을 토대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실험이 더 몰입도가 높았고 객관적이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물론 아쉽게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에 대한 일화는 그동안에 개인적으로 갖고 있었던 미국의 노예해방에 대한 이미지에 살짝 데미지를 가져오기도 했다. 링컨이 당시에 몸담고 있었던 공화당이 지금의 공화당과 조금은 다른 입장이라는 것,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 노예해방에서부터 시작된 호기심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검색하는데까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다양한 사료가 주는 읽는 즐거움을 뒤로 하고, 일정부분 작가가 설정한 주제와 예로 든 사료가 작가의 논거를 완벽하게 잘 뒷받침해주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사견이지만 말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작은 틀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주제씩 따로따로 떼어서 본다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회색인간, 혹은 회색지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의 이전과 행동의 역동성을 얼마나 적절하게 잘 받쳐주고 있는가는 더 생각해보고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

 

쉽게 읽으면 쉽고, 어렵게 읽으면 어려운 책이다.

부수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당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믿고 있나요? 용기에 대하여-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책이 이렇게 오래도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책은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또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소설을 받쳐주고 있는 구성이 무엇보다 탄탄해서 별 무리없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과연 소설의 외적인 부분을 장식하는 이러한 요소가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일일이 다 만족스럽게 만져주었던 것일까. 문득 보이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나미야 잡화점을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은 작품을 통해 과연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던 것일까,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진다.

 

처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던 건 삼사 년 전쯤이었다. 그리고 올해 2월에 다시, 마지막으로 그제와 어제사이에 세 번째 완독을 마무리했다. 한권의 책을 세 번씩 정독하는 건 나로서도 흔한 일은 아니다. 딴은 작품을 떠나서 어떤 순간, 어떤 계기가 함께 작용하게 될 때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도 과히 가볍게 생각할 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요즘인가 싶다. 계기란 만들어가기 나름이어서 언제든, 다른 계기와 의미를 두자고 한다면 물론 나미야 할아버지를 앞으로도 종종 만나도 그 때마다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는 말은 꼭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은 욕심이다.

 

작품의 부제를 -당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믿고 있나요? 용기에 대하여-라고 정했다. 물론 이 문장은 작품 안에서 골라본 문장을 부분 인용했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떤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를 정리해 보면서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들어가게 됐다.

허름하고 낡은 잡화점인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고,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편지를 써서 교감하며 용기를 얻어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다시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서로 단단하게 얽혀 있다. 마치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무늬를 갖고 있는 스텐실 작품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이해함에 있어 우선 전제로 해야 할 것은 ‘인간은 모두 완벽하지 않다’, 라는 조건이다. 여기에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은 평범한 인간이자, 그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동기라고 볼 수 있다. 상담은 언제나 많이 배우고, 가방끈의 길이를 먼저 거론해야지만 의뢰인의 믿음을 조금이라도 더 얻겠다는 식의 선입견 안에서, 전혀 동떨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세 명의 청년이 등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부분에서도 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완벽하지 못한 이가 과연 상담을 잘 해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자. 완벽이란 개념은 어딘지 모르게 의심 가득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이 단어는 사실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완벽이란 개념은 이 책 속에서 그다지 중요성을 갖고 있지 않는다. 이 또한 작가적 의도에 하나라고 봐야 한다. 작가는 완벽이라는 개념보다는 진정성과 성실함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라고 줄곧 이야기하는 듯하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늘 잘 닦여진 포장도로만 걸어갈 수만은 없듯이, 지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는 걸 두고, 우리는 그것을 일컫어 살아가는 과정이다, 라고 말한다. 희노애락이 있고, 눈 앞에 있는 희미한 언덕을 수없이 오르고 다시 내려가야 하는 것이 바로 삶인 동시에 성장이라는 의미로, 그들을 혹은 내 자신을 수없이 다독이고 있지는 않은가.

사랑, 연애, 죽음, 자기희생, 가족의 의미와 가치는 소중함 그 자체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을 때마다 풀어가야 할 문제 앞에 서 있는 내가 불행한지 행복한지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달갑지 않은 순간이 오면, 나는 도망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가능하면 외면하려 하고, 나의 눈은 그것을 보지 않으며, 내 귀는 그것을 듣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내 머릿속에 뇌는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굳이 그렇게 모든 것을 내게로 향해 정당화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눈을 감기 이전에 숨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이 탓일 수도 있겠고, 어느정도 달갑지 않은 일들 앞에서 자신을 컨트롤 하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역시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는 건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작가는 나미야 할아버지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남긴다. 상담을 해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잘 알고 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상담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작가가 말했듯이 확신을 얻고자 함이다. 딴은 누군가에게 솔직해짐으로 해서 자신을 더 잘 알아가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화는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어려움이 있을 때 말하지 않으면 너를 도와줄 수 없다, 는 말은 어느 영화에서 보고 들은 이후로 줄곧 내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는 표어가 되었다. 그 말인즉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그것이 애정이든, 사랑이든 확인할 수 있다는 말로 달리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자신의 고충을 상담해오는 내담자는 용기 있는 자이다. 사실은 그 용기가 그 내담자의 앞길을 밝혀줄 수 있는 숨은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라는 생각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스로를 믿는 것은 그만큼 용기 있는 행동이니까.

 

주어진 삶 속에서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젠가 우리 각자가 꿈꾸는 자기만의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을 완독했다.
몇년 전 도서관에서 처음 읽었을 때도, 서점에서 구입하고
다시 읽어본 지금도 변함없는 것은

깊은 성찰이다.

깊은강은  표면적으로는 인도의 갠지스 강이다.
강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흘러간다.
인간의 생과 사를 포함한 모든것을 품에 담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유유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또다른 깊은강은 인간의  깊은 강의 슬픔을 표현한다
인간의 강. 그 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추하고. 나약하며. 이기적인 동시에 애잔함이 도는 쓸쓸한 인간존재를 상징한다

신은 존재하는가?
책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오래되고 지루한 이 질문에 나긋하고 진지하게 답을 전한다.
작가는 작품속 인물을 통해 신은 내 밖이 아닌. 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고지식한 종교계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인 신학도이자, 마지막에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가 말하던 양파(신)로 거듭나고자 했던 오쓰를 통해 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작품에서 신은 양파에 비유된다.
양파는 어느곳에, 어느종교이든 그것이 비기독교인 이교도라 할지라도. 힌두교  혹은 불교가 됐든 양파이면서 신은, 그 자리자리마다 존재하며 인간의 고뇌로 뒤엉킨 삶을  짊어지고,그 고통을 대신하며 인간이란 존재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기독교에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것과, 갠지스 강가에서 죽은이와, 죽어가는 이의 시체를
등에 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오쓰와
죽음의 여신인 차문다를 등장시키는 작가의 의도는
주제와 깊이감을 전달하기에 너무나 아리고 아픈 상처로 다가온다
버거움이다~~~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비참하고 초라하도다.
사람들은 그를 업신여겨  버렸고,  마치 멸시당하는 자인 듯,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의 조롱을 받도다

진실로 그는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고
우리의 슬픔을 떠맡았도다

ㅡ264  p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르릅니다
ㅡ침묵의 비(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의 노래 1 - 탈출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김동찬 옮김 / 스타로드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아침부터 신경이 곤두서다
이럴 때는 피로를 풀어주는 토막잠도 안 오고
계속 날카로운 시간의 연속이다

새벽 세시까지 두권으로 된 책을 완독했다
장 클로드 무를르바
겨울의 노래

그건 일종의 선망과도 같은 것들이라서
이를테면 바리케이트, 라든지
레지스탕스, 라는 단어와 그 의미를 좋아하는건
본능적인지도 모른다
딴은 이 작품에서 레지스탕스는
환타지 속에 가미된 어색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무대와 상황과 인물들의 심리와 각각의 사건들을 볼 때 분명 레지스탕스는 맞다고 본다
그러나
개 인간과 말 인간 부족의 등장으로 인해 작품이
환타지 장르로 자꾸 미끄러저 들어간다는 것이 주관적 소견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가지 더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 소설을 환타지 소설로 단정을 짓고 돌아설 것인가, 일종의 저항문학으로 판단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서 나름의 커다란 잣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말인간이 상징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보면 단순한 상상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보통의 인간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욱 극심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살아가는 극 차별의 대상이 바로 작품에서 등장하는 말 인간 부족이었다. 그들은 인간을 도와 인간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게 존재감을 숨기며 살아온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있어 저항은 보통의 저항과는 또다른 깊이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거대한 무력과 불손한 세력들의 규합이 가져오는 억압과 차별이 결국에는 민중의 봉기로 인해 와해된다는 점에서 소설은 프랑스 혁명 내지는 많은 나라의 독립을 위한 전쟁을 연상케하기도 한다.
작품에서 주목해볼만한 것 중에 하나는 각 인물의 구성과 서로간의 연결고리가 마치 기하학의 도형을 보는듯 관계성에서 매우 탄탄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저항에는 강력한 저항과 부드러운 저항이 존재하는 듯하다. 칼을 들고 총을 든 저항만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틀린 판단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알게모르게 그 어떤 무기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저항을 표현할 줄 아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작품은 부드럽지만 강한 민중의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대목이 길게 이어지던 작품의 대미임에는 분명하다.
저항을 대표하는 인물, 선동을 하되
이성적 판단과 주도적 행동으로 혁명에 있어 중요한 선봉장의 역할을 하는 인물.

수 많은 개인과 사회의 저항 속에서 이름도 없이 죽어가는 또다른 주인공들의 노력으로
그들은 마침내 자유를 얻는데 성공하게 된다


바리케이트는 저항과 자유의 표상이다.
레지스탕스는 또 다른 용기일 것이다

ㅡㅡㅡㅡㅡㅡ
다음은 어떤 책을 읽어볼까

아들은 구석기 시대의 상상일기를 숙제로 써가야 한다고 했다
처음 써 온 것을 옆에 두고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하면 잘 끌어줄 수 있을까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껍질 밖으로 끄집어내주고 싶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표현하기에 서툴다.
겁을 낸다. 그걸 바꿔주는 게 올바른 충고가 아닐까

많은 이야기 끝에 아이는 숙제를 다시 써갔다.
문장의 수준도 월등하게 좋아지고 있었고 아이 스스로도
만족해하는 듯 ~~~~

아. 그러나 누군가를 가르치는 행위는
그만큼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일이기에 사뭇
조심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