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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당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믿고 있나요? 용기에 대하여-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책이 이렇게 오래도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책은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또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소설을 받쳐주고 있는 구성이 무엇보다 탄탄해서 별 무리없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과연 소설의 외적인 부분을 장식하는 이러한 요소가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일일이 다 만족스럽게 만져주었던 것일까. 문득 보이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나미야 잡화점을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은 작품을 통해 과연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던 것일까,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진다.
처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던 건 삼사 년 전쯤이었다. 그리고 올해 2월에 다시, 마지막으로 그제와 어제사이에 세 번째 완독을 마무리했다. 한권의 책을 세 번씩 정독하는 건 나로서도 흔한 일은 아니다. 딴은 작품을 떠나서 어떤 순간, 어떤 계기가 함께 작용하게 될 때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도 과히 가볍게 생각할 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요즘인가 싶다. 계기란 만들어가기 나름이어서 언제든, 다른 계기와 의미를 두자고 한다면 물론 나미야 할아버지를 앞으로도 종종 만나도 그 때마다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는 말은 꼭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은 욕심이다.
작품의 부제를 -당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믿고 있나요? 용기에 대하여-라고 정했다. 물론 이 문장은 작품 안에서 골라본 문장을 부분 인용했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떤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를 정리해 보면서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들어가게 됐다.
허름하고 낡은 잡화점인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고,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편지를 써서 교감하며 용기를 얻어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다시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서로 단단하게 얽혀 있다. 마치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무늬를 갖고 있는 스텐실 작품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이해함에 있어 우선 전제로 해야 할 것은 ‘인간은 모두 완벽하지 않다’, 라는 조건이다. 여기에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은 평범한 인간이자, 그들은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동기라고 볼 수 있다. 상담은 언제나 많이 배우고, 가방끈의 길이를 먼저 거론해야지만 의뢰인의 믿음을 조금이라도 더 얻겠다는 식의 선입견 안에서, 전혀 동떨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세 명의 청년이 등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부분에서도 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완벽하지 못한 이가 과연 상담을 잘 해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자. 완벽이란 개념은 어딘지 모르게 의심 가득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이 단어는 사실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완벽이란 개념은 이 책 속에서 그다지 중요성을 갖고 있지 않는다. 이 또한 작가적 의도에 하나라고 봐야 한다. 작가는 완벽이라는 개념보다는 진정성과 성실함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라고 줄곧 이야기하는 듯하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늘 잘 닦여진 포장도로만 걸어갈 수만은 없듯이, 지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는 걸 두고, 우리는 그것을 일컫어 살아가는 과정이다, 라고 말한다. 희노애락이 있고, 눈 앞에 있는 희미한 언덕을 수없이 오르고 다시 내려가야 하는 것이 바로 삶인 동시에 성장이라는 의미로, 그들을 혹은 내 자신을 수없이 다독이고 있지는 않은가.
사랑, 연애, 죽음, 자기희생, 가족의 의미와 가치는 소중함 그 자체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을 때마다 풀어가야 할 문제 앞에 서 있는 내가 불행한지 행복한지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달갑지 않은 순간이 오면, 나는 도망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가능하면 외면하려 하고, 나의 눈은 그것을 보지 않으며, 내 귀는 그것을 듣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내 머릿속에 뇌는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굳이 그렇게 모든 것을 내게로 향해 정당화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눈을 감기 이전에 숨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이 탓일 수도 있겠고, 어느정도 달갑지 않은 일들 앞에서 자신을 컨트롤 하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역시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는 건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작가는 나미야 할아버지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남긴다. 상담을 해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잘 알고 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상담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작가가 말했듯이 확신을 얻고자 함이다. 딴은 누군가에게 솔직해짐으로 해서 자신을 더 잘 알아가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화는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어려움이 있을 때 말하지 않으면 너를 도와줄 수 없다, 는 말은 어느 영화에서 보고 들은 이후로 줄곧 내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는 표어가 되었다. 그 말인즉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그것이 애정이든, 사랑이든 확인할 수 있다는 말로 달리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자신의 고충을 상담해오는 내담자는 용기 있는 자이다. 사실은 그 용기가 그 내담자의 앞길을 밝혀줄 수 있는 숨은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라는 생각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스로를 믿는 것은 그만큼 용기 있는 행동이니까.
주어진 삶 속에서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젠가 우리 각자가 꿈꾸는 자기만의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