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5km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PCT를 걷다
남난희.정건 지음 / 마인드큐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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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흐리고 비가 내린다. 어제는 2월임에도 불구하고 영상 15도까지 낮기온이 올랐다고 했었다. 하늘은 여전한데 날씨가 심술인지. 속내를 감추고 있는 저 하늘이 모든 것을 주관하며 모르쇠를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날씨가 하루 차이로 오락가락 변화무쌍하다.

아이들은 덥다고 얇은 옷을 입고 다니던데. 오늘 내일은 아마 다시 두꺼운 옷을 찾지 않은까 싶다.


오늘의 기록을 남기기 전에 기분이 매우 달떠있다는 말을 먼저 시작하려 한다. 달뜨다, 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나는 여전히 조금 흥분되어 있나보다. 이런 내 기분을 다 담아낼 수 있을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오롯하게 다 풀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책을 보는 틈틈이 등산화를 검색했었다는 것도 소곤거림의 낮은 소리로 슬쩍 흘려본다.


이번 책의 제목은 책이 담아내는 그 내용처럼 웅장하다. ‘4285km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PCT(Pacific Crest Trail)를 걷다’ 이다. 4285km라니 사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네이버로 검색을 해보니 대략 400km 안팎이다. 서울과 부산사이의 거리의 10배 정도 길인가도 싶다. 참... 긴 길이다.


책의 저자는 두 명이다. 남난희와 정건이 그들이다. 사실 왜 저자를 한명이 아닌 두 명으로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었는데 말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생각이 달라져갔다면 이해가 될까. 시작은 언제나 남난희가 먼저였다. 그리고 뒤를 건의 이야기가 그 뒤를 따른다.

어쩐지 길을 인도하듯 남난희의 이야기와 그 길을 함께 했던 정 건의 이야기가 묘하게 조화롭게 다가온다는 인상을 받는다. 거침없이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남난희의 성향과, 뒤에서 묵묵하게 정리하며 받쳐주는 일을 성실히 해온 정 건의 우직함이랄까. 두 사람의 글 속에서 그들 한명 한명의 고뇌와 성찰이, 또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발휘되는 어우러짐과 성실함이 진득하게 배어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PCT (Pacific Crest Trail)을 준비해서 떠났고 그 때의 감흥과 경험들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섯이 출발했고 그 다음에는 상황에 따라 두 명. 또 세 명 등등 함께 하는 구성원들은 조금씩 달라져갔지만, 대자연의 조화로움을 몸소 느끼며 조금씩 목적지까지 걸어가는데 있어 그 의지는 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적어두고 싶다.

책은 2018년 오리건을 시작해서 2019년 캘리포니아 남부. 그리고 코로나 19로 한해 쉬어 다시 2021년 캘리포니아 중부와 2022년 마지막 워싱턴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의 기록이다.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에는 한두달 사이를 걷는 하이킹을 섹션 하이킹이라고 하고, 그 보다 더 긴 시간 즉 5-6개월을 걷는 것을 스루 하이킹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남난희와 정 건 이외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섹션 하이킹으로 참여한다고 보면 좋겠다. 이들의 여정에는 사막도 있고, 눈길도 있고, 추위와 더위 그리고 모기떼와 울창한 수풀도 있으며 산불로 막힌 길도 있었고 무서운 곰도 자주 등장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말하는 애칭인 ‘엔젤’과 ‘트레일 매직’을 포함. 그들의 조건 없는 베풂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등이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어쩌면 길고 지친 하이커들에게 천사와 같은 존재인 동시에 각박한 현대 사회에 이런 이들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비단 하이커가 아니더라도 어쩐지 천천히 행복해지는 순간이지 않은가 말이다.


책 속에서 남난희가 언급했던 부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한국에서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토로한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그녀가 책 중간중간 언급하고 있었던 백두대간과 PCT를 비교한 대목에 공감을 표한다.


산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하이커'라는 문화에 대해서도 처음 접해보는가 보다. 그저 아무런 욕심 없이 자신과의 싸움, 혹은 자신과의 여정. 그리고 곁을 따르는 이들과의 동지애를 지켜내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걸어가는 이들이 대단해보였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건강함과 강인함에 부러움을 숨길 수가 없는 순간이었던가 보다. 비슷한 연령대에 누군가는 에베레스트에 오를 준비를 하고, 누군가는 백두대간을 생각하고, 또 PCT나 JMT(John Muir Trail)를 도전할 것을 준비하는데 나는 너무 안일한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때로는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을 다시 그려보는 순간이었다고 할까. 그렇다는 말이다. 수다스럽지 않고 진지하고 속내를 들추어내도 불편함이 없을 것 같은 그 누군가가 있다면 하이커가 아니어도 그저 잠시 얼굴만 들여다보아도 좋을 그런 지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념 하나가 생겨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광과 지극한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어서 더 감사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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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완성 초간단 도시락 레시피 100 - 도시락 & 집반찬 한 번에 해결!
오민주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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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단 도시락 레시피 100



명절이 끝나고 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남편은 출근을 했고 두 아이는 방학이라 아침밥을 먹고 난후에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 콕 박혀 나오지 않는다. 명절 내내 무엇이든 맛있게 먹던 아들 녀석이 오늘부터 다시 다이어트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애썼던 것들이 다 수포로 돌아간 모양이다.

시댁에 가 명절 음식을 하고 설거지의 무덤에서 살아서 돌아온다 하더라도, 내 집에 오면 다시 밥을 하고 반찬을 하는 것이 엄마이자 며느리들의 일상이다. 명절동안 잘 챙겨 먹었다고해도 내 집에 와서 굶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요리 관련 책을 보고 있는 나를 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다양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맛있는 거 해주시게요? 라고 물었고, 남편은 결혼생활 20여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요리책을 봐야 하냐고 핀잔을 늘어놓았다. 그에 대한 항변은 대충 이러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데 있어 요리도 빠질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번 요리책은 ‘초간단 도시락 레시피 100’ 이다. 도시락을 컨셉으로 한 요리책이다. 저자인 오민주씨는 인스타그램 10만 팔로워의 ‘야미도시락’ 이라는 타이틀로 대중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아줌마에게는 별천지 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각설하고 그녀가 풀어내고 있는 도시락 이야기는 반짝 반짝 빛이 나는 도시락의 향연이었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목차사진이었다. 도시락에 잘 세팅되어 있는 각각의 도시락 완성품을 사진으로 담아 목차로 편집하고 있는 것이 시선을 끈다. 알록달록 푸른빛 붉은빛 희고 노란빛들의 조화로운 도시락 한상이다.


책에는 곁들임 찬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곁들임 찬이 무얼까? 생각할 수 있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잠깐 해보자. 이번 책은 도시락 메뉴 구성이라고 해서 ‘밥’ ‘반찬’ 그리고 ‘곁들임 찬’ 3가지의 구성을 갖추어서 진행한다. 이를테면 반찬은 메인반찬이고 곁들임 찬은 그 외 반찬들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메인을 포함해 4가지 반찬이지만 다양한 반찬의 가짓수로 새롭게 만나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까닭은 구성되어 있는 반찬들이 같은 재료이지만 다양한 방법과 표현으로 바꿔가며 곁들임 찬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또한 눈에 띄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쌈밥류가 등장하는 것도 유심히 살펴본 것 같다. 케일이나 깻잎 혹은 양배추, 묵은지 등을 활용해 쌈밥을 만들어 세팅하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맛도 맛이지만 눈에 보기에도 좋은 음식들이 내 앞에 준비되고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요리과정 중간에 tip을 소개하는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으나 요리도 어차피 상상력과 응용력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재료를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로 다른 식감과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늘 반복되는 반찬에 싫증이 났다면, 그건 아마도 음식의 응용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반성이 드는 순간이다. 결혼생활 20여년이 지나도 요리책을 들여다보는 까닭은 그 응용력을 배우기 위함일지도 모를 일이다.


식구들이 알아주든 아니든, 여전히 요리의 세계는 넓지 않은가. 그중 일할이라도 배워갈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스프링 철이 되어 있는 책은 무겁지 않은 무게를 자랑한다. 요리책이 무거웠던 시절은 옛 시절이었던가 보다. 크기도 적당해서 식탁이며 어디든 자리를 차지하지는 않아 보인다. 여담이지만 진미로 알고 있던 요리재료가 일미로도 불린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된 책이기도 하다. 다만 밥과 메인요리는 도시락 한 개의 분량(밥공기 1~2인분)에 맞는 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기타 곁들임 찬은 그보다 조금은 여유로운 분량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보면 좋을 듯하다. 평균가족구성원 4명이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일인가족 혹은 단출한 부부 두 사람을 위해 요리책도 점점 변화해가는 가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한달 지출비에서 식재료와 외식비용이 가장 많이 차지한다. 몇 개월 전에 배달 어플을 지웠다. 지운지 한참인데 여전히 쿠폰이 핸드폰 문자로 들어오곤 한다. 확실히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만들어먹으면 그만큼의 절감 효과는 있다. 그렇긴한데 요즘 같아서야 원재료 값도 올라가니 밥 먹을 일이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불안한 시대에 지혜롭게 먹고 살 일이다. 이런저런 책들을 들여다보면서 고물가 불황의 시대에 적응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만 같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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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느낀 행복들 - 국제 문학 에이전트, 대한민국에 빠지다
바버라 지트워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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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느낀 행복들


기분 좋은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유가 무엇일까. 조용히 되묻는다.

책은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의 한국사랑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 바버라 지트워는 소설을 출간한 작가인 동시에 국제 출판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뼛속까지 뉴욕커인 외국인이다. 그녀의 시선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외국인의 시선에서 그려진 한국의 모습은 어떤 색깔로 그려지고 있을까.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한국의 최대 명절중 하나인 설이다. 바버라가 곁에 있었다면 그녀는 무슨 이야기로 좌중의 시선을 모았을까. 책은 10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한국에 와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워왔던 이야기들과 그녀만의 생각들이 아롱지게 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흔한 말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했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책의 저자 바버라 지트워는 그 말을 넘치고도 넘치게 잘 수행해온 이웃이지 않은가. 그녀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친근감이 뚝뚝 묻어나는 것이 낯가림일랑은 잠시 내려놓고 기꺼이 그녀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그녀는 한국 사회의 전통과 예절을 담고 있는 문화와 사회에 관심이 많아보였다. 외국인의 시선에 포착된? 한국인만의 예의범절 혹은 한국인만의 정서적 문화적 특성들이 그녀의 책 속에 고스란히 소개되고 있다. 직업이 출판 에이전트인만큼 저자와 한국 작가들과의 인연을 소개하는 가운데 유독 신경숙 작가와의 일화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에이전트와 작가와의 인연을 뛰어넘어 이들 관계는 오래된 친구처럼 오래된 지인처럼 편안한 관계를 지켜가는 듯 보였다. 또한 그녀가 한국에서 만나는 지인들과 함께 찾았던 곳곳마다 주소를 소개하고 있어, 책을 접하는 독자에게 요긴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가 한국에서 맛보았던 음식들을 소개하고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친절한 배려가 아닌가.


책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한국사회의 면모들이 다양하게 배치한다. 저자의 시선은 진지하고 다정다감하다. 역사 그리고 사회 문화에까지 이르는 배경지식도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시선은 늘 따뜻하다. 그 따뜻함의 힘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걸까. 그녀 스스로는 오히려 한국의 종교(불교)에서 위안과 성찰의 시간을 마주했다고 회로하고 있으나, 그녀가 본인이 지니는 근성 또한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던 것 같다. 모든 외국인의 시선이 다 이와 같지는 않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여튼. 그녀는 긍정적이다. 한국의 모든 것들을 생각함에 있어 다 긍정적이다. 어떻게 보면 내국인으로서는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다.


한편 책 속에는 다양한 가르침이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정보들을 ‘가르침’ 이라는 대목으로 요약정리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미래의 한국을 방문하게 될 또다른 외국인들에게 어떤 방향성 내지는 지식을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도 같다. 각설하고 저자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친밀감과 깊이감으로 낯선 곳의 문화를 배워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맙고 놀라운 일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잠시 그녀가 책 속에 정리해둔 자신만의 생각들을 정리해둔 ‘가르침’의 일부를 들여다보자.

-상호성은 한국 문화의 근간이다. 선물을 줄 때는 상대가 나에게 답례할 때 금액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 되도록 신경 써라.

-방문하는 나라의 예법을 따라라. 초대해 준 사람에 대한 존경과 존중을 보여줄 수 있다.

-좀 불편하더라도 사람을 솔직하게 대하라.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진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식 인사법과 의사소통에서 얻은 가르침의 일부 인용)p39


-바닥에 앉는 연습을 해보라. 코어가 잡히고 강해질 것이다!

-발을 해방시키자. 집에 있을 때나 다른 사람 집을 방문할 때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바깥의 더러운 흙을 안으로 들여올 필요는 없다.

-일 년 내내 창문을 열어두라. 맑은 공기를 마시면 젊어진다.

(한국의 집에서 얻은 가르침의 일부 인용)p67


-해녀는 육체적 작업이나 운동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 그리고 ‘한’의 훌륭한 본보기다.

-나이 드는 것을 축복으로 여겨라. 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해녀는 80대가 되어도 바다에 들어간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자매애가 준 행복으로부터 얻은 가르침의 일부 인용)p151


다양한 한국 문화를 접하는 작가의 긍정적 시선을 통해 우리는 내국인이라는 자리에서 또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배워가는 듯하다. 三人行이면 必有我師라 했는데 이번 스승은 파란 눈의 스승 바버라 지트워였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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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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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이다. 그는 2002년도에 데뷔를 했다고 한다. 꽤 오래전부터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인데 개인적으로는 이제서야 만나게 되는가싶다. 시작부터 무척이나 단독직입적?일지는 몰라도 솔직히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사소하지만 꽤 진지한 욕심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뭐랄까. 묘한 매력이 있다고 할까.
문득 질문하나가 떠오른다. 내가 아는 일본작가가 얼마나 될까. 일본 장르문학의 작가군과 그 범위는 상당히 탄탄하고  또 그만큼 다양성도 갖추었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기실 기억속에 남는 작가는 몇 되지는 않았던가 보다. 
사람들은 추리라는 장르를 담고 있는 문학이라도 어느 분야 혹은 어느 주제에 탐닉해 글을 풀어가는가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또 분야가 달라진다는 말을 늘 하곤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추리소설 분야 중에서도 어느 쪽에 속하내는 걸까. 본격 추리차. 혹은 사회파?

개인적으로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 이 또한 추리소설을 접하면서 생각해보는 유희 아닌 유희가 아닌가. 작가와 작품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 말이다. 아마도 다들 비슷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도 싶은데... 이야기는 들어봐야 할 일이다.

이제 소설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소설의 시작은 남자 중학생 셋이서 밤 낚시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이 이 비탈진 경사를 이루는 섬 근처에서 낚시를 즐기는 순간 사건이 시작된다. 
물 속으로 첨벙 빠져드는 소리. 이윽고 물 밖으로 무언가 튀어 오르다가 이들이 타고 있는 배 위로 추락하는 물체. 이 물체는 무엇이었을까. 배는 뒤집어지고 만다. 아이들은 바다 속에 빠지고 그 중 한 명은 환영처럼 바닷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용을 보게 된다.
그렇게 이십여년이 지나고 새로운 사건과 함께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변호사직에 몸담고 있는 야노 사야카, 역시 어머니의 직업을 물려받아 탐정을 하고 있는 고바야카와 다카오. 그리고 사이다이지 가문의 가족 구성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사이다이지 가족의 사십구재 법사를 위해 스님인 고지마와 함께 그들 가문의 섬 즉 비탈섬에 한데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을 고립시키는 태풍과 뒤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밀실 사건처럼 소설은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내부의 살인자가 있음을 의심하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탐정과 변호사의 활약상을 담은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다소 엉뚱한 면이 있어보이는 탐정 다카오의 매력이, 되려 소설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쩌다보니 탐정의 조수 역할을 하게되면서 사건을 파해쳐가는 사야카와 다카오의 호흡도 자칫 늘어지기 쉬운 스토리를 잘 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울러 추리소설인 만큼 도구적 트릭과 함께 사건과 인물들의 관계와 성격형성. 범인에 대한 암시와 추론들.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이야기들에 대한 작가의 총괄적인 구성에 대한 메리트는 작품 말미에 드러나는 반전에서 오롯이 발휘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작가의 오브제 트릭은 책 읽는 재미를 한번 더 느끼게 해준 대목이지 않은가 싶다. 전반부 보다는 후반으로 갈수록 가독력이 있고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마지막 한줄 평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속 시끄러운 일에 골머리 썩이지 말고 추리소설 한편 더 읽는게 낙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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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성장시킨 영화 100
만리오 카스타냐 지음, 황지영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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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성장시킨 영화 100 

만리오 카스타냐의 책이다. 그는 이타릴아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고 한다.  이번 책에서 그는 무려 100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영화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것처럼, 기존의 영화를 들여다보며 분석 하는 일도 영화감독의 중요한 일상일까. 여기 만리오 카스타냐의 영화 세계를 반영하듯 그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함께 들여다보면 어떨까. 

책은 10가지 주제로 영화들을 구분하고 있다. 사랑, 가족, 상상의 세계, 성장통, 전쟁, 인생의 스승, 질병과 죽음, 학교 생활, 꿈과 열정, 생존투쟁의 각각의 주제에 맞게 말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영화들의 주제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사랑과 가족. 성장.. 삶과 죽음. 어찌보면 영화든 다른 문학장르든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소설은 글로써, 영화는 영상으로 다가오는 길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작품을 대할때  어떤 주제에 심취하게 될까? 나는 어떤 주제의 문학과 영화를 더 좋아하는 걸까? 문득 그런 질문이 생겨난다.  그러면서 저자가  앞에서 언급한 주제들을 다시한번 천천히 읊어보게 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묻게 된다. 당신의 선택은? 

책 속에는 각자의 삶에서 만나보고 오래 생각했을법한 자기만의 영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전 언제쯤인가 봤던 어떤 영화.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들어봤을 법한 그 어떤 영화. 혹은 영화 칼럼가의 소개로 접했을 법한 영화까지.  이것이 이번 책의 순 기능 중의 첫 번째이다. 추억속의 영화와 다시 만나는 것. 더불어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양질의 영화와 새로운 만남을 이어주는 것이 책의 두 번째 순기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 기억의 소급과 더불어 새로운 만남. 책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글을 남기고 있는 내 기억을 소환하는 영화는  과연  어떤영화였을까.  

가장먼저 언급하고 싶은 영화는 1985년작 '구니스' 라는 작품이다. 여름방학때 가족들이 대형 서점에 갔다가 갑자기 보게 된 영화. 보물섬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험이 그려진 영화였다. 생각해보면 어떤 교훈도 어떤 의미 심장한 요소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저 모험과 열정 그리고 상상력을 그려낸 영화이지만 오로지 추억속에 자리했던 나만의 영화가 아닌가 싶은 거다.
그외 '카르페디엠'을 여전히 혼자만의 멘토로 여기게 해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어린 마음에 윗층 아이가 보러 간다고 했을 때 한없이 부러워만 했던 영화' 이티(E.T) 를 만날 수가 있었다. 
물론 어른이 되어 만났던 좋은 영화들도 책속에서 접할 수 있었다. 발레를하고 싶은 소년의 이야기 '빌리엘리어트',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승화의 힘으로 작품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생은 아름다워' 등 다양한 주제의 영화들이 기억의 자리에서 나를 만나주고 있었다. 

그렇긴 한데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 만리오카스타냐의 도움으로 새롭게 알게 된 영화를 언급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나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취향과 성향.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 따라 찾아볼 만한 영화들 중에 기억나는 작품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유대인 학살과 나치를 배경으로 한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조조 래빗' 과 병든 엄마와의 관계에서 죽음과 자아성장 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 '몬스터 콜'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한편의 영화는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길일수도 있고, 꾸준하게 걸어가야 할 자기만의 미래의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영화든 문학이든 다른 예술장르든... 보는 이의 내면에 의해 무한대의 양분으로 작용하리라 믿는다. 

끝으로 이책의 부분별 요소들을 들여다보자. 컬러풀한 그림은 영화의 장면과 분위기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불어 관람 포인트와 비하인드에 대한 소개는 또 다른 읽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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