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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성장시킨 영화 100
만리오 카스타냐 지음, 황지영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3년 11월
평점 :
우리를 성장시킨 영화 100
만리오 카스타냐의 책이다. 그는 이타릴아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고 한다. 이번 책에서 그는 무려 100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영화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것처럼, 기존의 영화를 들여다보며 분석 하는 일도 영화감독의 중요한 일상일까. 여기 만리오 카스타냐의 영화 세계를 반영하듯 그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함께 들여다보면 어떨까.
책은 10가지 주제로 영화들을 구분하고 있다. 사랑, 가족, 상상의 세계, 성장통, 전쟁, 인생의 스승, 질병과 죽음, 학교 생활, 꿈과 열정, 생존투쟁의 각각의 주제에 맞게 말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영화들의 주제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사랑과 가족. 성장.. 삶과 죽음. 어찌보면 영화든 다른 문학장르든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소설은 글로써, 영화는 영상으로 다가오는 길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작품을 대할때 어떤 주제에 심취하게 될까? 나는 어떤 주제의 문학과 영화를 더 좋아하는 걸까? 문득 그런 질문이 생겨난다. 그러면서 저자가 앞에서 언급한 주제들을 다시한번 천천히 읊어보게 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묻게 된다. 당신의 선택은?
책 속에는 각자의 삶에서 만나보고 오래 생각했을법한 자기만의 영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전 언제쯤인가 봤던 어떤 영화.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들어봤을 법한 그 어떤 영화. 혹은 영화 칼럼가의 소개로 접했을 법한 영화까지. 이것이 이번 책의 순 기능 중의 첫 번째이다. 추억속의 영화와 다시 만나는 것. 더불어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양질의 영화와 새로운 만남을 이어주는 것이 책의 두 번째 순기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 기억의 소급과 더불어 새로운 만남. 책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글을 남기고 있는 내 기억을 소환하는 영화는 과연 어떤영화였을까.
가장먼저 언급하고 싶은 영화는 1985년작 '구니스' 라는 작품이다. 여름방학때 가족들이 대형 서점에 갔다가 갑자기 보게 된 영화. 보물섬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험이 그려진 영화였다. 생각해보면 어떤 교훈도 어떤 의미 심장한 요소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저 모험과 열정 그리고 상상력을 그려낸 영화이지만 오로지 추억속에 자리했던 나만의 영화가 아닌가 싶은 거다.
그외 '카르페디엠'을 여전히 혼자만의 멘토로 여기게 해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어린 마음에 윗층 아이가 보러 간다고 했을 때 한없이 부러워만 했던 영화' 이티(E.T) 를 만날 수가 있었다.
물론 어른이 되어 만났던 좋은 영화들도 책속에서 접할 수 있었다. 발레를하고 싶은 소년의 이야기 '빌리엘리어트',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승화의 힘으로 작품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생은 아름다워' 등 다양한 주제의 영화들이 기억의 자리에서 나를 만나주고 있었다.
그렇긴 한데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 만리오카스타냐의 도움으로 새롭게 알게 된 영화를 언급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나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취향과 성향.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 따라 찾아볼 만한 영화들 중에 기억나는 작품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유대인 학살과 나치를 배경으로 한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조조 래빗' 과 병든 엄마와의 관계에서 죽음과 자아성장 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 '몬스터 콜'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한편의 영화는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길일수도 있고, 꾸준하게 걸어가야 할 자기만의 미래의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영화든 문학이든 다른 예술장르든... 보는 이의 내면에 의해 무한대의 양분으로 작용하리라 믿는다.
끝으로 이책의 부분별 요소들을 들여다보자. 컬러풀한 그림은 영화의 장면과 분위기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불어 관람 포인트와 비하인드에 대한 소개는 또 다른 읽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