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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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이다. 그는 2002년도에 데뷔를 했다고 한다. 꽤 오래전부터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인데 개인적으로는 이제서야 만나게 되는가싶다. 시작부터 무척이나 단독직입적?일지는 몰라도 솔직히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사소하지만 꽤 진지한 욕심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뭐랄까. 묘한 매력이 있다고 할까.
문득 질문하나가 떠오른다. 내가 아는 일본작가가 얼마나 될까. 일본 장르문학의 작가군과 그 범위는 상당히 탄탄하고  또 그만큼 다양성도 갖추었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기실 기억속에 남는 작가는 몇 되지는 않았던가 보다. 
사람들은 추리라는 장르를 담고 있는 문학이라도 어느 분야 혹은 어느 주제에 탐닉해 글을 풀어가는가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또 분야가 달라진다는 말을 늘 하곤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추리소설 분야 중에서도 어느 쪽에 속하내는 걸까. 본격 추리차. 혹은 사회파?

개인적으로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 이 또한 추리소설을 접하면서 생각해보는 유희 아닌 유희가 아닌가. 작가와 작품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 말이다. 아마도 다들 비슷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도 싶은데... 이야기는 들어봐야 할 일이다.

이제 소설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소설의 시작은 남자 중학생 셋이서 밤 낚시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이 이 비탈진 경사를 이루는 섬 근처에서 낚시를 즐기는 순간 사건이 시작된다. 
물 속으로 첨벙 빠져드는 소리. 이윽고 물 밖으로 무언가 튀어 오르다가 이들이 타고 있는 배 위로 추락하는 물체. 이 물체는 무엇이었을까. 배는 뒤집어지고 만다. 아이들은 바다 속에 빠지고 그 중 한 명은 환영처럼 바닷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용을 보게 된다.
그렇게 이십여년이 지나고 새로운 사건과 함께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변호사직에 몸담고 있는 야노 사야카, 역시 어머니의 직업을 물려받아 탐정을 하고 있는 고바야카와 다카오. 그리고 사이다이지 가문의 가족 구성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사이다이지 가족의 사십구재 법사를 위해 스님인 고지마와 함께 그들 가문의 섬 즉 비탈섬에 한데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을 고립시키는 태풍과 뒤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밀실 사건처럼 소설은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내부의 살인자가 있음을 의심하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탐정과 변호사의 활약상을 담은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다소 엉뚱한 면이 있어보이는 탐정 다카오의 매력이, 되려 소설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쩌다보니 탐정의 조수 역할을 하게되면서 사건을 파해쳐가는 사야카와 다카오의 호흡도 자칫 늘어지기 쉬운 스토리를 잘 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울러 추리소설인 만큼 도구적 트릭과 함께 사건과 인물들의 관계와 성격형성. 범인에 대한 암시와 추론들.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이야기들에 대한 작가의 총괄적인 구성에 대한 메리트는 작품 말미에 드러나는 반전에서 오롯이 발휘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작가의 오브제 트릭은 책 읽는 재미를 한번 더 느끼게 해준 대목이지 않은가 싶다. 전반부 보다는 후반으로 갈수록 가독력이 있고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마지막 한줄 평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속 시끄러운 일에 골머리 썩이지 말고 추리소설 한편 더 읽는게 낙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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