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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평점 :
문제적 고전 살롱
가족기담을 담은 책이라고 했다. 기괴한 가족 이야기인가. 한때 아이들 사이에서 무조건적인 ‘기괴한 이야기’가 유행을 타던 시절이 있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이야기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그게 어때서? 라고 반문했던 까닭은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딱히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눈치 없는 반문들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유광수의 책 문제적 고전 살롱도 역시 가족 기담을 소재로 한 책이다. 그러나 이 기담은 아이들이 재미로 서로 주고받아 읽는 그런 수준의 기담이 아니다. 소재의 근거를 우리의 옛이야기 혹은 서양의 이야기에서 텍스트를 찾아와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작가 자신의 생각과 스토리를 풀어간다.
‘비틀고 꿰뚫어본다’는 표현이 책 표지에 실렸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본질에 대해 새로운 의심을 품고, 그 근거가 될 만한 요소들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사실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미 하나의 귀결로 정리된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끌어내는 방법도 쉽지는 않겠지만, 바위처럼 단단하게 고착화된 결론을 선뜻 바꾸고 싶은 이들도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 아는 이야기를 왜 또 그렇게까지 비틀어버려야 하는가,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 아닐까.
저자는 어쩌면 과감하게도 그 부정적이고 식상하다는 일반적인 반응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삐딱하나 매우 논리적이고, 그의 이야기는 마냥 생각 없이 바라보고 듣기에는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확고한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심리학적 혹은 철학적인 관점을 적용해서 인간의 내면 심리를 여가 없이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그의 의도는, 딴은 읽는 이에게 다소 복잡한 생각을 던져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책을 접하면서 순간순간 시원했지만 한쪽으로는 추웠고, 명쾌했지만 또 다른 쪽으로는 마음이 아렸다고 해야하나.
그러나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작가가 시도했던 당당하게 비틀고 꿰뚫어보기를 통한 새로운 시선과 그 도전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책에는 무수한 메커니즘이 등장한다. 무슨무슨 메커니즘 식으로 말이다. 가져다붙이기 나름일까. 너무나 많은 무슨 식의 메커니즘이 출현하고 있어서 좀 다른 표현은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사전적 의미에서 메커니즘은 ‘어떤 행위를 성취하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심리과정’이라고 한다. 구전되어오는 설화이든, 고전과 현대적 문학작품이든 말과 글로 이어지는 예술장르의 바탕이 되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냈던 이들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장르의 이야기가 됐든지 분명한 것은 바로 그 안에 인간 삶의 희,노,애,락이 살아 꿈틀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그들의 나름 의미 있고 고결하고 가치 있는 각자의 삶을, 인과응보 내지는 선과 악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서 편을 가르고 구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은 아마도 그런 우리의 잘못된 오류와 편협하게 굳어진 선입견을 지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다시금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주제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새롭고 또 그만큼 진지하게 다가온다.
투기 질투의 여성들 삶, 성과 본능의 남성의 삶, 무조건적인 생존을 위한 남녀 모두의 열망의 이야기가 모두 틀렸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작가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들을 하나의 구조, 즉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다시 들여다봄으로써, 가족의 의미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주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을 기록으로 남긴다.
-사회가 건전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협의를 통한 규칙이 필요하듯 가정 역시 서로의 의견을 듣고 대화하고 상의해 결정하는 건전성이 필요하다. 그런 곳에는 편애, 과잉보호, 집착, 결핍과 같은 어수선한 것이 발을 들일 수 없다. 아리스토 텔레스가 말한 행복의 조건인 절제, 용기, 정의, 지혜, 우애 같은 것이 꽉 들어차 있으니 말이다
먼저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 행동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고 천성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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