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이미경의 구멍가게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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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그리움이 묻어나는 책이다. 옛 시간의 지나간 자락 안에 추억이, 바람이, 풍경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듯하다. 그림과 글을 함께 작업한 작가 이미경의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라는 책은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선물해주는 애틋함이 가득하다.

작가는 구멍가게라는 독특한 소재를 찾아 그림을 그려왔다. 방방곡곡이란 말처럼 그녀는 세월의 흔적을 안고 버텨온 작은 가게를 전국으로 찾아다니며, 가게의 이미지와 함께 가게가 품고 있는 사연들을 오롯한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정밀한 펜화가 주는 이미지는 섬세함이다. 그러나 그녀의 그림에서는 보통의 펜화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보이지 않는다. 파스텔일까. 아니면 색연필일까. 펜으로 그린 선과 선 사이를 채워가는 부드러운 색채감은 그림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운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가느다란 선과 선들이 모여 양감을 만들고 다시 색채와 각각의 음영을 만들어가며 보여주는 작가의 그림들은 70,80년대 유년시절의 감성적 회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책 안에는 그림과 함께 우리들의 이야기도 녹아들어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그 시절 삶의 모습을 담아내던 작은 구멍가게가, 친구가, 친구의 가족이, 가게를 지키는 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련히 담겼다. 산 속에 파묻힌 작은 가게. 평상위의 펼쳐지는 나른한 오후,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과 나무와 하늘. 그런 까닭에 책은 더 잔잔한 듯싶다

 

어디에서나 시대는 변하고 세대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다. 딴은 사라져간 것들과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불쑥 꺼내들었을 때, 다른 세대를 살아온 이들의 반응들이 서로 다르다고해서 논박을 하거나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젊은 세대가 이해해주지 않는다하더라도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많은 추억이 살아있는 한, 언제나 이해 가능한 부분도 있기 마련이니 그렇게 위로하고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일이다.

 

며칠 전 사춘기 두 남매와 함께 화장실 이야기를 하면서 재래식 변기의 변천사? 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왜 하필이면 화장실인가. 재래식 변기가 이 책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사실은 이렇게 지나간 것에 대한 추억을 꺼내놓는 일 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대여섯 살 무렵에 살던 옛집에는 대문 옆에 재래식 변소가 있었다. 시멘트 색의 벽돌로 쌓아올린 가건물 같은 그 변소는, 천정에 슬레이트를 올려 비가 오면 요란스레 시끄러웠으며 틈사이로 비가 떨어져 고이기 일쑤였다. 그런가하면 대학생 때 갔었던 지리산 꼭대기 어디쯤에 있던 재래식 변소는 하늘 위에도 화장실이 있을 수 있다는 신기함과 함께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짜릿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함께 킥킥거리고, 깔깔거리다가도 내심 놀라워하며 그렇게 즐거워했다. 그 순간 세대 차이는 없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문득 생각나는 건 이런 것들이다. 함께 하지 않아 알지 못해서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공유란 공유하고 싶은 서로의 마음이 움직이면 가능한 일이다. 세대차이란 마음의 벽에서 생겨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괜히 마음이 짠해진다. 어릴 때 자주 가던 구멍가게에는 50원에 살 수 있는 쭈쭈바가 널리고 널렸더랬었다. 도로코 칼날로 반을 갈라 친구랑 사이좋게 나누어 먹던 그 시절처럼, 우리는 지나간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싶을 때 그렇게 맛있는 걸 서로 나누어먹듯 정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듯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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