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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교과서 세계문학 토론 - 세계사를 배우며 읽는 세계고전문학! ㅣ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9
남숙경.박다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6월
평점 :
파워풀한 교과서 세계문학 토론
서울 명동역 4호선 근처에 가면 무료로 종일 만화책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푹신한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는다. 어쩌면 내가 살아온 짧은 시간의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 시간의 기록을 자랑하는 만화책들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이에게는 더없이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 아니었을까. 막 자고 일어난 듯한 꾀죄죄한 민낯에 부스스하게 뻗친 머리를 아무렇게나 밀어올리고 온 그 누구라도 그곳에서는 모두다 환영이었다. 이질감 따위는 없었다. 불쑥 그 곳이 생각나는 까닭은 그곳 천정에서부터 바닥까지 빼곡하게 들어차있던 책들이 문학(고전)일 수는 없었을까, 라는 개인적인 의구심과 안타까움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었다.
특별한 서재에서 출간된 책 “파워풀한 교과서 세계문학 토론”은 이제 막 새롭게 고전을 접하는 학생들에게 고전 읽기의 진수와 더불어 고전을 통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삶의 보편적 진리에 대한 이야기를 토론의 형식을 빌려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끄는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책을 단순히 고전을 다루는 문학서적을 살펴보는 관점에서만 볼 것인지, 아니면 토론의 방법과 예시를 제안하는 성격으로 볼 것인지 어느 쪽의 더 집중을 해서 읽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아마도 독자의 몫이 크지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두 마리의 토끼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책이다.
책은 먼저 ‘세계사를 배우며 읽는 세계고전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독자들을 찾는다. 구성면에서 11단계를 거치고 있는데 이 구성의 과정이 책의 단단한 맥을 받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급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먼저 ‘1작품 선정 이유’를 언급한다. ‘2작가와의 만남’과 ‘3시대사 연표’를 통해 비슷한 시대와 동시대에 있었던 세계사와 동양사의 크고작은 사건들을 비교할 수 있게 제시하고 있으며, ‘4작품 속 세계사 공부,’ ‘5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용어 사전’, ‘6작품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세계사 인물 사전’등도 꼼꼼하게 기술하고 있다. 여기까지의 구성과 목차는 작품과 연계되어 있는 세계사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반면에 다음에 소개하고 있는 목차는 토론이라는 형식에 맞춰 들여다보며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목적성에 더 많은 중점을 할애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서 구성 7부터 더 살펴보자. 7단계의 구성은 ‘등장인물 소개’, ‘8은 쟁점 찾기’, ‘9는 토론 요약서’, ‘10. 11찬성과 반대 측 입론서’로 정리하고 있다. 모두 10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중 5권이 영국작가의 작품이며, 그 외 미국 작가의 작품이 2권, 프랑스, 노르웨이 체코 순이다. 텍스트는 우리가 익히 들어 친숙한 작품으로 구성했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 섹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과 같은 소설을 선두로 올리버 트위스트, 인형의 집, 카프카의 변신과,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훼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등 인지도가 있는 작품으로 구성했음을 알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세계사 측면에서 바라보는 작가와 작품 소개를 담고 있는 앞부분이 더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단순히 작품의 소개에 국한되지 않으면서 보다 폭 넓고 세밀하게 들어가는 깊이 있는 해설은, 책이 지니는 진정성에 큰 힘을 더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동일 작가에 한해서 중복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과, 비슷한 시대 혹은 정치적 사회적 측면에서 동일한 사상에 대해 여러 번 재차 언급되고 있는 용어와 인물들에 대한 소개에 대해서는, 이러한 요소와 부분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반복학습 차원의 순수한 배려 정도로 받아들이려고 생각중이다.
더불어 두 번째로 생각해야 할 이 책의 가치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보자. 이번 책을 토론을 위한 배경총서 쯤으로 받아들인다고 할 때, 읽는 이는 책을 통해 작품 안에서 토론을 위한 쟁점을 발췌하고, 찬과 반을 나누어 각각의 근거를 제시하는 토론과정을 간접적으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셈이다. 어떤 작품에서 어떤 쟁점을 찾아내는가는 작품 분석의 경험치와 각자의 이해도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겠지만, 책이 제시하고 있는 쟁점들을 따라가다보면 지루하지 않는 꽉 들어찬 수업을 진행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독서수준을 파악하는 게 먼저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