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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장 - 일상다반사, 소소함의 미학, 시장 엿보기
기분좋은 QX 엮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장이라니. 어떤 이에게 시장은 여행지 축에도 끼지 못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을 여행했다. 누군가는 재래시장이라고 부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통시장이라고 부르는 곳. 굳이 많은 돈을 들여 해외에 있는 유명 관광명소에 가야만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것일까? 그곳에 가야만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큼 훌륭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곳에 가면 정말 ‘나’ 라는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 그 전에 우리는 나 자신 또는 우리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 P358. 에필로그 중에서 -”
“골라! 골라! 싸게 골라! ” 를 큰 소리로 외치며 좌판 위에 올라가 옷을 흔들던 상인아저씨의 목소리에 장을 보던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갑작스레 모여들어 옷을 살피던 기억, 어머니께서 따라오지 마라는데 굳이 몰래 어머니 뒤를 쫓아가 국화빵과 납작 만두를 사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시장’ 하면 내가 떠오르는 풍경이자 추억이다. 최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흥정도 할 수 없는 마트보단 인심이 후한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아직은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며 우리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시장에 대한 추억과 시장의 역사를 담은 풍경을 보여주는 한국의 시장은 다섯 명의 저자가 함께 보고 느낀 제 각각 시장의 모습을 마치 한사람이 이야기 하듯 담아낸 시장여행 에세이 집 같았다.
다섯 명의 저자를 통해 본 시장은 제주, 전라, 충청, 강원, 경상, 경기도, 서울 등 7지역 속의 아직까지 전통시장에 대한 문화와 정취가 느껴지는 각각의 개성 있는 시장들에 대한 가는 방법을 담은 약도와 그 시장 만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모습을 담은 사진, 시장의 생활사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글, 각 지역을 대표하듯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그리고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대표적 문화공간과 같은 볼거리, 유명한 분들인 디자이너 이상봉, 포토그래퍼 권영호, 가수 하림, 연기자 홍석천, 영화감독 박제현 선생님등을 통해 본 시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의견 또 추억들에 대한 인터뷰까지 담고 있어 다양한 부분으로 시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일곱 지역의 시장 중 평소 내가 보던 시장의 모습에서는 잘 볼 수 없던 제주도의 시장과 최근 막걸 리가 전통 발효주이면서 웰빙주로 알려지며 외국의 와인과 일본의 사케 보다 더욱 인기가 많아 막걸리의 양조공장도 있지만 막걸리 만화 대작에서도 살짝 소개되듯 등장하는 전라도 전주 남부시장,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경상도 대구의 서문시장, 명품 수제 젓가락 전문점이 있다는 부산의 깡통시장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제주도 하면 여인이 많아서인지 여자들을 위한 독특한 용품이 많아 제주도에 가게 된다면 꼭 방문해서 사고 싶기도 하며 보고 싶기도 한 제주도 민속 5일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손등까지 보호해주는 토시, 얼굴전체를 덮어주며 눈만 빠끔하게 보이는 복면 마스크, 65세 이상 할머니들에게만 무료로 내주는 시장인 ‘할머니 장터’, 제주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차조와 찹쌀을 넣은 오메기떡, 결혼을 잔치라 부르며 셋째 날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해주며 먹는 빙떡, 제주도 하면 감귤이 떠오르듯 그 종류 또한 많지만 그 중 요즘 가장 사랑받고 있는 한라봉과 오렌지와 귤을 교배해 만든 천혜향, 배추가 귀한 만큼이나 동문시장의 한 배추가게를 보고 뒤집어 졌다는 저자들의 이야기처럼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인 ‘육지배추전문점’, 유학 간 학생도 공항에 도착만 하면 냉큼 달려오게 만든다는 쑥 호떡과 밀과 보리농사가 잘되 제사 때도 올린다는 보리빵 등과 같은 풍성한 먹거리와 산책로인 사라봉, 제주대학교 같은 인적이 드문 문화적 정취 또한 많아 제주도에 가게 된다면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
전통 발효주인 막걸리 만화의 대작에도 소개되는 천년의 역사를 품은 ‘전주 한옥마을’ 과 영화 약속에서 주인공이 너무 멋진 멘트를 날리며 슬픈 언약식을 했다던 ‘전동성당’ 같은 문화적 볼거리와 줄까지 서서 먹는다는 조점례 남문 피순대집의 암 돼지의 아기집이라 불리는 암뽕 순대 같은 먹거리가 많은 전주 남부시장, 시장 안에 또 하나의 시장이 있을 정도로 서울을 제외한 가장 많은 시장 문이 열리며 한국전쟁당시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미군의 군수물자 중 PX를 통해 흘러들어온 물품이 대부분 통조림 이다보니 자연스레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부산의 깡통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중 유독 핸드메이드 제품이 눈에 뛰는데 일본 장인에게 힘들게 기술을 배워 지금은 일본에 역수출을 한다는 명품수제 젓가락 전문점인 ‘아이히시’의 사장님이 멀리 온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돈은 일본에서 벌겠다고 저자들에게 젓가락까지 선물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잊혀져가는 시장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고 저자 중 한분이 대구에 살았다며 소개하는 서문시장의 소개에서 타 지역에 비해 맛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던 소개가 내심 섭섭해서 좀 더 내가 살고 있는 고장 대구의 서문시장 주위를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제주도의 유학 간 학생도 다시오면 찾는 게 쑥 호떡이라면 대구 서문시장에서는 계절별 바뀌는 국수와 납작 만두 같은 먹거리가 유명하다. 서문시장 큰장 네거리 들어가는 입구에 내가 어릴 적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한곳에서 꾸준히 납작 만두 노점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지금은 할머니가 되셨다. 대구를 떠났다가 다시 찾는 사람들이라면 꼭 이 납작 만두를 잊지 않고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대구 서문시장 주변의 볼거리 또한 다양한데 그런 가까운 달성공원 같은 문화적 역사가 담긴 소재지 또한 생략해 버린 대구시장의 소개라 참 아쉬웠다. 달성공원의 이른 새벽에는 어디서 갑자기 새벽장이 열린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 새벽장을 찾고 있으며 또한 달성공원에 운동하러 오시는 분들도 참 많다. 이 새벽장은 매일 열리며 여기서 좀 더 저렴하게 야채와 수산물을 구매할 수도 있고 또한 달성공원에서 운동 후 새벽장의 해장국가게나 음식점에서 아침을 해결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는 곳이 달성공원의 새벽장이다.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 이라 하여 문전성시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끌만한 이야기가 있고 근처에 관광지를 비롯한 사람들을 불러들일 만한 요소가 있는 전통시장의 원형을 가진 시장으로 대구의 방천시장도 시범시장으로 추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대구사람이지만 나도 아직 방천시장은 둘러보지도 가보지도 못해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며 유별나게 여행한다고 이곳저곳 타 지역이나 해외로 나가기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정취부터 제대로 둘러보며 느낄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 까라는 생각이 방천시장의 문전성시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듯하다.
“P65. 우리는 한국적인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담아두어도 좋은데 너무 버리는 문화에 익숙해져서 한국만의 정서, 시장의 정감 있는 모습을 잃어 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시장에 있는 그대로의 우리문화를 잘 담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디자이너 이상봉- ”
우리지역에 있어서 아름다운 것, 한국만이 가지고 있어서 소중한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버리기보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담긴 시장을 잘 복원해 현대문화와 연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의 글귀가 내심 마음을 사로잡으며 전통과 인심, 사람간의 소통이 있어서 기존의 대형마트와는 다르다는 차별화된 시장문화를 통해 이번 주말에는 문전성시로 선정된 아직 가보지 못한 내가 사는 지역의 방천시장을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이만 글을 맺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