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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평점 :

“똑같은 시간을 흘러 보냈음에도 우리가 간직한 전통보다 일본이 남겨놓은 과거가 많다는 건 애석한 일이었다. 우리가 성의 없이 버려버린 것들 그래서 잃어버린 것들에 비해, 일본인들은 뭐든 쟁여 놓는 근성으로 오래된 것들을 잘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 어떤 것은 우리가 먼저였는데 일본이 원조인양 탈바꿈 된 것들도 있고, 때로 어떤 것은 우리가 과거에 휠 씬 능했음에도 일본만큼 발전시키지 못해 쇠퇴한 것도 있다. 난 그런 것들을 마주할 때 마다 우리가 더 늦기 전에 변해야 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다. 가슴으로 보듬어도 모자랄 우리 것들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들로 변질되었던가. 오래된 일본과 마주하며 그런 애석함이 더 간절해졌다. - P342 중에서 - ”
해외여행은 커녕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명소도 아직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나로서는 해외여행 후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기에 내가 아는 지인들은 해외로 나가는지 궁금했었다. 보통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으로 다녀온 분들이 많은데 그 중 난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에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가 유독 귓가에 솔깃했다. 일본을 생각하면 독도, 김치도 자기네들 것이라는 왜곡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밉기도 했지만 그들의 타문화를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오픈마인드는 참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었고 그들의 음식문화 중 빵과 과자 같은 베이커리산업이 외국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상황에 맞는 것으로 잘 변화시켜 발전함으로 유명한 제과학교도 생겨나듯 오랜 기술과 역사를 자랑함은 사뭇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평소 일본에 대한 궁금증과 다양한 편견에 대한 진위여부, 언젠가 나도 내 지인들처럼 일본에 가게 될 날을 꿈꾸며 일본의 아홉 지역을 소개한 ‘우리 흩어진 날들’ 이란 책을 보았다.
책표지부터 아름다운 한 여성의 옆모습을 통해 편안함이 느껴지며 매료되듯 저자 또한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평온해지듯 마음껏 쉬다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일본여행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보다는 편안함을 느끼듯 부담감을 내려놓게 해준다. 그리고 기존 여행서 와는 다른 무언의 따뜻함과 평온함에 나도 모르게 이 책을 보는 시간만큼은 책속으로 빠지듯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감정으로 인해 가슴으로 느끼며 읽게 된듯하다.

보통 여행서 와는 다름이 느껴지는 우리 흩어진 날들은 쉼과 천천히 가는 느림, 옛것의 소중함을 알려주며 각 지역의 지도와 같은 소개나 구체적으로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법들에 대한 것들은 소개하지 않지만 저자가 일본을 마음으로 담은 여러 지역들과 다양한 사진과 글들을 통해 일본의 현실과 기품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마음 한구석을 자극하는 감성에세이 여행집 인듯하다. 중간 중간 저자의 소중했던 과거의 낡은 사랑에 대한 추억이 마치 첫사랑의 아픈 기억처럼 아쉬운 마음이 느껴지듯 잔잔히 베어 나와 그녀의 사랑에 공감이 되기도 하며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이라는 아쉬움과 기대감이 느껴지는 마음을 표현한 글을 볼 때마다 나 또한 앞으로 살아가면서 스무 살의 무서울 것 없는 당당한 마음처럼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날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큰소리로 웃거나 실없는 농담을 늘어놓지 않는 게 일본인이라면 이런 편견을 깨는 지역인 자유롭고 시끌한 유머와 개그를 느낄 수 있는 ‘오사카’, 대지진으로 기업은 타 지역으로 옮겨가고 6만 채에 달하는 생활터전이 무너지며 4,5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 ‘고베’, 사슴이 사람만큼 많아 사슴조항까지 있듯 사슴에 대한 오랜 전설을 품은 ‘나라’,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핵무기의 파괴력을 느끼듯 원폭 돔이 보존된 ‘히로시마’, 해신을 섬기기 위해 만들어 졌다는 바다위에 세워진 신사가 인상적인 ‘미야지마’, 모네, 피카소, 로댕의 명작이 125점씩이나 전시된 오하라 미술관과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라는 노래가 기억나듯 인상적인 캔디만화를 통해 세계 순정만화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 ‘이가라시 유미코 미술관’이 있는 ‘구라시키’, 다른 지역보다 노면전차의 이용도가 높으며 일본 최초의 무역항으로 개항되었고 유일신 사상을 꽃 피울 수 없는 일본에서 인구대비 기독교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작지만 다양하며 오랜 이력을 가진 도시 ‘나가사키’, 내가 일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의상인 곱디고운 기모노, 새하얀 얼굴, 새빨간 입술, 딸각거리는 게다 차림의 게이샤와 게이샤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인 마이코를 볼 수 도 있으며 맑은 물과 차의 거장 센노리큐의 등장으로 다도문화가 발전한 ‘교토’, 누구라도 자전거를 즐겨 타며 낡고 허름한 식당이 100년째 유지되고 있으며 시키지 않아도 줄을 잘서는 사람들과 평생 우물을 파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 ‘도쿄’, 와 같은 아홉 지역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작가의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우리 흩어진 날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 흩어진 날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나가사키와 교토부분 이었다. 나가사키는 저자의 어릴 적 추억이 담겨진 공기놀이, 모래성 쌓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요요, 얼음 땡 등의 놀이문화와 쫄쫄이 같은 불량식품의 소개를 통해 나의 어릴 적 놀이문화를 함께 연상할 수 있었고 더불어 요즘 아이들의 컴퓨터와 닌텐도 같은 게임기가 없더라도 그 시절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놀이였음을 다시금 추억하게 됐다. 또 나가사키에는 오페라 ‘나비부인’ 의 실제 무대였던 드넓은 그라바엔의 바닥에 하트 모양의 두 개의 돌이 있다고 한다. 이 두 개의 하트 스톤을 발견하면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저자 또한 유언비어라는 걸 알면서도 이 두 개의 하트스톤을 찾았다고 한다. 나 또한 만약 그곳에 있었더라도 저자의 마음처럼 꼭 두 개의 돌을 찾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또 150년 된 특별한 소바 집이 있는 교토 소개 중 우리나라에선 국수나 국물류 음식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지만 일본에서 소바를 먹을 때는 소리를 내 먹어야 복이 들어온다고 하니 나중에 일본에 가게 된다면 교토 소바 집에서 후루룩 소리를 내며 소바를 맛보고 싶고 나가사키의 그라바엔에 가서 두 개의 하트스톤도 찾아보고 싶다.
우리 흩어진 날들을 보는 시간 동안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끼듯 간접적으로나마 일본을 느끼며 배울 수 있게 해준 저자가 너무 궁금했는데 책표지의 아름다운 옆모습의 여성이 누군가 했더니 일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마음속을 풍요롭게 변화시켜 주던 이 책의 저자 강한나 선생님 이셨다. 저자는 대학재학 시절부터 다양한 방송활동을 한 경험으로 일본현지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며 ‘글로벌 워터 자키’ 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고 글 쓰는 방송인이자 방송하는 글쟁이라고 소개하는 만큼 우리 흩어진 날들의 이전 편인 ‘동경하늘동경’ 이란 도쿄여행에세이 또한 출간 했었다고 한다. 동경하늘동경을 통해 수많은 팬과 독자들의 교감으로 고해성사를 하듯 이 책이 나오게 된 만큼이나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인 동경하늘동경이 너무 궁금해지며 그녀의 다음 여행에세이집 또한 설레듯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