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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식탁을 탐하다
박은주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옛날 우리 부모님시대에는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모님께 당신들이 좋아하시며 먹고 싶은 음식들은 어떤 맛이냐고 여쭈어보면 어려서부터 즐겨 드시던 수제비, 떡, 감자 등을 이야기하신다. 내 부모님이 그렇듯 나 또한 어릴 적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김치와 된장찌개, 팥죽을 먹고 자라서인지 그런 맛이 더욱 정겹고 그리운 듯하다. 이래서 어릴 적 밥상머리교육이라든지 식습관이 참으로 중요한가보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며 즐기는 음식이 있듯 음식에 대한 추억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즐기던 음식이 자신을 표현하며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도 있다는데 오늘 내가 본 책 대가의 식탁을 탐하다는 역사적으로 유명했으며 나폴레옹과 카사노바하면 굴이 떠오르듯 음식과 세계적 위인들의 스캔들 같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낸 책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뒤따라온 음식들의 진실여부와 실제 그들이 즐겼던 음식들 및 식습관, 더불어 그 음식들에 대한 근원과 정보까지 알려주며 또 그런 음식들을 통해 대가들의 삶의 모습과 습관 또한 엿볼 수 있게끔 한다.
대가의 식탁을 탐하다는 나폴레옹, 헤밍웨이, 소동파, 레오나르도 다빈치, 발자크, 로시니, 엘비스 프레슬리, 마르셀 프루스트, 알렉상드르 뒤마, 카사노바, 반 고흐, 마릴린 먼로, 호치민과 같은 13명의 대가들에 대한 소울푸드를 묻고 답하는 대화식으로 그들과 관련 있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들의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진, 그 음식에 대한 정보와 레시피 또한 알려주고 있어 마치 세계사와 관련된 음식역사와 에피소드를 배우는 듯하다. 무엇보다 대가들과 대화식으로 풀어낸 이야기인지라 지루함보다 재미가 더해졌고 마치 그 시대를 찾아가 대가들을 인터뷰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소울푸드(Soul food)란, 뭔가 거창한 게 아니라, 어쩌면 자기의 가장 비참한 인생이 아름답게 녹아있는 그런 음식들인지도 몰라요. 가난한 소년의 기억은 가수왕이 된 나에게는 영원히 아프고 영원히 그리운 기억이었는지도 몰라요.
-P185. 엘비스 프레슬리와 정크푸드 중에서- ”
13명의 대가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듯 나폴레옹하면 굴과 최고급 포도주를, 소동파하면 동파육, 카사노바는 굴, 350병의 샴페인을 부은 욕조에 목욕을 했다고 해서 알콜과 사치를 부리는 여자로 생각되던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들 모두 진실만은 아니었다. 대가들은 어릴 적부터 자라오며 먹던 음식에 대한 기억때문인지 소박한 음식들을 즐기듯 찾으며 먹고 싶어 한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소울푸드는 그렇게 특별하거나 대단한 음식이 아니듯 세상의 모든 음식들 또한 그리 위대한 음식 또한 없는 듯 하지만 각자가 살아오며 자신과 함께 해온 음식들에 대한 정겨움이 있어 더욱 그들의 음식이 특별한 듯하다. 또한 음식을 통해 본 대가들의 식탁을 통해 세상 모든 어떤 음식 중 특정 음식만 모두에게 위대하다고 할 수 없듯 우리네 삶 또한 세상에서 모두에게 특별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일깨워 주는 듯하다.
대가의 식탁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 중 기억나는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다양한 음식점의 이름으로도 유명한 나폴레옹은 공복전투가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그도 어릴 적 너무 흔해 황제가 된 후에는 먹지 않았다고 하는 닭요리를 1800년 오스트리아군과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후 보급마차가 오지 않아 그 당시 구할 수 있었던 재료로 만든 요리가 닭요리였다고 하는데 궁에서 다시 이 승리의 닭요리를 맛보기가 참 어려웠다고 한다.
문장을 반복하지 않으며 글에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없다는 노벨수상자 헤밍웨이는 4명의 연상의 여인과 결혼하며 3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권총으로 자살한 아버지의 권총으로 자신의 삶 또한 파멸시켰다. 이런 그가 즐기며 위로받던 음식이 한국에도 유행하는 술이며 그 당시 소설가들에게 외상으로 주는 술집의 모히토 라고 한다.
반 고흐는 오직 땀 흘리는 자만이 빵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표현을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주 썼지만 실제 그는 동생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처지 때문에 두려움, 불안, 죄책감으로 쉬지 않고 자신을 불태워가며 만든 작품을 보면 감자라는 아이템이 자주 등장한다. 생김새가 볼품없어 악마의 식물로 오해받기도 했던 감자는 유럽의 굶주린 하층민들을 먹여 살리는 매우 중요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보잘것없지만 늘 위로가 되는 감자를 통해 항상 정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자신의 삶에서 감자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듯하다.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낼 정도로 다재다능하며 과연 사람이 혼자 이런 일을 다 했을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기게 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한때 레스토랑의 웨이터였고 요리사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평균 수명의 배에 달하는 67세까지 살았다고 할 만큼 후일엔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할 정도로 야채나 과일로 만든 요리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재미있고 생소한 대가들의 에피소드가 가득 담겨 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에서 발견된 음식철칙 12가지가 참 인상적이며 유익한 식습관인 듯해 마지막으로 그 12가지를 소개해 보며 이만 글을 맺을까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음식철칙* -P108. 중에서- ”
1.배고플 때만 먹고 가벼운 음식으로 만족 할 것
2.음식은 잘 씹어 먹고 잘 요리된 단순한 것만 먹을 것
3.약을 먹는 건 좋지 않다
4.먹은 후에는 쉴 것
5.분노와 더러운 공기를 피할 것
6.식탁을 떠날 때는 좋은 태도를 유지할 것
7.점심식사 후에 낮잠을 자지 말 것
8.와인에 물을 섞어 조금씩 마실 것
9.그러나 식간이나 저녁식사를 기다리고 있을 때는 마시지 말 것
10.변소 가는 일을 미루지 말 것
11.잠을 잘 자고, 자는 동안 머리와 마음에 행복을 느낄 것
12.항상 이 규칙을 잘 지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