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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 있어요 - 전통문양으로 우리 문화 읽기 ㅣ 엄마와 함께 보는 글로연 박물관 시리즈 5
박물관이야기 지음 / 글로연 / 2010년 11월
평점 :
지방에 살고 있어서 서울에 가는 일이 어려운데 5년 전쯤 중앙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다. 그때 박물관의 웅장함과 수많은 우리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난 이후로 박물관 가는 일이 참으로 보람되고 기분 좋은 일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상시 전시회가 있으면 언제든 찾아가보곤 한다. 그런데 때론 박물관에서 눈으로 보는 것으로 부족할 때가 있다. 좀 더 알고 싶고 아니면 사전지식을 갖고 있었으면 더 나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질 때가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 TV 다큐멘터리에서 천마총에 있는 천마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천마, 말이라고 알고 있던 동물이 어쩌면 과거 조상들이 신성시 했던 기린의 모습과도 유사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런 우리 전통 문양을 알려주는 책을 접하고 싶었던 찰나에 이 책을 접한건 나에겐 행운이다. 책제목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접할 수 있도록, 자신이 탐정이 되어 박물관 곳곳을 살펴보고 암호를 해독하게 끔 유도한다. 아이들을 위한 박물관 시리즈인데, 우리나라 전통문양을 가지고서 박물관을 둘러보는 내용이다. 크게 3가지의 주제를 갖고 있다. 민화, 자수, 도자기이다. 요즘 아이들은 외국문화를 쉽게 접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단순히 따분하다는 식으로 외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부모의 입장으로서 이 책은 아이 스스로 재미있게 읽으면서 공부도 하고 직접 부모와 함께 박물관 기행을 가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책이다. 부모가 먼저 읽어본다면 아이와 함께 더욱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번 책을 통해서 민화에 대해서 다양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민화에 등장하는 식물, 동물들의 의미를 알고 다양한 주제가 있음을 알았다. 그중에서 신성시 했던 전설의 동물이라는 내용만 알고있던 봉황에 대해서 생김새, 특징, 의미까지도 상세히 알게되었다. 민화는 예술품이라기보다 생활용품에 가까운 것이었기에 소모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민화는 가정을 지키고 건강을 도모하며 남자는 출세를 결혼한 여자는 다산을 희망하는 누구나 꿈꾸는 삶을 그려낸 것이었다. 도자기의 경우엔 어른이라 할지라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으리라 본다. 도자기의 원료, 이름, 문양을 넣는 법은 좋은 교양정보가 되기도 했다. 학창시절 분청사기에 무늬를 넣는 방법을 줄줄 외우던 기억이 나는데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이렇게 그림과 재미있는 설명을 갖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호감을 얻지 않을까 싶다. 독특한 도자기의 경우에는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의 이름도 적혀있으니 아이들과 직접 현장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중학교 시절에 나는 클럽활동으로 자수반에서 활동을 했었다. 왠지 여성스러울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에 가입해서 활동했는데 자수박물관을 보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재료를 사러 다녔던 기억, 자수기법을 배운 기억, 생각했던 밑그림과 자수가 어울리지 않아서 속상했던 기억들이 있다. 그러면서 나는 손재주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경험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엔 내가 직접 자수로 배경을 만든 시계가 째깍거리면서 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골무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잘 모를 터인데 나 어릴 적 엄마가 해마다 이불을 꿰맬 때 골무를 찾아오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각각의 주제가 끝나면 간단하게 활동지를 몇 가지 주어진다. 책을 잘 읽고 피드백을 하듯이 괄호 넣기, 짝짓기, 직접 그려보기, 퍼즐 맞추기 등 의미 깊은 활동지였다. 민화, 자수, 도자박물관에 대한 기본정보들도 알려주고 있어서 남은 방학기간 동안 직접 찾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 박물관을 갈 때면 항상 데리고 다닌다. 색깔이나 모양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좀 더 크면 궁금증을 갖고서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고 그때 부모가 함께 학습조력자가 되어서 공부하게 한다면 진정한 현장, 경험학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