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유토피아 - 열린 광장, 자연의 낙원에서 함께 살기 정부희 곤충기 2
정부희 지음 / 상상의숲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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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후의 사람들은 각자 어릴 적 논에도 들어 가보고 들판을 다니며 고추잠자리도 잡아본 기억이 있을 것인데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좀처럼 논밭을 구경할 일도 없고 잠자리채를 매고 들판을 다닐 일이 별로 없다. 빽빽한 건물들에 갇혀서 정해진 시간에 왔다갔다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어린 파브르는 그 시절 학원을 가야하고 밤늦게까지 숙제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자유롭게 곤충을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당장 아이들을 쳇바퀴에서 끄집어내어서 앞이 탁 트인 들판에 데려다 놓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이 책은 물 위, 물 속, 땅에 사는 곤충들을 섬세히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적어놓은 곤충 자서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반적으로는 백과사전의 형식을 띄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저자의 맛깔스런 경험담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같은 구수한 느낌이 있다. 필요한 학술적 정보도 실려 있고 새로운 곤충을 설명하는 페이지의 하단에는 항상 종, 과, 목을 명시해 놓고 있다. 딱딱할 것 같다는 생각을 접을 수 있었던 것은 곤충의 이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곤충의 특정한 행동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 곤충을 관찰하기 위한 주변배경과 저자의 경험담 등이 에세이를 읽는 듯 술술 읽혀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친구네 논에 들어가서 올챙이도 보고 여러 곤충도 잡고 놀았던 기억을 되새겨 본다. 여름이 되면 노란 실잠자리를 보고 새끼 잠자리라고 하면서 붉은 고추잠자리와 다른 색이라 참 예쁘게 여겼던 기억이 난다. 학교 마당 한편엔 물옥잠이랑 수중 식물을 키우면서 수중 곤충들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남학생들이 물방개를 갖고 와서는 여자애들이 까무러치게 놀랐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이 넘게 본 기억이 없다. 우리 집 앞마당 한쪽 구석엔 감나무를 키우기 위해 거름더미를 만들어 둔 적이 있는데 한 몇 년 거름을 만들다 보니 어느 해 매미 애벌레가 엄청나게 많이 있던 걸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사는 매미가 안쓰러워서 많은 애착을 가진 적이 있다. 그들이 참매미일 가능성은 적었지만 참매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책에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어서 만족스럽다. 허물을 벗는 참매미는 옥색 옷을 갈아입는데 고운 한복을 입은 아가씨처럼 아름다웠다.

 

 



 

참 바보 같지만 나는 이번에 반딧불이와 개똥벌레가 같은 곤충을 가리키는걸 알게 되었다.(방금 확인했지만 우리 남편도 몰랐다는 사실) 개똥벌레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상상해본적인 있지만 쇠똥구리랑 비슷하겠지 라고 생각만 했지 반딧불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반딧불이 내는 불빛은 차가운 빛이라서 뜨겁지 않다는 사실에 좀 놀라기도 했다. 하긴 꼬리에 그렇게 불을 켜놓고 다니면 얼마나 뜨거울지. 여러 곤충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색이 화려한 참뜰길잡이가 생각이 난다. 몸에 보석을 지니고 사는 곤충처럼 오색 빛이 반짝이는 것이 그렇게 작은 곤충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이제는 모래에 뚫린 구멍을 보면 이름은 어렵지만 참뜰길잡이를 생각할 것 같다.

 

 



 

우리가 큰 몸집으로 저 작은 생명체를 자세히 관찰하지 못했던 점이 참 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의 삶 또한 치열하고 때론 낭만적인 삶에 우리 인간이 그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 곤충들이 우리보다 몸집이 큰 존재였다면 이토록 우리가 무관심 했을까싶다. 늪을 보호하고 산림을 보호하자고 외치기 이전에 우리 주변에 있는 생활환경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곤충, 그들은 지금이 유토피아적 삶을 살고 있는 시기라고 한다. 우리 인간이 그 유토피아를 무참히 없애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펴내면서 저자는 자신의 삶을 곤충에 바쳤다고 해도 될 것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고 하지만 아마 곤충에 바친 삶이 그렇지 않았던 삶보다 훨씬 보람 있다고 말할 것 같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펴낸 책에 고마움과 감동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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