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결혼을 할 때 양보할 수 없었던 나의 욕심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나의 서재를 가지는 것이다. 결혼 전에 쓰고 있던 내 방은 책상 2개와 옷장 하나가 방을 메우고 있어서 잠자기에 급급한 방이었다. 그래서일까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던 나는 드라마에서나 보는 서재를 너무 갖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방이 3개인 아파트로 들어가게 되면서 남편의 동의를 얻어 방 하나는 서재로 꾸미기로 했는데 그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좋았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벽면 한쪽을 책장으로 메우고 나니 어찌나 든든하고 가장 멋진 혼수품이라는 생각을 하며 보내왔다. 결혼 4년차, 아직 내 서재는 책으로 완전히 메우지 못했다. 약간의 순수 과학도서들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모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이들의 서재는 어떤 책으로 꾸미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한 시기에 지식인의 서재를 접하게 된다. 


 



그 중에서 정말 궁금했던 분의 서재가 있었는데, 그 분이 바로 최재천 박사이다. 책에는 자연 과학자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내게는 '박사'라는 칭호가 친근하게 들린다. 10여 년 전쯤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가 최재천 박사가 강의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때 그의 강의를 알고서 들은 게 아니라 아마 다른 채널이 재미없어서 광고가 끝날 때 까지만 보려고 했던 것이 그의 강의를 끝까지 듣고 말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공계 사람이지만 딱딱하거나 첨예한 느낌이 아니라 문학가처럼 부드럽고 나긋한 말투가 과학은 재미있고 달콤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지금도 그의 책을 사 모으고 있고, 덕분에 제인 구달이라는 침팬지 학자도 알게 되어서 그녀의 책도 꾸준히 읽어보고 있다. 최재천 박사의 저서를 읽어보면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의 저서 제목처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다. 그의 서재는 나의 또 다른 눈을 뜨게 하는 서재이며 반가운 서재였다. 나또한 이공계 사람이지만 예술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진 편인데 박사 또한 그랬던 점이 왠지 우린 통하는 데가 있다고 믿을 정도였다. 그는 과학자이기 전에 수많은 책으로 인문학 쪽에 해박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과학을 그렇게 부드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그가 아끼는 책과 추천하는 책은 모두 읽어보고 싶고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그의 깔끔한 서재 정리는 본받아야할 점이 아닌가 싶다. 나의 서재는 다용도로 쓰이고 있어서 지저분할 때가 많은데 부끄러운 일이다. 스스로를 제벌, 학벌이 아닌 책벌이라고 말하는 그의 책사랑은 오히려 그를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대학시절 처음으로 선물 받은 시집 한 권이 기억난다. 그것은 '그대 거침없는 사랑'이라는 김용택 시인의 시집이었는데, 그 시집이 참 기억에 많이 남고 지금도 15년 넘게 고이 간직하고 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처음 받은 시집이라서 그런지 정도 많이 가고 시인에 대해서도 정이 많이 갔는데 그 또한 이 책에 서재를 소개하고 있다. 그의 해맑은 미소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이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겠다. 세월이 흘러도 머리가 희끗희끗해도 그는 한결같은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서재는 아이들의 그림과 시도 있었는데 동심이 가득한 서재라 파릇하고 아름다운 서재가 아닐까 한다. 


 



15인의 각 분야에 지식인들이 서재를 공개했는데, 그들이 정의하는 서재는 각기 다르지만 뜻하는 바는 삶이며 소통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여러 지식인들 중에서 독서는 취미가 될 수 없고, 독서는 일이어야 한다는 의미에 많은 반성을 해본다. 나는 이제껏 서재를 채워놓기 위해서 책을 읽은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가져보며 어떻게 하면 내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지 배움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 서재 한 곳에는 앞으로 지식인들이 추천한 10여권의 책을 면밀히 읽기위한 계획을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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