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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실패하라 -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
제임스 다이슨 지음, 박수찬 옮김 / 미래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런던 금융가의 살찐 부자들, 은행들, 마거릿 대처 시대가 만든 괴물들이 당장 이익을 내라고 소리 지르는 동안 영국 산업계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대신 그저 더 많이, 잘 파는 데 몰두해왔다. 그 결과, 지금 영국에선 광고가 모든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돼 버렸다. 그렇게 하면 당장 손에 현금을 쥘 수는 있겠지만 진짜 부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 계속해서 실패하라 서문에서-
예전에 먼지봉투가 달린 진공청소기를 써 보셨는지요.
항상 청소를 하려다 뭔가 잘 빨리지 않으면 그 먼지봉투에 붙은 먼지를 떼어네느라 청소하기 전부터 손이 엉망이 되곤 했습니다.
왠지 흡입력이 약해지면 우선 짜증부터 밀려왔지요.
그나마 그 먼지 봉투가 먼지를 털어내고 계속 쓸 수 있는 만년 먼지봉투였는데 이런 것이 나오기 전에는 글쎄 툭하면 갈아껴야 했답니다. 세상에.
아시겠지만, 지금은 먼지봉투따윈 없지요. 먼지통에 모인 먼지를 털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여간 편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바로 다이슨 사의 제임스 다이슨입니다.
청소기 돌리는 것은 제 역할이 되어버린(...) 현 상황에서 정말 고마운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오히려 '날개 없는 선풍기' 덕분에 더 유명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시기와 비슷하게 국내에서 다이슨의 제품들을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되기도 했구요. 또한 역시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다이슨 스토리'라는 책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잘 팔린 모양입니다. 그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 '계속해서 실패하라(원제:Against All odds)'가 발매된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 책의 발매에 전작 다이슨 스토리의 성공을 짐작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이 책, 계속해서 실패하라는 사실 원서로는 2002년에 발매된 책이기 때문입니다(다이슨 스토리는 2007년 발매). 이렇게 훨씬 예전에 발매된 책이 뒤늦게 따라 발매되는 것은 대부분 관련 서적 혹은 영화 등이 인기를 끌거나 아니면 누군가 사망(...)하는 등의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이미 훨씬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발매된 '다이슨 스토리'를 읽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계속해서 실패하라'를 읽으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기대보다 훨씬 좋은 책이었거든요. 이 두꺼운 책(455P)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이슨의 40년간의 발명품.출처 : 게이트비전(www.dysonshop.co.kr)
혁신은 없다.
사실 다이슨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할 때, '혁신'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신화 만들기일 뿐 혁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혁신에 대한 키워드가 그 무게를 더하면서, 그 혁신의 방법론을 보면 대부분 '컨버전스' 즉, 융합을 많이 얘기합니다. 즉 다른 분야에 있던 기술을 또 다른 분야에 적용시키면서 기존에는 없던 매력을 부가하는 것. 그러니까 신기술이라기보단 타 분야 기술 접목을 통한 새로운 '경험' 창출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애플의 경우 UX(유저 경험), 스타벅스의 스타벅스 익스피리언스(스타벅스 경험) 등의 '경험'이라는 말이 꼬리표로 붙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이슨사의 아버지인 제임스 다이슨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재학시절, 그의 멘토이자 친구라 할 수 있는 프라이를 만났고 그 프라이의 유리 섬유 보트 아이디어를 실현하여 시보트를 만들었고, 시보트의 개량 도중 알게 된 폴리에틸렌 볼(쉽게 말해 플라스틱이죠)을 적용해 볼배로를 만들었으며, 볼배로의 공장에서 플라스틱 먼지 제거로 고민하다가 제재소에서나 큰 공장에서 먼지를 제거할 때 쓰는 '사이클론'이라는 장치를 진공청소기에 적용한 것이 다이슨의 진공청소기인 등 말입니다.
다이슨, 제품을 선택한 우직한 사나이
오히려 다이슨의 성공은 '우직한 발명가' 성향이랄까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개량에 대한 의지. 그리고 '제품'에 대한 신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광고', '마케팅'에 대한 다이슨의 적개심은 굉장히 커다랗습니다. 질 나쁜 제품을 잘 포장해서 팔아봐야 그건 낭비일 뿐이며, 그렇기에 진정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일종의 소명 의식이라 할 만큼이나 강하게 갖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기에 자기 주위에 있는 어떤 물건이 불편하다면 끊임없이 관찰하고 개량하려는 의지를 갖고 엄청난 실패 속에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구요.
진정한 '우량 컨텐츠'에 대한 끝없는 집념. 그것이 지금의 다이슨을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저작권과 신기술, 그리고 소송과 감내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조금이라도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끼게 될 부분이지만, '우량 컨텐츠', 즉 좋은 제품의 개발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말 끝없는 노력과 고통이 수반되지요.
그리고 그런 제품의 개발을 했다 하더라도 바로 그 제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 이후가 사실 더 힘들지요.
다이슨은 엄청난 노력 끝에 만들어낸 제품을 가지고도 더 큰 위기에 직면합니다.
바로, 주위 대기업들과의 암투, 소송, 끊이지 않는 방해공작 등이지요.
국내에서도 이미 수없이 벌어지듯,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이 특허를 빼앗기거나, 제품화한 이후라 하더라도 협박과 영업선 끊기 등등의 수많은 수단을 통해서 대기업들이 헐값에 사들이거나 혹은 특허를 강탈합니다.
다이슨 역시 특허를 회사 명의로 두었다가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엄청난 비용이 드는 소송을 지속적으로 하게 하거나 하는 등 엄청난 소송에 시달리게 되지요. 특허를 먹혀 버리는 대부분의 경우와 달랐던 점은 다이슨의 제품에 대한 끝없는 열망이 엄청난 빚더미 속에서도 계속 소송을 진행하게 하는 힘이 되었고 결국 해외 진출을 여러 번 시도하면서 결국은 승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성공. 혁신보다는 열정과 의지의 산물
전세계의 수많은 기업들과의 소송과 전투 속에서 얻어낸 성공. 그 덕분에 지금 우리들은 먼지봉투 따위 없는 쾌적한 진공청소기를 쓸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 책의 원제 'Against All Odds'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그가 넘어야되었던 역경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 수많은 역경들 중 하나라도 넘지 못했다면 우리는 지금도 먼지봉투가 있는 청소기를 궁시렁거리며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런 수많은 역경들이 마치 드라마처럼 펼쳐져 흔히 보는 '기업의 성공기' 같은 책들보다 훨씬 집중력을 준다는 점뿐 아니라(마치 무림 고수들의 대결을 보는 것 같습니다), 실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부분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입나다. 실제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다이슨 역시 서문에서 이 책을 쓴 목적이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 읽어도 참 좋은 책이겠지만 특히 어딘가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그런 의무(?)가 있는 책이라고 강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이슨의 성공 요인이나 최근의 히스토리를 읽고 싶다면 오히려 기존에 나왔던 '다이슨 스토리'가 더 좋을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두 책 중에서 이, '끊임없이 실패하라'가 훨씬 좋았습니다. 물론 다이슨 사에 관심이 있다면 두 권 다 읽으면 더더욱 좋을 것 같구요.
가장 최근에 발표한 볼 테크놀로지. 끝없는 그들의 노력을 입증하는 부분입니다.
질 좋은 제품이 인정받는 사회를 꿈꾸며
다이슨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매력을 주는 이유는 '당연한 논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나는 다이슨의 성공이 우리 제품이 가진 우수함의 결과라고 믿는다. 듀얼 사이클론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은 어떤 진공청소기보다 뛰어난 제품이기 때문이며,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어떤 제품보다 디자인이 뛰어나기 때문이다."(21P)
이런 믿음을 갖고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 그리고 그것이 실제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만큼 당연한 논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더 좋은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사실 아깝지 않지요. 하지만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이 세상은 그렇게 당연한 논리가 무시되는 경우가 너무 많으며, 엄청난 마케팅과 홍보 등으로 포장된 허섭한 제품들에 속는 경우도 너무 많지요.
하지만 다이슨의 모든 제품이 동일한 제품군의 시장 가격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전서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결과를 보고 있으면 이런 '당연한 논리'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다이슨의 팬이라거나 그들의 제품을 많이 써보지는 않았습니다(좀... 좀 많이 비싸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논리, 그리고 다이슨의 제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만큼이나 이 책의 매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빕니다.
'제품으로 승부하는 회사'가 인정받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