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성석제라는 작가의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이나 국내에서도 상당한 유명 작가이고, 또한 특이하게도 작가들, 평론가들이 더 높게 평하는 그런 작가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 '왕을 찾아서'를 읽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작가 김영하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겨듣는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이라는 팟캐스트, 그 3회분이 성석제의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에 대한 에피소드였는데요, 여기에서 김영하는 성석제의 글을 다음과 같이 평합니다.

"작가 성석제의 글을 소리내서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의 글은 소리내서 읽기에 좋습니다. 리듬감도 있구요. 한 사람은 읽고 한 사람은 들을 때 대단히 웃깁니다. 그런 웃음을 나누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책 참 흔치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글맛이 있지요"

갑자기 그의 글을 읽고 싶어져 책장을 뒤져보니 이 책이 있더군요. '왕을 찾아서'.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왕'.

어쩌면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의 왕은 있었을 겁니다. 왠지 위대해보이고, 그의 행동들을 따라하고 싶었던 그런 존재. 이제 와 생각하면 크게 대단한 행동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었을 수도 있고, 그를 따라하거나 그와 친하다는 사실에 으쓱했던 나 자신이 왠지 우스꽝스러워 웃음이 날 수도 있는 그런 존재. 혹은 나이를 먹고 돌아보니 왠지 그 때 그 사람이 한 행동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웃음짓게 되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소설 '왕을 찾아서'는 이미 고향을 떠나 도시의 세파에 찌들어 이미 왕의 존재를 잊고 살던 주인공 '장원두'가 왕 '마사오'의 죽음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기억이 아름답게 윤색된 것이 추억이라 하던가요. 과거의 예쁘고 그리운 듯한 회상, 그리고 그 회상을 파삭하고 깨 버리는 현실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점점 추억은 현실이 됩니다.

그런 가운데 과거의 사랑, 나의 왕이었던 마사오의 현실과 몰락, 그리고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지지요.


특히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인, 소문과 말로 만들어지는 실질적인 존재 이상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와 그렇게 만들어지는 왕에 대한 모습들이 슬플 정도로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가장 즐거웠던 것은 역시 작가 성석제 특유의 '글발'입니다. 김영하의 '소리내어 읽는 맛이 있다'는 평에 전적으로 동감할 정도로 그만의 리듬 있는 글들. 그리고 결코 밝지 않은 소재임이에도 불구하고 우스꽝스러운 표현들에 의해 어쩌면 찌질하고, 어쩌면 처절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가끔씩 웃게 된다는 것.

작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평판 속에서 말이 갖는 힘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데요, 어쩌면 그 자신이 갖고 있는 말, 글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런 어필을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이미 16년 전에 나왔던 책이라는 겁니다.

그러고보니 배경이 좀 예전이긴 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이 벌어지기 전의 이야기인데요, 그런 소설을 2011년에 다시 한 번 문학동네에서 출간할 수 있을 만큼 글맛이나 스토리적으로 탄탄합니다.

앵무새가 된 느낌이지만, 성석제 작가의 책이 혹시 서가에 꽂혀 있다면 한 번쯤 꺼내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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