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입니다.
목요일부터 쉬고 있는 직장인들도 있겠지요. 낮잠도 자고 유리창도 닦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토요일입니다.
일본 정부와 배상 문제가 불거지며 여행을 가거나 무인양품과 유니클로에서 물건을 구매하던 습관이 뚝 끊겼습니다. 환율의 잇점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일본 만화를 보는 것과 사소한 무인양품 물건을 구매하는 것, 그리고 출장으로 일본을 다녀온 것을 빼면 여행을 다녀온 지는 무척 오래됐습니다. 그래도 환율이 좋았을 때 엔화를 조금 바꿔놓기는 했습니다.
문득,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도쿄 미술관과 전시관으로 여행을 다녀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발견한 책이 «도쿄 모던 산책»입니다.
처음에는 한겨레신문에서 미식과 취미 관련 글을 많이 쓰는 동명의 기자의 책인가 했는데, 동명이인입니다. 문헌정보학을 공부하고 국회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한 분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무조건 외우는 게 참 싫었습니다. 과목의 내용을 음미하지 못하고 어거지로 구겨넣는다고 느꼈으니 지적인 수준이 높지 않았으면서도 반항기가 있는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외우는 최고봉은 국사 등 역사 과목이었던 것 같아요. 맥락도 없이 연도와 사건을 외워야 하는데 표현하지 않았던 거부감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연도와 사건을 연결해 맞는지 틀리는지 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도 같구요.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 책의 시작은 일본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던 이웃 나라들의 연대기를 동일 기간에 비교할 수 있도록 같이 수록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보다는 주워들은 게 많아진 지금의 나는 한국과 중국 / 일본 / 서구를 정리해놓은 기록이 재미있습니다.
아직 미술관과 박물관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구성이 꽤 흥미롭습니다.
*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을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해 1959년에 설립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한국전쟁으로 일본이 부를 이루며 다시 문화적으로 세계와 교류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요? 그러고보면, 만약 국가 간에도 상성이 있다면 우리 나라는 일본에게 뭔가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 도쿄에만 이박 이상 머무는 일정으로 최소 세 번은 다녀와야겠어요.
*** 르 코르뷔지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물이 가까운 도쿄에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시카고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물을 보러 갔던 때가 생각납니다. 엽서를 잔뜩 사 왔던 기억도. 아끼다가 제대로 어디에 보내지도 못한 엽서들은 잘 있는지, 문득 떠오릅니다.
(2025.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