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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평점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나에겐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거의 4주 전 처음 밴쿠버퍼블릭도서관 간 날 중간까지 읽었다가 그 후 도서관 갈 때마다 대여중이여서 어제 겨우 끝냈다.
뭘 써야할까.
읽으면서 천명관 고래가 떠올랐다. 그만치 방대하진 않지만 속도감과 가정 중심의 이야기가 닮았던건가. 지금 굳이 공통점을 찾으려니 딱히 없다. 감상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는게 닮았다.
루카스와 클라우스 두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전쟁통에 (헝가리 배경이라 한다) 욕쟁이 할머니 손에 맡겨져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깨우친 아이들. 윤리의식이나 의레 해야한다는 매너, 문화와 동떨어져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 행위, 당장 그들의 상황을 순조로이 만드는 판단이 정의가 된다. 여기엔 살인도 있다. 10세가 되던 해 형제는 제대로 분리되기로 결심하고 형제 중 하나는 국경을 넘는다. 둘 중 누구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한권의 소설로 출간되었지만 원래 1,2,3부가 제각각의 소설로 따로 그것도 긴 텀을 두고 출간되었었다한다. 1부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입이 떡 벌어져서(실제 벌리고 있었단 말 아님) 이런 책을 읽게 됨이 행복해서 막 벅찬 상태로 읽었다. 1부의 거칠지만 순수한 시대를 읽어내고 2부 분리되어 남겨진 형제 루카스의 삶을 흥미롭게 읽다가 3부 루카스를 찾아온 클라우스부터 혼란스러웠다. 쉬운 소설이 어디있겠냐만 1,2부를 쉬운 소설, 잘 읽히는 소설 작가가 쉽게 읽을 수 있게 써준 소설이라 생각하며 읽었는데 3부가 내가 기대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소설이라 완벽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는지 내가 4주 만에 읽어서 그 사이 공백으로 매끄럽지 않게 읽히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소설 자체가 허구와 망상을 다루었는지도 모르게 이해가 안됐다. 문체는 여전히 명료하고 쉬웠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어디서부터 진짜인거지 1,2부가 가짜였나 싶으면서 답답했다. 아마 3부는 다시 읽어야할 것 같다. 결론이 있어야 완성이지만은 1,2부의 흥분이 3부에서 풀어져버려서 아쉽다. 내가 원하는 그림은 이보다 훨씬 직관적이었다. 해피엔딩.
좋았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 중 악인도 하나도 나오지 않다. 이 세상 모든 이도 그렇지 않나. 누나를 죽이고 글을 완성한 서점 주인도 아버지를 앞세워 지뢰를 찾아 홀로 국경을 넘은 클라우스도 자살도 강간도 살인도 사연을 듣고 보면 다 그럴 수 있다.
아무래도 찝찝하여 다 읽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정말 다시 합쳐지길 바랐다. 쌍둥이이건 허구이건.
발췌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사과랑 과자, 초콜릿, 동전 등을 길가 풀숲에 던져버렸다.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은 버릴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를 앞서 가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 것 없는 책 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소년은 조서에 서명을 했다. 거기에는 세가지 거짓말이 적혀 있었다. 국경을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 소년은 열여덟 살이 아니고, 열다섯 살이다. 이름은 클라우스(Claus)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