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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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오래도 읽었다. 2017년 독서 리스트에 죄와벌 하가 들어가 있었는데 사실 100페이지 정도 남겨놔서 굳이 따지면 2018년 첫 책이 되겠다. 만약 하까지 2017년 안에 읽었다면 2017년 올해의 책은 죄와 벌이 됐을거다. 뒤로 갈 수록 죽인다. 800페이지 소설에서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물이 고였다.

줄거리는 죄와 벌 상 리뷰면 될 것 같고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01198916129&logNo=221164870928

우선 표도르 도스또예프스키. 말했다시피 이 작가 작품 처음 읽은건데, 문장이 (번역 읽은 주제에) 충실한 와중에 개성이 있어 좋았다. 특히 대화체에서 흐흐흐 헤헤헤 하는 감탄사가 캐릭터에 따라 찰지게 붙는데 그게 인물들에게 생명을 주는 듯했다.

캐릭터들도 각기 특이한 와중에 신기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결국은 모두 초월자였다. 엄마, 누이, 친구, 추격자, 연인(?) 등 모두가 주변에 흔히 있는 인물인데 그 행동은 한 차원을 모두 넘어섰다. 주인공 뿐 아니라 비극 앞에 선 인물들의 행동이 참 한 작가의 머리에서 나온 소설 속 인물들이구나 싶었다. 이게 비현실적이라 싫은게 아니라 우리의 세계와 또 다른 철학 속 세상 이야기 같은 익숙한듯 환상적인 인상이었다.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다. 어떤 벌일까. 체포된 후 법에 따른 벌은 아닐 것 같았다. 그냥. 너무 그건 일차원적이잖아. 읽고 보니 벌은 죄를 짓고 뻔뻔히 살아가기엔 이유도 동기도 없이 죄인인 본인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거야 말로 죄악이다.

2018년 올해의 책이라고 해야하려나.

너무 좋았다. 헤헤헤.

[발췌]

여기서 주목해야 될 것은 그가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어쩌면 일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여인들과의 관계가 충분히 회복될수도 있으리라고 생각 했다는 점이다.

그는 갑자기 온 몸을 굽혀 땅에 엎드리더니 그녀의 발에 키스했다.(......)나는 당신에게 절한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고통에 절을 한거요.

그는 가장 유행하고 있는 평범한 사상에 푹 빠져 들어서, 곧바로 그 사상을 저속하게 만들어, 때로는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그 사상에 헌신하는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희화화시켜 놓고 마는 그런 수많은 종류의 속물들, 나약한 조산아들, 모든 것을 어설프게만 배우는 고집쟁이들 중의 하나였다.

이 소시지 같은 년아, 이 애가 훔쳤다고 맞장구를 쳐? 넌 치마를 두른 비열한 프로이센 닭다리야!
-재치와 개성 넘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청 굴욕적인 욕이다

권력은 용기를 내서 몸을 굽혀 그것을 줍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울 까닭이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득한다면, 그녀가 우는 것을 멈추게 될 거 라고요 (......).˝
˝그렇다면 사는 게 너무 쉽겠군요˝

까쨔는 여자들이 샴페인을 마실 때 흔히 그러하듯이 한번도 입을 떼지 않고서 스무 모금만에 샴페인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러시아 여자들 내 스타일로 술 마시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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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8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현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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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전자책으로 완독. 전자책이 의외로 편한 건 사실인데 종이 넘김 없는 독서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영문도 모른 채 눈 떠보니 소송 중심의 피고인이 된 K의 심판 이야기. 무죄를 무죄라 입증하려 해도 죄목도 몰라 쓸데없이 변호인을 고용하고 이곳저곳 조언을 받는데 이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어리둥절해하는 사람은 오직 K뿐인. 나만 빼고 다 병신? 하는 상황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 병신이야?로 변하는 나랑 K의 혼돈의 500여 페이지.

명확한 전개에서 주인공(과 나) 혼자만 땅에 발이 닿지 않는 듯 꿈같이 불편하게 붕 떠있는 기분으로 읽었다. 영 찝찝하고 내가 맞게 읽고 있는 건가 더부룩했다. 그 기분으로 펼친 작품 해설의 첫 문장이 날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카프카는 독자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이 아닌 괴로움을 안겨준다.

그래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카프카가 다른거야!!

이렇게 끝내겠다.

발췌
자살은 무의미한 짓이어서 설령 자살을 생각했더라도 그 무의미함 때문에 실행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방은 조그만 통풍창을 통해서만 햇빛이 겨우 들어오는데 창문이 너무 높이 달려 있기 때문에 밖을 내다보려면 우선 동료 하나를 찾아서 그 사람의 등을 디디고 올라서야 한다. 게다가 창밖에 얼굴을 내밀었다 가는 바로 눈앞에 있는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코로 들어오고, 얼굴이 새까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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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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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영국인 부모와 상하이에서 살던 소년 크리스토퍼는 연이은 부모님의 실종으로 절친 아키라와 고향 상하이를 떠나 영국에서 살게된다. 이모의 유산으로 부유하게 옥스포드까지 졸업하고 유명한 형사가 된다. 때가 되었다 느낀 크리스토퍼는 실종된 부모님을 찾으러 상해로 돌아간다.

절반 읽을 때까지 꽤 차가운 본인 감정 묘사와 시니컬한 주변인 관찰에 호감을 가지며 읽다가 크리스토퍼가 상하이 가는 중간 부분부터 ‘엇 일본소설같다‘ 느꼈다. 절반까진 일본작가라는 걸 잊을 정도였는데. 훅 일본스럽게 느꼈을 때 반은 반가움이었고 반은 네거티브였다. 개인적으로, 소설 전개가 너무 영화처럼 크고 빠르게 전개, 반전되면 확 현실감이 떨어지면서 유치하게 느껴진다. 따단!!! 하는 효과음도 들리고. 비슷한 인상으로는 영화 아가씨에서 태리랑 미니미니 스토리에 푹 빠졌다가 조진웅의 과한 수염과 연기, 캐릭터에 영화 전체가 싫어지는 느낌.

마무리에 다시 등장하는 썸녀 세라 이야기가 좋아서 ‘극적인 아키라 재회‘와 ‘극단적인 어머니 아버지의 사연‘만 쏙 빠지면 이 소설 참 좋아했겠다 싶었다. 근데 저게 핵심이라 저거 빠지면 출판이 안됐을지도 모르지. ㅋㅋㅋㅋㅋ 나 졸라 불만 많네. 니가 써라 그럴거면.

-발췌

그래서 난 생각했지. 좋아, 이번이 저 친구 뱅크스가 ‘연줄‘이란 게 뭔지 직접 보여줄 기회가 되겠군, 하고.

˝ 과거에는 그러셨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드셨을 겁니다. ˝
˝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는 법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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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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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책꽂이에 꽂아놓은 순서대로 책을 읽고 있다. 읽고 싶은 것 먼저 읽으면 덜 당기는 것들이 뒤에 무더기로 남을까봐. 처음 써보는 선택방법인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은 많고 읽을 책은 한정적인걸. 이렇게 한국에서 들고온 책 중 두번째 읽힐 운명이 된 도리스 레싱의 풀잎은 노래한다. 이 작가 책 세 권을 갖고 있는데 풀잎, 다섯째 아이, 런던 스케치.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줄도 몰랐고 여자인줄도 몰랐다.

살인 사건의 발생부터 소설은 시작한다. 제목이랑 되게 안어울리는 첫장에 당황했다. 감성 쩌는 흐느적대는 소설일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두둥 흑인 노예에게 살해당한 백인 여주인. 그렇게 살인 사건의 현장과 상황만 알려주곤 2장부터 살해당한 메리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처녀시절, 결혼생활 차근차근 죽임을 당하는 때까지를 보여주는 구조의 소설이다.

소설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주제가 인종차별과 결혼생활인데 나는 결혼한지 4개월 된 새댁이라 그런지 결혼생활이 엄청나게 재밌고 무섭고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여러분 결혼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미혼 여성들이 이 책을 읽고 간접 결혼생활 체험을 해본 후 신중히 남편을 골랐으면 좋겠다. 당장 읽으세욧!

메리가 처녀적에 성격과 외모도 괜찮고 직장도 적당해서 꽤 즐거운 싱글라이프를 살던 여자인데 혼기 넘기고 주변인들의 수군댐에 눈치보며 급작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거든. 남편 리차드는 좋은 사람이지만 메리의 짝으로는 맞지 않는 사람이고. 둘의 케미를 보면 아주 그냥 내 속이 턱턱 막히고 둘다 이해되는데 둘다 졸라 싫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존중도 없고 그 상태에서 상대에 대한 한계를 단호하게 정해놓고 사니 이게 살아지냐. 살인자가 누구든 메리는 리차드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죽었다.

가족 3대, 4대가 등장하는 소설에서 대부분의 나이 많은 여인의 캐릭터는 괴팍하고 소통이 힘들고 일방적이어서(이게 호감 비호감을 가르진 않는다) 젊을 적 곱고 여렸을 사람이 왜 나이가 들어선 저렇게들 변하지? 아님 변하는 것처럼 묘사하지?했는데 풀잎은 노래한다에서 평범한 여자가 괴팍한 중년으로 변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아 곱게 늙고싶다. 못난 중년의 유혹에서 나라고 안전하진 않겠다는 생각을 살짝 했다.

소설의 주제와 전개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쉽게 쓰여서 참 좋았다. 번역을 잘 하신건지 도리스 레싱이 글을 쉽게 쉽게 잘 쓰는지 모르겠다만 술술 읽히고 군더더기가 없다. 어찌나 문장이 짧고 쉬운지 읽는 내내 가상의 나레이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치 구전소설같은 인상까지. 장편 소설이 이러기 쉽지 않을텐데.

여성작가의 소설을 특별히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유명한 소설이라 하여 읽게되면 등장인물 상호간의 감정 교류에 대한 해석이 흥미롭고 날카로워 참 재미있다.

아주 재밌는 소설이니 그저 추천합니다!

발췌

국가의 위기도 그렇겠지만 한 개인의 위기 또한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런 위기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공상을 하면서 만족을 느끼려면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가 반드시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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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1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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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오면서 한국에서 들고온 책 중 1호로 읽은 책이다. 40권 쯤 가져왔는데 이 속도면 뭐 40살 까지 읽을 책 들고온 건가. 8월 초에 처음 시작했으니 두달 반만에 읽었다. 살면서 이렇게 오래 끌다 결국 끝까지 읽은책은 처음인 것 같다. 오래 끌다 결국 안 읽거나 오래 끌어도 결국 한달 내에는 읽었는데. 이거 뭐가 중요한 이야기라고 한 문단 주절거리냐. 중요하냐?

여행길에 탄 배가 난파를 당하고 배 안의 유일한 생존자로 무인도에서 생활을 하게된 로빈슨. 처음엔 구조되길 바라며 무인도 생활을 낯설게(의도적인 감정태세라 ‘낯설히‘ 라고 쓰고 싶은데 표준어 맞냐 안나오네) 유지하다가 결국 본인의 터전으로 삼고 그 공간에서의 규율까지 정하고 스스로 지키어 한명 뿐인 사회를 만들어. 그러다 섬에 온 어느 부족들의 의식을 보게되는데 한 놈이 죽을 뻔 하다가 로빈슨 덕분에 살게 되고 결국 방르드리라는 그 놈과 둘이 살게돼. 얘들 둘 사는 이야기.

좋은 문장도 많았고 읽으면서 인간 개인이나 인간 관계 본질을 생각하게끔 만들어서 좋았다. 통찰력이 담긴 재밌고 잘 쓰인 소설이다. 지루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데 다만 내가 책이 안 읽히는 시기였던 것 같다.

로빈슨이 그저 일반 문화인이라면 방드르디는 조르바 같은 틀을 깬, 속을 알 수 없고 언뜻 무식하고 원시적이지만 사실 우리네보다 뭔가가 더 트인 그런 캐릭터다.

아 리뷰도 못써먹겠다. 잘래.

발췌

˝한 인간의 영혼을 꿰뚫어 보려면 절대적 권력을 속에 넣고 그에 힘입어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고 있는 그를 상상해 보는 것보다 더 적절한 것은 없지요.˝

그의 기억 속에서의 날들은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서로 겹쳐지고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그 전날의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듯한 느낌뿐이었다.

그는 이제 인간이란 소요나 동란 중에 상처를 입고 군중에 밀리면서 떠받쳐있는 동안은 서 있다가 군중이 흩어지는 즉시 땅바닥에 끄러져버리는 부상자와 비슷하자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세계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타인...... 그에게서 얼마나 대단한 덕을 보고 있었던가을 나는 내 개인이라는 건물 속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매일같이 헤아려보게 된다.

인물들은 척도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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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10-2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ne of my favorite novels

Cindy.K 2017-11-10 14:30   좋아요 0 | URL
인간에게 사회가 어떤 존재인지를 처절하게 느끼도록 해준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