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여, 바다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5
아이리스 머독 지음, 최옥영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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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봤을까 북플에서 봤을까. 읽은 책에 대한 평으로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한 사람이 2014년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아. 내용은 전혀 모르는데 제목도 느낌이 좋았고 낯선 제목인 것도 마음에 들었어. 도곡도서관에서 책 반납하면서 차라투스트라로 인해 즐기지 못한 속도감을 되찾고자 민음사 문학전집 쪽으로 갔고 바다여 바다여 1,2가 보이길래 고민도 없이 잡았지. 아 이 제목 너무 좋다 The Sea, The Sea. 읽으면 읽을수록 참 제목과 내용도 잘 어울려. 캐릭터와 스토리와 문장들이 모두 참 좋다. 그리고 번역도 굉장히 쉽고 깔끔하게 되어있어서 읽기 편해. 다음주 수요일 반납이니 주말 내 2권까지 끝내봐야겠다.

우선 런던에서 크게 성공한 연극 감독 찰스의 삶을 자서전 형식으로 쓴 소설이야. 여성 작가가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자전소설을 쓴다는 것 부터 신기하다. 1권에서 역사 이전과 역사로 나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역사라는 기준이 첫사랑이야. 세속적인 삶에서 빠져나와 바닷가 시골로 온 찰스는 매일 좋은 재료로 멋진 요리를 직접 해먹고 집 앞 바다에서 수영을 해. 본인의 어린시절과 부모님, 스쳐간 아니면 아직도 관계된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열되고 참 이성적이고 차가운 찰스 앞에 어릴 적 첫사랑이 나타나. 거기서 감정 폭발 시작.

깨달음을 주는 책도 아니고 엄청난 스토리가 있는 책도 아니야(적어도 1권에서는). 그렇지만 난 찰스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 나쁜 남자라고 해야하나 모르겠지만 감정에 솔직하고 대놓고 이기적이야. 뭐 성공도 했고 여유와 작은 재미에 대한 감사도 아는 사람이야. 씨니컬하게 볼 수 있지만 지성과 주관을 갖췄다고 보는게 더 맞을 것 같고. 그런데 그 차디찬 사람이 이 여자 저 여자에 관심과 귀찮음과 열정과 집착을 하는 모습이 참 솔직하고 좋아. 젊다. 나도 나이 들어도 저랬음 좋겠다. 기본적인 태도는 이성적이되 큰 감정에 무너지는 사람이고 싶다.

발췌!!

이제 내 인생의 주요한 사건은 다 지나갔고 `고요 속의 회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친할아버지는 링컨셔에 살며 채소 재배업을 하셨다.(이것봐. 느닷없이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는데도 첫 문장이 얼마나 훌륭한가! 기다리기만 하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저 괄호 부분까지 발췌다. 재치있다. 괄호에 나오는 대부분의 말들이 너무 좋았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라 그런가ㅋㅋㅋㅋ

농부나 동물 들이 채소를 가져 가진 않을까? 그 문제도 잘 생각해 보아야겠다. 과거의 고민과는 전혀 다른 행복하고 순수한 생각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거기 내려가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라고 내게 물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나 혼자 즐겁게 지내고 있다.
-오 찌밤. 몸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다. 원서에서 어떤 문장으로 쓰였는지를 봐야겠다.

감정이란 정말로 인격의 밑바닥에 존재한다. 혹은 맨 위에 존재한다. 그 중간에서 감정은 연기를 한다. 그러므로 온 세상이 무대인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도덕적 굴레를 조금도 강요하지 않았다. 리지의 타고난 헌신이 그런 구속을 없애 버렸고, 그 덕분에 우리는 최상의 세계에서 살았다. 물론 그녀는 나를 책망한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녀에 대한 의무감을 갖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 같았다. 그저 내 행복을 위해서 그녀를 이용해주기를 원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같이 지내기를 얼마나 갈망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더욱 본질적인 것이며, 정열이나 찬양이나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결혼에 대하여. 백 번 천 번 맞는 말. 사랑과 열정의 정도 차가 아니고. 얼마나 함께 지내고 싶고 조화로울 수 있느냐의 문제.

질투는 아마도 모든 강렬한 감정 중에서 가장 무의식적일 것이다.

미친 오르페우스*처럼 오고 있었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프 연주가. 저승에서 아내 아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오려다 도중에 아내를 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겨 아내를 영영 잃는다.)
-주석을 보고 처음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읽고싶어졌다. 그렇지만 당장 읽진 않겠지.. 언젠가 읽어야지

나는 젊은 얼굴과 늙은 얼굴, 늙은 얼굴과 젊은 얼굴의 유사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두 얼굴을 연관지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옛 사진에서 뿜어 나오는 청춘과 행복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반해 늙은 얼굴은 너무 보기 흉해서 마음이 괴로웠다.
-첫사랑의 사진 속 모습과 나이든 모습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찰스 아저씨. 이게 사랑이려니. 내 사랑이 세월에 잃은 미모에 마음 아파하고 상대가 그 사실을 알까 걱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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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열린책들 세계문학 38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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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버스, 전철, 뚝섬수영장, 카페 에서 4일간 읽었다.

오랜만에 약간의 술기운에 들른 흙서점에서 펼치지도 않은 비행공포와 뉴욕3부작을 두 권 합쳐 8000원에 샀어. 뉴욕3부작은 사고싶은 것 까진 아니었고 폴 오스터 이름이 자주 들리길래 한 번 빌려 읽어나 보자 했는데. 너무 새 책이니깐 흐응. 제목도 뉴욕 3부작인데 왜 나는 단편이란 생각을 못했는지. 500페이지 소설 안에 세 편이 들어있으니 그리 단!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 권 안에 이야기 몇 개가 들어가 있음 단편이라고 하는 거 맞지? 맞아?

아주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1.유리의 도시
가명으로 추리소설 작가활동을 하던 퀸에게 잘못 걸려온 전화. 탐정 일을 의뢰하는 급박한 전화에 호기심으로 자신을 추리소설 속의 탐정으로 설정 탐정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살해 당할 것이란 공포를 느끼는 한 남자를 아버지로부터 구하는 것이 임무. 막 출소한 아버지를 미행하면서 세상과 멀어지는 퀸.

2.유령들
블랙이란 자를 창문 넘어 감시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사설탐정 블루의 이야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밖에 없는 블랙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본인을 들여다보게 되는 블루. 혼란과 호기심에 블랙과 대화를 하는 블루. 본인의 업무가 블랙을 감시함이 아닌 블랙이 살아있음을 대신 입증해주는 것임을 알게되는 블루.

3.잠겨있는 방
​ 서른 살 평론가 퀸에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가 와. 어릴 적 형제처럼 친했던 팬쇼가 실종되었고 그 전에 평생동안 쓴 글들을 출판하는 권한을 모두 어릴 적 친구 퀸에게 줄테니 그걸 책임지고 세상에 내달라는. 출간한 지 일주일만에 그 소설을 히트를 치고 덩달아 도움을 청했던 팬쇼의 부인과 결혼을 하게 되는 퀸. 죽은 줄 알았던 팬쇼로부터 온 편지 한 장.

​ 내용은 전혀 다른데 특이하게 주인공이던 인물의 이름이 다른 작품에서 잠깐 스쳐가는 인물의 이름으로 쓰이기도하고 등장인물 중 작가 이름인 폴 오스터도 쓰이고 이름 장난을 많이 쳤어. 그리고 세 작품 모두에 작가인 인물이 나오고. 또 주인공보다는 주인공이 관찰하는 사람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어. 그리고 감시당하는 자가 감시하는 자보다 더 미스테리하고... 감시하는 자는 약간 팔로워같은 느낌. 그리고... 이 상황이 진행되다보면 감시하는 자와 감시받는 자가 내면적으로 동일화되는 순간이 나와.

뉴욕이란 도시의 좋은 점이기도 나쁜 점이기도 한데. 너무 다양한 인종과 이민자들이 있고 빈부격차도 심해서 어지간히 특이해서는 눈길도 서로 안 주고받잖아(예쁜 여자 제외). 뉴욕 3부작이라는 제목에서 배경이 뉴욕인 것 뿐 아니고 그 도시 특유의 쓸쓸함이 폴 오스터 스토리의 의도에 적절하단 생각을 했어. 그리고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탐정이 나오고 의뢰가 나오고 미행이 나오지만. 미행을 하는 자도 미행을 받는 자도 그냥 쓸쓸한 대도시 속 한 명이라는 느낌이었어. 꽤 재밌게 읽었지만 다시 굳이 폴 오스터 책을 찾아 읽을 것 같지는 않아.


발췌

그는 퀸이 워크로 바뀔 수 있도록 교량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퀸의 삶에서 워크는 차츰차츰 현존하는 인물. 그의 내면적인 형제이자 고독의 동반자가 되어 갔다.

제일 싫은 것은 전화가 부리는 횡포였다. 전화는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하던 일을 중단시킬 뿐 아니라 결국은 그 명령에 굴복하게 하는 힘까지 가지고 있었다.

OWEROFBAB. 그 답이 너무 기이해 보여서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그 답은 분명히 바벨탑(the tower of babel)인 것 같았다.
-이 부분 소오름​

누군가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따지고 보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자발적인 선행,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그 결과에 대해서 보인 순족적이라고 할 만한 대응. 그의 행봉이 아무리 주목할 만하다 할지라도 그는 언제나 그 일에 초연한 것처럼 보였다.
-7살 짜리 친구를 회상하며 나오는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애어른

이야기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생겨나는 법이다. 경험 역시 아마도 그와 마찬가지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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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조영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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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내가 아는 일본문학은 이렇게 허무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읽은 인간실격에 한눈팔기까지 지식인의 허무를 연달아 읽게됐네. 도곡도서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빌리고는 나머지 한 권을 빌려야하는데 정말 뭘 빌려야할지 모르겠는거야. 서너권 빌릴 수 있으면 과감히 잡을텐데 도서관이 회사에서 은근히 멀기도 하고 딱 두 권밖에 안되니깐 이것 저것 순위로 올려놨다가 진짜 뜬금포로 나쓰메소세키의 한눈팔기를 집었어.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유미언니가 너랑 잘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사다준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언니 입장에선) 의외로 명작이었고 그렇게 처음 소세키를 접하곤 거의 10년 만에 읽게되는구나. 반납일이 오늘이라 어제 오늘 오다가다 읽고 점심시간에 해치웠어. 문학동네 전집은 커버가 좀 두껍긴 하지만 폰트도 좋고 맞춤법이나 오타 실수도 적은 것 같아. 적어도 내가 읽은 중에선 없었어. 아무리 세트하도 표지 각각 약간의 개성이 있으면서 더 좋았을텐데. 다 읽고나서 뒤의 해설을 보니 한눈팔기가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 소설이라 소세키 입문용으로 읽으면 다른 작품을 접할 때에 이해도에 도움이 된다고 하네.

소세키를 빼고 책 한 권으로만 접근하자면.

주인공 `겐조`는 모든 서민들이 어려울 때 유학을 하고 자칭타칭 `지식인`으로 스스로 우쭐함을 느끼는 전형적인 엘리트야. 그런데 돈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고 사교적이지 못해서 가장으로서 역할은 기본만 겨우겨우 해내고 있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라든지 인간미라 볼 수 있는 단점들도 어리석고 하찮게 평가하는 사람이라 인정없고 재미없는 타인을 외롭게 하고 본인 스스로 외롭기를 자청하는 안 좋은 남편, 친구, 아빠야. 어린시절 7년 정도 양자로 부자집에 보내졌다가 그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다시 본인 집으로 돌아오는 특수한 과거를 가진 겐조의 30대 삶의 이야기. 스토리고 딱히 말할 것이 없는게.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한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이야기하는 책이야. 난 다른 것보다 겐조와 그 와이프의 이야기가 가장 신경쓰였어. 재밌다기보단... 안타깝고 남일 같지 않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부인과 겐조의 모습이 나와 닮은 구석도 있어서 불안하기도하고.. 부정하고 싶다가도 정면으로 직시하고 내가 바뀌어야한다는 반성이나 위기의식도 느끼고 말야.

결론은 1)돈을 넉넉히 벌어야하고 2)다정하고 나긋하고 따뜻하며 긍정적인 사람이 돼야하고 3)그래봐야 삶이 거기서 거기 4)로또사자


발췌

누이는 자신의 수다가 상대방의 말문을 막고 있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겐조는 자리를 뜬 아내의 뒷모습을 괘씸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는 논리라는 권위가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때닫지 못했다. 학문으로 단련된 그의 두뇌로 보면 이 명백한 논리를 마음으로 얌전히 따라주지 못하는 아내야말로 벽창호임에 틀림없었다.

왜 좀더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가 하는 서운함이 항상 그녀의 가슴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마음을 열게 하는 재주나 기량을 자신이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는 무관심했다.

`그런 사소한 광경은 잘도 기억하면서 왜 그때 내가 가졌던 마음은 생각나지 않는 걸까?`

아내는 별로 기쁜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남편이 부드러운 말을 덧붙여 돈을 건네주었다면 틀림없이 기쁜 표정을 지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겐조는 또 겐조대로 만약 아내가 기쁘게 봉투를 받아주었다면 부드럽게 말을 걸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티고난 윤리상의 결벽하지 못함과 금전상의 결벽하지 못함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안방과 툇마루 먼지까지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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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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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또. 민음사 문학전집. 당분간 정말 쉬어야지. 이제 표지만 봐도 흥미가 떨어진다. 같은 책 읽는 느낌. 도곡도서관에서 시계 태엽 오랜지랑 같이 빌려 놓고 표지에 질려서 한 참 펴보지도 않다가 반납일 다가와서 이틀 동안 읽었어. 지금 막 반납 완료했고 기념 리뷰.

소설이고. 보수적인 사회 속 사랑 연애 결혼 이야기가 요리와 엮어서 진행된다. 큰 줄거리는 막내딸은 결혼하지 않고 부모님을 보살펴야하는 사회에서 막내딸 티타. 천부적으로 요리에 소질이 있는 티타가 연애하던 상대가 티타가 막내딸이기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고 티타 옆에 머물기 위해 티타의 언니와 결혼해. 티타는 마음이 찢어지는데 매일 그의 얼굴을 보며 그에게 밥을 해줘야해. 요리에 감정을 감도 사랑을 담고 욕망까지 담아서 비과학적으로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누군 성욕 폭발에 누군 흥 폭발에 누군 우울함 폭발까지 하는 이야기. 과거에 처녀들이 침대 밑에 숨겨놓고 몰래 읽을 법한 소설인데 서른살 현대여성 강현주가 읽기에는 유치하고 찌질하다는 느낌. 이었는데.. 읽다보니 재밌다 ㅋㅋㅋㅋㅋ 여자인가봐 나. 병맛이라 생각하면서 다음 전개를 궁금해했어. 만약에 음식들이 나에게 익숙한 것들이었다고 한다면 요리법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밌었을텐데 그냥 서양요리니까 이름도 낯서니까 요리에 대한 내용은 슥슥 눈으로만 지나쳤어. 티타의 엄마와 언니, 형부이자 티타의 내연남, 그걸 알면서도 티타를 사랑하는 존까지 캐릭터 흥미진진하다. 호감은 존 뿐. 특히 티타는 다른 사람 시점으로 썼음 희대의 썅년. 자기가 못 가졌다고 언니에게 질투하고 형부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바라고 그들이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며 욕심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좋다는 남자와 약혼 후 형부랑 잠자리. 임신드립. 막장이야 막장.

아마 저 시대에 살았으면 하루하루 분노에 발광하며 살았을 것 같다.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거기다가 퍽하면 뺨 때리고 꾸짖고.
거지같은 보수 사회에 요리로 욕망과 질투를 풀어내는 게 이해된다. 저렇게라도 풀어야지. 아 요리로도 풀지만 뜨개질로도 푼다ㅋㅋ

문장을 보면 병맛 느낌 알거야 발췌 고!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의 맛과 향기, 느낌에까지 마마 엘레나가 감시의 손길을 뻗칠 수는 없었다.

티나는 너무 외롭고 쓸쓸했다! 성대한 연회가 끝난 후 접시에 달랑 하나 남은, 호두 소스를 끼얹은 첼레고추도 그녀보다는 덜 외로웠을 것이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케이크를 한 입 깨무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였던 것이다. 평소에 침착했던 페드로도 눈물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아.. 성욕 폭발 부분을 캡처했어야했는데.... 반납해버렸네. 아쉽다 ㅜㅜ 병맛의 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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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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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시작한 책은 7월에 끝내고 싶은 이상한 강박 때문에 앞에 몇 페이지만 봤던 체실 비치에서를 들고 출근. 출근길에 1/3 점심시간에 1/3 근무중에 1/3 읽고 리뷰쓰며 완벽히 마무리한다. 아 개운해.

이 책은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정말 기억이 안나네.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어떤 사람의 SNS(인스타나 북플)혹은 블로그에서 한 해 최고의 소설이었다고 추천되어있었는데 다른 책 리뷰를 보니 나랑 취향이 비슷한 것 같아서 바로 주문했어. yes24에서 그 외 몇 권도 주문했고 최근에 흙서점에서도 두 권 사고 기존에 사놓거나 빌려놓은 책도 있고 적어도 8월을 책을 안사도 될 것 같아. 있는 책 읽고 빌려나봐야지.

체실 비치에서는 우선 제목도, 커버 디자인도, 폰트도 참 마음에 든다. 제목으로는 전혀 내용을 가늠할 수 없었는데 체실 비치에서 벌어진 일이구나. 이렇게 직관적인 제목 좋아. 간단히 줄거리를 정리할건데 살짝 나중에 내가 한참 후에 읽었을 때 아 이랬지 할 정도로만 적고싶다. 워낙 얇은 책(198p)이고 빨리 읽혀서 리뷰 몇 줄로 감히 쉽게 정리할 것 같아. 독자 주제에 그러면 안되지.

서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매너있는 두 남녀가 1년간 교제를 하다가 결혼을 하게 돼. 식이 끝난 직 후 체실비치로 신혼여행을 생긴 그 날 밤 벌어진 일이야. 아주 짧게 말하면 보통의 성욕을 가진 남자와 섹스 공포증이 있는 여자의 첫날 밤 이야기.

그 기막힌 눈치 싸움이 오갈 때 이 책 골 때린다 생각했고, 상황이 벌어질 때 내 감각까지 동요되어 꼴릿했고, 상황이 끝나고서의 남녀의 행동과 그 심리 묘사가 알랭 드보통의 것 같았고 드보통이 나서서 치욕스럽게 그 심리를 논리정연하게 더 헤집어줬음 좋겠다 생각했어. 그리고 중요한 마지막 장에서는 앞에 읽은 모든 소란이 의미없다 하는 해탈의 느낌을 나이가 들어버린 남자주인공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어. 내가 만약 지금 40-50대 였다면 앞의 소란에서도 이미 저게 다 무슨 의미냐 젊은 것들아... 하고 있었을 것 같아.

이언 매큐언. 유명한 작가인 것 같은데 나는 처음 들어봐. 이름이 좋다. 영국인인 것도 좋고. 그리고 읽어보니 굉장히 내 스타일이다. 이 분 글 굉장히 잘 쓰시네. 감각을 묘사하는 데는 도사같고(난 누가 내 몸 만지는 줄) 남녀 심리에서는 마치 자웅동체 같은 느낌이야. 대표작 몇 권은 앞으로 찾아 읽을 예정. 맞춤법 띄어쓰기 틀린 부분이 좀 보였지만 원래 쥐잡듯 찾아내면 더 안보이는 법이라 몇 개의 실수는 이해해. 이해해요 문학동네.

발췌

핵심은 사랑이고 서로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그 감각에 몰입하고 있고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가는 걸 느꼈지만 그럴 리 없다고 의심하며 부인했다. 어떻게 한 가닥 털의 뿌리가 자신의 온몸을 잡아끌 수 있단 말인가? 하나의 점과 같은 그 감각은 애무하는 그의 손의 리듬에 맞춰, 고른 박자로 피부 표면을 가로질러 복부를 지나 진동하며 저 아래 회음부로 번져갔다. 아주 낯선 느낌만은 아니었다. 통증과 가렴움의 중간쯤 되는 것 같으면서도 더 부드럽고 더 따뜻하고 어딘가 모르게 더 공허한 느낌이었다.
-이 부분은 훨씬 더 길게 다 옮기고 싶었는데 이 정도로만 옮김

그는 플로렌스와의 섹스에 대해서뿐만이 아니라 결혼과 가족, 그들이 낳게 될 딸에 관해서도 꿈꾸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분명 성숙함의 증거였다. 어쩌면 한 사람 이상의 여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다는 오랜 꿈이 품위 있게 변형된 것일지도 몰랐다.

서로 팔짱을 끼고 찬란한 가로수 길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면서 ...... 그때는 그들의 풋풋한 사랑이 극치에 달했던 순간들 중 하나였다
-내 그거 잘 알지. 한강, 손, 향기, 바람, 발걸음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아주 약간 안심했다고 감히 인정할 용기가 있었을까?
-여기서 알랭 드 보통이 튀어나와야 했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자 오랜만에 팍 꽂히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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