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버스, 전철, 뚝섬수영장, 카페 에서 4일간 읽었다.오랜만에 약간의 술기운에 들른 흙서점에서 펼치지도 않은 비행공포와 뉴욕3부작을 두 권 합쳐 8000원에 샀어. 뉴욕3부작은 사고싶은 것 까진 아니었고 폴 오스터 이름이 자주 들리길래 한 번 빌려 읽어나 보자 했는데. 너무 새 책이니깐 흐응. 제목도 뉴욕 3부작인데 왜 나는 단편이란 생각을 못했는지. 500페이지 소설 안에 세 편이 들어있으니 그리 단!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 권 안에 이야기 몇 개가 들어가 있음 단편이라고 하는 거 맞지? 맞아?아주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1.유리의 도시 가명으로 추리소설 작가활동을 하던 퀸에게 잘못 걸려온 전화. 탐정 일을 의뢰하는 급박한 전화에 호기심으로 자신을 추리소설 속의 탐정으로 설정 탐정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살해 당할 것이란 공포를 느끼는 한 남자를 아버지로부터 구하는 것이 임무. 막 출소한 아버지를 미행하면서 세상과 멀어지는 퀸. 2.유령들 블랙이란 자를 창문 넘어 감시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사설탐정 블루의 이야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밖에 없는 블랙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본인을 들여다보게 되는 블루. 혼란과 호기심에 블랙과 대화를 하는 블루. 본인의 업무가 블랙을 감시함이 아닌 블랙이 살아있음을 대신 입증해주는 것임을 알게되는 블루.3.잠겨있는 방 서른 살 평론가 퀸에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가 와. 어릴 적 형제처럼 친했던 팬쇼가 실종되었고 그 전에 평생동안 쓴 글들을 출판하는 권한을 모두 어릴 적 친구 퀸에게 줄테니 그걸 책임지고 세상에 내달라는. 출간한 지 일주일만에 그 소설을 히트를 치고 덩달아 도움을 청했던 팬쇼의 부인과 결혼을 하게 되는 퀸. 죽은 줄 알았던 팬쇼로부터 온 편지 한 장. 내용은 전혀 다른데 특이하게 주인공이던 인물의 이름이 다른 작품에서 잠깐 스쳐가는 인물의 이름으로 쓰이기도하고 등장인물 중 작가 이름인 폴 오스터도 쓰이고 이름 장난을 많이 쳤어. 그리고 세 작품 모두에 작가인 인물이 나오고. 또 주인공보다는 주인공이 관찰하는 사람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어. 그리고 감시당하는 자가 감시하는 자보다 더 미스테리하고... 감시하는 자는 약간 팔로워같은 느낌. 그리고... 이 상황이 진행되다보면 감시하는 자와 감시받는 자가 내면적으로 동일화되는 순간이 나와. 뉴욕이란 도시의 좋은 점이기도 나쁜 점이기도 한데. 너무 다양한 인종과 이민자들이 있고 빈부격차도 심해서 어지간히 특이해서는 눈길도 서로 안 주고받잖아(예쁜 여자 제외). 뉴욕 3부작이라는 제목에서 배경이 뉴욕인 것 뿐 아니고 그 도시 특유의 쓸쓸함이 폴 오스터 스토리의 의도에 적절하단 생각을 했어. 그리고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탐정이 나오고 의뢰가 나오고 미행이 나오지만. 미행을 하는 자도 미행을 받는 자도 그냥 쓸쓸한 대도시 속 한 명이라는 느낌이었어. 꽤 재밌게 읽었지만 다시 굳이 폴 오스터 책을 찾아 읽을 것 같지는 않아.발췌그는 퀸이 워크로 바뀔 수 있도록 교량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퀸의 삶에서 워크는 차츰차츰 현존하는 인물. 그의 내면적인 형제이자 고독의 동반자가 되어 갔다.제일 싫은 것은 전화가 부리는 횡포였다. 전화는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하던 일을 중단시킬 뿐 아니라 결국은 그 명령에 굴복하게 하는 힘까지 가지고 있었다.OWEROFBAB. 그 답이 너무 기이해 보여서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그 답은 분명히 바벨탑(the tower of babel)인 것 같았다.-이 부분 소오름누군가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따지고 보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자발적인 선행,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그 결과에 대해서 보인 순족적이라고 할 만한 대응. 그의 행봉이 아무리 주목할 만하다 할지라도 그는 언제나 그 일에 초연한 것처럼 보였다.-7살 짜리 친구를 회상하며 나오는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애어른이야기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생겨나는 법이다. 경험 역시 아마도 그와 마찬가지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모양이다.